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제강 창업주 손자,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
홍종열 명예회장, 2017년 운전기사 갑질 의혹
고려제강 창업주의 손자 홍 모 씨가 대마초 투약, 소지 혐의로 구속됐다. 사진은 홍영철 고려제강 회장. /더팩트 DB |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철강기업 고려제강이 오너일가의 일탈 행위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최근 마약 사건에 연루된 재벌가와 연예인이 무더기로 구속된 가운데 고려제강 창업주 고 홍종열 명예회장의 손자도 포함됐다. 고려제강 창업주는 운전기사를 갑질했다는 의혹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고려제강은 특수선재 사업으로 성장한 전형적인 B2B(기업간 거래) 기업이지만 창업주의 후손들의 부도덕한 행위로 더 주목을 받는 모습이다.
서울신문은 고려제강 창업주의 손자 홍 모 씨가 대마초 투약, 소지 혐의로 구속됐다고 22일 단독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17일 밤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홍 씨를 체포하고 압수수색했다. 홍 씨는 소지하고 있던 대마는 모두 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씨는 고려제강과 관계없는 회사에서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고려제강 관계자는 "마약에 연류된 인물이 창업주의 손자는 맞지만 고려제강이나 계열사에 재직한 이력이 없다"며 "이번 사건으로 회사가 언급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홍 씨의 조부 홍종열 명예회장은 2017년 운전기사 갑질로 도마에 올랐다. 고려제강은 운전기사의 일방적인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지만 운전기사는 자신이 겪은 일이라며 상세하게 폭로했다. 당시 운전기사는 홍종열 회장의 부인으로부터 운전 업무 외 회장 자택 청소, 주방일, 각종 심부름 등의 지시를 받았고 한달 평균 휴일은 1~2일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또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고 창문청소를 하거나 초행길에 내비게이션을 켜지 못하게 하는 등 부당한 요구에 시달렸다고 했다.
◆ 고려제강 어떤 회사인가?
부산에 기반을 둔 고려제강은 철강선에서 스틸코드, 초전도선재 등 산업 전반에 필요한 각종 소재를 생산하며 국내 산업 발전의 한 축을 맡았다.
홍종열 명예회장은 1945년 부산 남포동에 고려상사(현 고려특수선재)를 설립하고 수산물 수출과 수산업 자재 수입을 시작했다. 고려상사에서 수입·판매하던 와이어로프가 어획량 증가에 큰 역할을 했고 홍종열 명예회장은 와이어로프의 국산화에 도전했다.
그는 무역업으로 자금을 마련하고 1961년 고려제강소(현 고려제강)를 설립했다. 고려제강소는 1965년 와이어로프 국산화를 성공했고 다음해 KS마크를 획득하며 품질을 인정받았다.
고려제강은 70년 동안 다양한 계열사를 갖추게 됐다. 고려제강은 계열사로 고려강선, 홍덕섬유, 케이에이티, 서울청과, 케이앤에스와이어, 키스톤론, 키스와이어홀딩스 등 24개의 연결대상 종속기업(9월 말 기준)을 두고 있다. 고려제강은 지난해 매출 1조6913억 원, 영업이익 985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1조5902억 원, 영업이익 1181억 원이다.
홍종열 명예회장은 4명의 아들에게 회사를 나누어 주었다. 장남인 홍호정 회장은 고려특수선재, 차남 홍영철 회장은 고려제강, 3남 홍민철 회장은 고려용접봉, 4남 홍봉철 회장은 에스와이에스리테일(전자랜드)을 맡았다.
고려제강은 현재 3세 승계 작업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홍영철 회장은 아들 홍석표 사장에게 지분을 증여하면서 최대주주 자리를 내주었다. 9월 말 기준으로 홍영철 회장은 지분 11.49%, 홍석표 사장은 20.07%를 보유 중이다.
jangb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