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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승계 숨통 틔운 샘표 오너 4세 박용학…"올해가 적기" 왜?
입력: 2023.01.26 00:00 / 수정: 2023.01.26 00:00

2년 만에 상무 승진…남은 과제는 '증여세'
정부, '세제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 발표


샘표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오너 4세인 박용학(왼쪽 작은 사진) 샘표식품 상무를 중심으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이중삼 기자·샘표그룹 제공
샘표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오너 4세인 박용학(왼쪽 작은 사진) 샘표식품 상무를 중심으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이중삼 기자·샘표그룹 제공

[더팩트|이중삼 기자] 77년의 역사를 지닌 '간장 명가(名家)' 샘표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오너 4세인 박용학 샘표식품 상무를 중심으로 빠르게 전개되는 모양새다. 2018년 초 핵심 계열사 샘표식품에 팀장으로 입사한 뒤 2년 만에 상무로 초고속 승진한데 이어 2대 주주로 자리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승계 밑그림을 완성했다는 평이 나오는데 특히 1997년부터 기업을 이끌고 있는 오너 3세 박진선 샘표그룹 대표가 올해로 74세,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박 상무에게 자리를 물려줄 가능성이 높다는데 무게를 싣고 있다. 실제 경영 승계는 언제든지 가능한 상황이다. 박 대표가 지분을 증여하게 되면 박 상무가 최대주주에 올라 승계 작업이 완성된다. 다만 막대한 증여세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1978년생인 박 상무는 박 대표의 장남이다.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6년간 LG전자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샘표식품에 입사했고 2년 만에 상무로 승진했다. 박 상무는 예전부터 가업을 이끌어갈 후계자로 꼽혀왔다. 샘표는 지금까지 장자에게 경영권을 승계해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박 대표도 미국에서 철학과 교수로 근무하다가 가업을 물려받았는데 박 상무 역시 다른 기업에 있다가 샘표식품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박 상무의 지분율이 꾸준히 늘었다는 점도 승계 작업의 밑그림이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가장 오래된 샘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박 상무의 지분율은 1998년 6월 기준 0.17%에 그쳤지만 할아버지인 고(故) 박승복 회장의 지분 증여를 통해 2000년 6월 기준 1.29%, 2003년 6월 기준 2.36%로 늘었다. 이후 2016년 지주사 체제 전환 연장선상으로 단행한 현물출자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지분율이 4.83%가 됐다. 현재는 6.59%의 지분을 보유하며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박 대표(34.05%)가 모든 지분을 증여할 경우 최대주주에 등극하게 된다.

문제는 증여세다. 박 대표가 보유한 지분은 34.05%로 지난 1월 20일 마감가(4만9750원)기준 약 487억 원이다. 여기에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주식이면 증여재산이 20% 할증평가(584억 원) 되고 여기서 세율 50%를 적용하면 약 292억 원이 나온다. 박 상무가 박 대표에게 주식을 물려받으려면 292억 원이 필요하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상속·증여세에 대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가업을 물려받을 때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해 7월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세제개선 건의서'를 기획재정부(기재부)에 제출하면서 △최대주주 주식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 등을 요구했다. 당시 경총은 "한국은 자녀에게 기업을 상속할 때 상속세 최고세율이 최대 60%로 높고 실질적인 세 부담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선진국에 비해 높은 상속세 부담이 기업 경영의 영속성을 저해하고 경제성장과 투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8일 가업 승계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대책을 내놨다. 기재부는 이날 '세제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고 올해부터 상속 직전 3개년 매출 평균이 5000억 원 미만인 중견기업에 대해서는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를 제외하기로 했다. 또한 가업 승계에 따른 증여세 과세특례를 받는 경우 공제 매출액 규모 판정 시점도 기존 상속 시점에서 증여 시점으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최대 600억 원까지 10억 원 공제 후 10%(60억 원 초과분은 20%)의 세율로 과세가 이뤄진다. 증여세 과세특례는 경영자가 생전에 자녀에게 가업의 주식을 사전 증여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개정안은 다음달 3일까지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등의 절차를 거쳐 같은 달 공포·시행될 방침이다.

정부 정책이 시행되면 샘표의 경영 승계는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20% 할증평가에서 제외되고 과세특례를 받는다면 박 상무에게 부과되는 증여세(292억 원)는 절반 이상으로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증여세 문제만 해결되면 경영 승계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종갑 인천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더팩트> 취재진과 전화통화에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오너 3세인 박진선 대표에서 박용학 상무로의 가업 승계가 곧바로 추진될 것으로 본다. 샘표 입장에서는 올해가 적기라고 볼 수 있다"며 "특히 경영자들이 경영권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주식을 팔아가며 상속·증여세 자금을 확보하는 부담에서 벗어남으로써 경영 혁신에 매진할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됐는데 이는 국가 경제에도 플러스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증여세 절감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기업 혁신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개인의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기대효과가 반감될 것이며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인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첨언했다.

이에 대해 샘표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박 상무의 경영 승계 시점은 알지 못한다"며 "정부 정책 발표 관련해서도 내용만 알고 있을 뿐 회사 차원에서 어떤 계획을 세운 것은 없다"고 말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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