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원·달러 환율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완화 기대감에 1230원대로 떨어졌다. 환율은 1239원으로 출발한 후 하락 폭을 소폭 줄여 1240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243.5원) 대비 4.5원 내린 1239.0원에 개장했다. 이는 장중 저가 기준으로 지난해 5월 31일(1235.0원)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오후 1시 54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1242.00을 기록 중이다.
달러 가치가 꺾이고 원화 가치가 상승한 것은 Fed의 긴축 공포가 조금씩 완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6일(현지 시각) 발표된 미국 12월 고용지표에서 임금 상승률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여 Fed의 금리 인상 명분이 크게 약해졌다는 기대감이 확산했다.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앞두고 달러 강세가 크게 꺾이면서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한은의 운신폭도 다소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통위는 오는 1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5%대의 물가 상승률이 지속되면서 0.25%포인트 인상이 유력하다고 예상한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신년사를 통해 "국민 생활에 가장 중요한 물가가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돼 통화정책은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둔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와 다르게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하락했고, 올해는 경기침체가 본격화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시장에서는 달러가 약세로 꺾인 만큼 한은의 최종금리도 3.5% 수준에서 결정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기준으로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3명은 3.50%, 나머지 2명은 3.75% 이상을 고려하고 있다.
Fed는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금리 인상을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이번에 Fed가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25~4.5% 수준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에선 Fed가 2월에 이어 3월 FOMC에서도 0.25%포인트 인상에 나서 금리를 4.75~5%까지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최대 1.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투자자들은 오는 12일(현지 시각) 발표되는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주목하고 있다. 물가가 꺾였다는 증거가 명확하게 나타날 경우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12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6.6% 오르면서 전월(7.1%) 보다 둔화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에 이미 급락을 했기 때문에 낙폭 확대보다는 방향성을 탐색하는 보합권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며 "이 주 예정된 CPI 발표 전까지 등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