폭스바겐은 시정조치
R&D 담합 제재 최초사례
공정거래위위원회가 경유차 배출가스 저감기술(SCR)을 개발하면서 요소수 분사량을 줄이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기로 담합한 독일 승용차 제조사 4곳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23억 원을 부과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공정거래위위원회(공정위)가 경유차 배출가스 저감기술(SCR)을 개발하면서 요소수 분사량을 줄이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기로 담합한 독일 승용차 제조사 4곳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23억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독점규제와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BMW, 폭스바겐 등 4사에 과징금 총 423억7200만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한다고 9일 밝혔다.
회사별 과징금은 메르세데스-벤츠 207억4300만 원, BMW 156억5600만 원, 아우디 59억7300만 원이다. 폭스바겐은 담합해 만든 승용차를 국내에서 판매한 적이 없어 과징금 없이 시정명령만 부과됐다.
SCR 시스템은 배출가스에 요소수를 공급해 대기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NOx)를 정화시키는 장치다. 공정위에 따르면 4사는 2006년 6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개최된 '소프트웨어 기능회의' 등을 통해 SCR 소프트웨어의 요소수 분사전략을 공동으로 논의하면서 "질소산화물을 항상 최대로 저감할 필요는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같은 해 9월 이중 분사 방식을 통해 요소수 분사량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경유차는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요소수를 분사해 배기가스 속에 있는 질소산화물 등 유해 물질을 저감시켜야 한다. 분사되는 요소수가 많을수록 질소산화물이 줄어든다.
문제는 요소수를 많이 분사할수록 자주 보충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해당 업체들은 요소수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SCR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4개 사는 촉매 전환기 온도, 배출가스 질량 유량, 질소산화물 질량 유량, 매연저감장치(DPF) 재생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요소수 분사 방식을 질소산화물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필레벨(Fill-Level) 모드에서 저감 효과가 그보다 약한 피드포워드(Feed-forward) 모드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후 4개 사는 합의 내용이 반영된 SCR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경유 승용차를 제조, 국내외에 판매했다.
공정위는 "4개 사의 행위는 더 뛰어난 질소산화물 저감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유 승용차의 개발·출시를 막은 경쟁 제한적 합의"라며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상품의 종류·규격을 결정하는 것은 사업자의 혁신 유인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말했다.
또한 공정위는 "이 사건 합의 결과로 탄생한 SCR 소프트웨어 기본기능은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3개 사의 경유 승용차 배출가스 불법 조작 사건, 일명 '디젤게이트'가 발생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례는 R&D(승용차 배출가스 저감기술 개발)와 관련된 사업자들의 행위를 담합으로 제재한 최초 사례이자 외국에서 이뤄진 외국 사업자 간 담합이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위법성을 입증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