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진 전 부회장 복귀에 업계 일각 "명분 없다" 지적
안국약품은 어진 전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임시주주총회를 내년 1월 27일 개최한다. /남용희 기자 |
[더팩트|문수연 기자] 안국약품 오너 2세 어진 전 부회장이 10개월 만에 경영에 복귀한다. 불법 임상·리베이트 등 사법 리스트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복귀를 강행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안국약품은 어진 전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임시주주총회를 내년 1월 27일 개최한다.
어진 전 부회장은 지난 3월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에서 물러났다. 이후 안국약품은 원덕권 대표이사 선임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안국약품이 전문경영인 대표체제를 가동한 건 1969년 설립 이후 처음이었다. 창업자인 고(故) 어준선 명예회장은 1969년부터, 어진 전 부회장은 1998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회사를 이끌었다. 어 전 부회장은 창업주의 장남으로 회사의 최대 주주이다.
당시 안국약품은 "(어 부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사법 리스크'로 인한 부담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어진 전 부회장은 현재 불법 임상시험 혐의와 불법 리베이트 혐의를 받고 있다.
어진 전 부회장은 지난 2016년 1월 식약처 승인 없이 중앙연구소 직원 16명에 개발단계에 있던 혈압강하제 약품을 투약하고 이듬해 6월 중앙연구소 직원 12명에 개발 중이던 항혈전응고제 약품을 투여해 임상시험을 한 혐의를 받는다.
이와 관련 지난 8월 17일 1심 선고가 열렸으며, 어진 전 부회장은 징역 10개월을 선고 받았다. 어 전 부회장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 외에도 어 전 부회장은 의사 85명에게 89억 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한 혐의로 2019년 7월 기소돼 제판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 안국약품 직원이 리베이트 제공 사실을 인정하면서 힘겨운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안국약품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가동한 뒤 흑자 전환하는 등 호실적을 기록했다. /더팩트 DB |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어진 전 부회장이 복귀를 강행하자 업계 일각에서는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국약품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뒤 호실적을 기록했는데, 재판과 행정처분이 잇따르면서 실적에 대한 염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국약품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95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억 원에서 29억 원으로, 순이익은 -6억 원에서 25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하지만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국약품의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된 총 82개에 해당하는 의약품에 대해 3개월 판매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보건복지부의 약가 인하와 급여 삭제 등 관계 당국의 행정처분이 잇따를 경우 실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안국약품은 어 전 부회장이 사내이사로만 복귀할 뿐,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안국약품 관계자는 "사내이사로 복귀하지만 대표이사는 맡지 않을 예정이다"며 "경영에도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