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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주거 GPS①] "LH·SH 안됩니다"…전세임대 집 구하기, 하늘에 별 따기
입력: 2023.01.21 00:00 / 수정: 2023.01.27 15:53

"전세임대 계약 꺼려"…입주율 절반 수준

LH가 운영하는 청년전세임대의 실질적인 주거지원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DB
LH가 운영하는 청년전세임대의 실질적인 주거지원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DB

모든 국민이 적합한 주거를 향유할 권리를 주거권이라고 합니다. 정부는 2000만 청년 인구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책의 사각지대는 상존하고 있습니다. 청년 주거실태의 다양한 모습을 <청년주거 GPS>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편집자주>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 한부모가족 자격으로 1순위 청년 전세임대 대상자로 선정된 A씨는 두달째 입주할 매물을 찾고 있다. 주말마다 집을 보러 다니고 있지만 LH의 전세임대를 이용할 수 있는 매물이 귀한데다, 조건에 맞는 집을 찾더라도 집주인으로부터 계약을 거절당하기 일쑤다.

정부가 청년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청년전세임대 제도'가 부동산 시장에서 환대받지 못하고 있다. 우선 매물이 미미해 실질적인 주거 지원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팽배하다. 보증금 지원 규모도 시세의 절반 수준이라 당첨자들은 입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하는 청년전세임대 제도는 19~39세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등의 주거지원을 위해 마련됐다. 입주대상자로 선정된 청년이 거주할 주택을 찾으면, LH가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체결한 후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자 형식으로 납부하게 되는 월 임대료는 1.0%대 저리가 적용된다. 2년 단위 재계약을 3회까지 체결할 수 있어 최장 6년 거주가 가능하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 역시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비슷한 조건의 전세임대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임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매물은 제한적이다. LH는 주택의 부채비율이 90% 이내인 경우에 한해 임대를 제공하고 있다. 집주인이 주택담보대출을 주택가격의 10% 이상 이용한 매물은 계약할 수 없다.

지원 규모도 터무니없이 낮다. 수도권 1인의 경우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에 최대 1억2000만 원 한도로 전세보증금을 지원한다. 그러나 수도권에서 이같은 수준의 전세가격에 맞는 주택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수도권 주택의 평균 전세가격은 ㎡당 415만6000원이다. 전용면적 60㎡ 주택의 평균 전세보증금은 2억5000만 원가량인 셈이다. 서울(㎡당 585만8000원)의 경우 10평대 전셋집을 구하려면 3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

어렵게 매물을 찾아도 집주인들이 전세임대 세입자를 꺼려 계약이 무산되기도 한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에는 'LH, SH 불가'라는 문구가 적힌 매물이 대다수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에는 LH, SH 불가라는 문구가 적힌 매물이 많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화면 캡쳐
부동산 중개 플랫폼에는 'LH, SH 불가'라는 문구가 적힌 매물이 많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화면 캡쳐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대다수 매물이 융자가 껴 있어 전세임대가 가능한 집을 찾으려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며 "게다가 전세임대는 보통 낮은 가격에 나온 매물로 계약되는데, 이런 매물은 일반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하거나 현금으로 계약하려는 세입자들의 수요도 높아 집주인들이 굳이 계약이 복잡한 전세임대를 선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역시 "집주인들이 웬만하면 전세임대 세입자를 받지 않으려 한다"며 "LH 지부 관계자, 집주인, 세입자 등 3명이 한자리에서 계약해야 하는 과정도 까다롭고 상대적으로 빈곤한 세입자가 들어온다는 인식도 있어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입주가 쉽지 않아 당첨자들은 마음이 급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세임대 당첨자가 6개월 안에 집을 구하지 못하면 대상자 선정이 무효가 된다. A씨(20대·여)는 "어려운 가정환경이지만 전세임대에 당첨돼 주거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기뻤다"면서도 "그러나 두달째 집을 구하지 못하면서 기간 안에 집을 구하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전세임대를 이용하고 있는 B씨(30대·남) 역시 "지난해 집을 구할 당시 부동산을 통해 집주인과 계약 일정을 잡고 있었는데, 그 사이 다른 부동산에서 일반 전세대출을 이용하겠다는 세입자가 나타나 거절당하기도 했다"며 "조건에 맞는 매물이 있어도 집주인들이 쉽사리 계약해주지 않아 몇번이나 허탕을 치고 두달 반 만에 겨우 입주했다"고 토로했다.

LH에 따르면 지난해 공급된 청년전세임대는 1만7787가구로 미미하다. 당첨자의 실제 계약률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위원회 김병욱 국회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LH에서 선정한 청년 전세임대 당첨자의 실입주율은 평균 55.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LH는 유형별 임대주택의 입주자격이 비슷해 건설임대와 매입임대 등에 중복 당첨된 경우 전세임대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입주율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LH 관계자는 "당첨자들이 통상 아파트 주거를 선호해 건설임대에 중복 당첨되면 전세임대를 이용하지 않는다"며 "정책 자체도 건설임대가 공급에 시간이 걸리고 물량이 제한적이라 대체 제도로서 매입임대와 전세임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세금 지원 규모에 관해선 "전세임대의 지원금은 정책적으로 정해진 금액이기 때문에 기관에서 임의로 증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wisd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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