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4%대 역월세 매력도 낮아"
역전세난이 이어지며 역월세를 제안하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 임차인들은 저렴한 임대차 매물로 갈아탈지 역월세를 받을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 모습. /최지혜 기자 |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역전세난이 이어지면서 세입자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전세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경우 기존 이자와 집주인이 제안하는 역월세, 그리고 인근의 더욱 저렴한 시세의 주택으로 이사하는 경우 등을 따져봐야 한다. 저렴한 계약으로 갈아타고 현금을 보유하면 내집마련이나 투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출금리와 전세가격이 요동치며 세입자들이 합리적인 임대차계약 계산으로 분주하다. 전세가격 하락세가 장기화하며 2년 전 계약한 보증금과 시세가 수억 원까지 차이가 나는 단지들이 나오고 있어서다.
현금이 부족한 집주인들은 역월세까지 제안하고 있다. 역월세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기존 계약의 전세보증금과 인근 시세의 차액을 이자 형태로 지급하는 것이다. 전세가격 급락으로 역전세난이 발생하면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진 데다, 신규 계약과 기존 전세금의 차이를 메꿀 집주인의 자금 부담이 커지면서 역월세 현상이 등장하는 추세다.
내달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는 A 씨(38)는 집주인의 역월세 제안을 받아들일지 이사를 선택할지 고민 중이다. A 씨는 2년 전 보증금 6억 원에 현재 거주중인 아파트를 전세 계약했다. 보증금의 절반인 3억 원은 연 3%대 금리로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했다.
현재 이 단지의 시세는 4억 원대로 떨어졌다. 이에 집주인은 시세차를 고려해 1억 원에 대해 4.3% 이자로 역월세 지급을 제안한 상태다. A씨가 4억 원짜리 전세 매물로 이사할 경우 대출 원금을 줄이거나 현금을 보유할 수 있다.
A 씨는 "집주인이 1억 원에 대해 이자를 지급한다고 하지만, 4억 원대 인근 주택으로 이사하고 남은 약 2억 원 가량의 돈을 적금으로 돌리는 편이 이득일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이사비와 신규 부동산계약으로 드는 각종 비용과 수고도 만만치 않아 집주인의 제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린 보증금만큼 현금을 보유해 내집마련 자금이나 투자금으로 활용하는 편이 임차인에게 유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다본 서울 아파트 모습. /이동률 기자 |
특히 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하는 '갭투자' 임대인의 경우 전세가격 하락에 취약하다.
수도권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임차인과 협의해 시세차익만큼만 보증금을 돌려주거나, 돌려줄 돈이 없으면 차익만큼 연 이자를 한번에 계산해 현금을 주는 임대인들이 많다"며 "통상 이자는 4% 초중반대에서 형성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특례보금자리론으로 대출을 받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려는 임대인도 있다"며 "협의가 되지 않으면 소송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임대인들에게는 가급적 세입자가 제시하는 조건에 맞출 것을 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세입자에게 매력적인 조건의 역월세는 드물 것으로 보고 있다. 역월세의 이자율이 높지 않다면 내린 보증금 차익만큼 현금을 보유하고, 내집마련 자금이나 투자금으로 활용하는 편이 임차인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금리인상으로 전세가격이 조정되고, 임차인들의 자금유동화에 제약이 생기면서 역월세 현상이 부활한 것"이라며 "인근 전세가격 조정 폭에 따라 다양한 사례가 도출되겠지만, 역월세라는 조건이 현재 시장 상황에서 큰 매력도를 지니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차인 입장에선 차라리 월세 계약을 새로 하고 현금을 보유해 내집마련 자금으로 쓰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역월세 조건이 4%대로 형성된다면, 고금리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다른 투자상품을 이용하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며 "최근 신축 주택들도 좋은 조건의 전월세가 나오고 있어 전세금을 돌려받을 다른 방법이 없는 임차인들만 역월세 계약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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