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조선, 철강업계가 올해 선박용 후판(두께 6mm 이상 철판)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양측이 공감하면서도 철강업체들은 조선업계가 요구하는 20% 인하는 과도하다는 견해다. 다만, 일부 조선업체에서 인하 폭을 축소해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등 극적으로 연내 타결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15일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은 철강사와 현재 하반기 후판 가격을 정하기 위해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번 후판 협상은 지난 7월 시작해 무려 6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2~3개월 안에 마무리된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 인하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철광석은 지난해 5월 역대 최고치인 톤당 233.10달러를 기록했지만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 10월 말 톤당 79.50달러까지 주저앉았다. 최근에는 톤당 112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양측은 인하 폭에서 이견을 보인다. 조선업계는 제품당 20%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철강업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견해다.
철강업계는 철광석 가격이 덜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 대비 원·달러 환율이 많이 오른데다, 태풍 '힌남노' 피해·화물연대 파업 문제로 생산량이 줄어들어 가격을 많이 내리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특히 내년에는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예상되면서 후판 가격 하락을 최대한 방어해야 내년 실적 감소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철강재는 크게 건설강재와 자동차 강판, 선박용 후판 등 세 가지 제품이 주력으로 판매되고 있다. 경기침체가 나타나 집값 하락이 나타나고 건설현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겅설강재 판매가 부진하고, 자동차 역시 판매가 위축돼 강판 판매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경기침체로 건설업이 부진하고 자동차 판매가 주춤하게될 경우 철강재 판매가 줄어들 수 있는데 그나마 조선업계는 3년치 일감을 확보해둔 상태라 제품 판매가 꾸준히 유지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만일 조선업계가 요구하는대로 가격을 20% 가까이 인하할 경우 수익성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선업계는 지난해 원재료 가격이 안정세였을 때도 인상된 금액을 냈고,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는 만큼 해당 부분을 고려해 인하 폭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선업계에 수주가 몰리고 일감을 확보했다해도 인건비 상승과 원·달러 환율 하락과 같은 요인으로 수익성이 예상만큼 높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당초 올해 말에 조선사들의 흑자 전환이 예상됐지만 상반기 후판 가격 상승으로 인해 흑자전환 시기가 내년으로 미뤄진 것"이라며 "후판가 인하 폭이 커져야 조선사들의 흑자전환 시기가 좀 더 빨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업체와 가격 인하 폭에 대한 협상에 진전이 있는만큼, 올해 안에 극적으로 타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중소형 조선사를 중심으로 인하 폭에 대한 잠정 합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곳도 몇 군데 나오고 있다"면서 "올해 안에 극적으로 협상이 마무리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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