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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중대재해법 1년 평가 "기소 11개 업체 중 실형선고 없을 것"
입력: 2023.02.03 16:36 / 수정: 2023.02.03 16:36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 개최

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좌장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최지혜 기자
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좌장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최지혜 기자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1년이 지났으나 판례가 나오지 않으면서 법 적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현재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기소된 11개 업체 중 실형을 선고받는 사례는 나오지 않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왔다.

중대재해 없는 세상만들기 운동본부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은 3일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두성산업 위헌심판 제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평가와 과제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이 경과하는 동안 판례는 나오지 않았다. 법 적용 대상 사고 299건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34건에 그쳤다. 검찰은 송치사건 가운데 11건을 기소했다.

지난 18일 열린 첫 기소 업체 두성산업의 재판에서는 변호인단이 중대재해법 위헌심판을 요청했다. 두성산업의 1심 재판이 끝나는대로 법원도 위헌심판 제청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중대재해법 보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지난 11일 노동부는 8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를 마련해 개선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첫돌을 맞은 중대재해법이 판례가 나오기도 전에 위헌 심판대와 보완 수술대에 오르자 실효성 여부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현재 기소된 11개 기업들 가운데 대표이사 등이 실형을 선고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집행유예 수준의 처벌 수위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시행 초기부터 제기됐던 법의 모호성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권 교수는 "통상 형사법이 신설되면 모호성 시도를 겪지만, 법원의 판례가 쌓이며 의미를 찾아간다"며 "법 적용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헌법상의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박다혜 민주사회를위한번호사모임 변호사도 "기업들이 중대재해법에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는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한 준수도 미흡했다는 반증"이라며 "최소한의 안전보건 의무이행도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의 이윤추구까지 과연 우리 법과 사회가 인용해야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경영계에서는 법률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승태 한국경영자총협회 산업안전보건본부 팀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 문제는 현재 진행중인 사건의 법원결정과 향후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아보면 될 문제"라며 "처벌의 수준에 비해 법률상 개념과 적용대상, 책임범위 등 많은 내용들이 불명확해 위헌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정부에 판례를 촉구했다. 이용관 중대재해 없는 세상만들기 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시행 전부터 사업자들은 법 무력화를 위한 시도를 이어왔고 이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와 경영계는 법이 미흡하다며 빠져나가려는 게 아닌 보완해서 개선해야 하는 주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중대재해법의 보완과 기업의 산업안전 의식 제고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논의를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강검윤 고용노동부 중대재해감독과 과장은 "중대재해 관련 투입 인력의 80%는 예방을 위한 업무에 배치돼 있다"며 "경찰, 검찰과 수사공조 등 정부기관의 협력을 통한 수사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 TF에서는 재해 예방과 법 개선 방법, 업계의 인식 변화 등을 논의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과장은 "법 시행 이후 안전 전담 인력을 확충하는 등 업계의 경각심이 제고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업계의 시선은 '예방'이 아닌 '법을 지키는 방법'에 쏠려 있으며, 이는 잘못된 시그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장에서 법의 이행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개선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wisd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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