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후보물질 도입, R&D 인력 확보 등 성장 기반 확대
SJ-600 등 핵심 파이프라인 임상 속도 내고, 라이선스 아웃도 추진
지난 10월 거래 재개에 성공한 신라젠이 SJ-600시리즈, BAL0891 등 신약 연구개발에 매진해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문수연 기자 |
[더팩트|문수연 기자] 지난 10월 거래 재개에 성공한 신라젠이 신약 연구개발에 매진해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신라젠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간담회를 열고 연구개발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김재경 신라젠 대표이사는 "아무리 유망한 물질이라 하더라고 중단,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유망 파이프라인을 하나에 의존하지 않고 추가로 지속 개발하는 노력은 신약 개발 회사의 중요한 일이다"며 "신라젠은 지난해 새로운 최대주주를 통해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자본을 확보했다. 우수한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해 전력을 다했으며 이제 결실을 맺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차세대 항암바이러스 SJ-600시리즈 임상 현황과 계획 공개
신라젠은 SJ-607 등을 비록한 SJ-600 시리즈의 연구 개발에 역량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SJ-607의 동물 전임상을 마무리한 단계로, 국제 학술지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내년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나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와 같은 최고 권위 학회에서도 관련 연구 결과를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회사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조기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도 추진한다.
신라젠은 정맥 투여 시 혈중 보체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기존 항암 바이러스의 한계를 SJ-600 시리즈는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라젠에 따르면 SJ-600 시리즈는 조체조절단백질 CD55를 바이러스의 외피막에 발현시켜 혈액 내에서 안정적으로 항암바이러스가 살아남을 수 있다. 정맥주사를 통해 전신에 투여할 수 있어 고형암은 물론 전이암까지 직접적으로 약물 전달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SJ-607은 대조 항암바이러스보다 5분의 1 이하의 적은 양으로도 동일한 항암 효과를 나타냈다.
앞서 진행한 동물 전임상에서 이같은 효과를 입증했다. CD55 단백질이 SJ-607 항암 바이러스 의 외피막에 선택적으로 발현되고 있음을 확인했으며, 항암바이러스의 혈청 내 안정성이 500% 이상 개선됐다.
SJ-607을 투여했을 떄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는 형성됐지만, 바이러스가 암세포를 감염시키고 사멸시키는 것을 방해하는 중화항체에 대한 내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중화항체로 인한 항암바이러스의 효능 감소가 없으므로 반복 투여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기적 투여가 가능할 경우 항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이쏙, 투여 농도를 감소시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천연두 예방주사나 최근 유행하는 원숭이 두창 예방 주사를 접종해 백시니아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가 임미 형성된 사람에게도 적용이 가능해진다.
김재경 신라젠 대표이사가 기업가치 제고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수연 기자 |
◆바실리아서 도입한 BAL0891, 미국과 한국서 임상 1상 진행
신라젠은 스위스 바실리아사로부터 기술 도입한 'BAL0891'의 미국 임상 1상을 시작하고, 환자 등록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신라젠은 이달 중 Mary Crowley Cancer Research(Dallas, USA)를 시작으로, Montefiore Medical Center(New-York, USA), OSHU Knight Cancer Institute(Portland, USA) 등 미국에 위치한 세 곳의 임상 사이트에서 환자 모집을 진행한다.
이미 임상 사이트를 확정한 만큼 임상 1상을 신속하게 진행해 신규 Cytotoxic 기전의 항암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를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신라젠은 삼중음성유방암(TNBC) 등 난치성 암종을 타깃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향후 혈액암(AML) 등 다양한 암종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도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 준비 중이며 국내 빅5 병원 중 일부와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신라젠은 두 가지 mitotic Checkpoint kinase TTK 와 PLK1을 저해하는 기전인 BAL0891의 전임상 결과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BAL0891은 전임상에서 TNBC, EAC, CRC, UC, GC, RCC 등 다양한 암세포주를 효과적으로 저해했으며, 경구 투여보다 정맥 투여에서 뛰어난 항암 효능을 나타냈다.
특히 BAL0891은 mitosis를 저해하는 파클리탁셀(paclitaxel)과 병용 시 시너지 항암 효능을 보였다. 실험에 사용한 암 모델은 BAL0891 및 파클리탁셀에 약한 정도로 반응하는 모델이지만, 두 약물의 병용에 의해 뚜렷한 항암효과를 볼 수 있었다. 또한 단독제제로서도 우수한 항암 효능을 보였다.
박상근 신라젠 전무는 "법인으로의 최대주주 변경,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력 확보, 커머스 사업을 통한 안정적 매출 확보로 경영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문수연 기자 |
◆'연구 중심' 신라젠으로 변화…"항암 신약 개발 선도하는 기업으로 우뚝설 것"
신라젠은 R&D 고급 인력을 확보하고 연구 중심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노바티스·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에서 임상 경험이 있는 마승현 최고의약책임자(CMO)를 비롯한 의사(MD) 3명을 포함해 R&D 인력을 40% 이상 늘렸다고 전했다.
박상근 전무는 "글로벌 3상 임상 진행 경험, 개발 가치 극대화를 위한 R&D 리더십 구성, R&D 조직 세분화와 핵심 인력 충원 등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법인으로의 최대주주 변경,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력 확보, 커머스 사업을 통한 안정적 매출 확보로 경영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주가와 관련해서 신현필 부사장은 "주가는 저희 회사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글로벌 주식시장이 침체인 점, 바이오 신약 기업은 성장주에 해당하는데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는 성장주에 투자하기 어려운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주가를 부양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신약 개발 회사는 임상 결과를 통해 매출을 발생시키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펙사벡이 이러한 수익구조로 성공했다면 신라젠이 이렇게까지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거다"라며 "이를 반면교사로 삼고 든든한 파트너를 찾아 3상에 도전하고 있다. 결국 라이센스 아웃을 성공시켜 승률 높은 경기에 도전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따.
김재경 대표는 "연구 인력을 확충하고 임상에 집중해 발 빠르게 글로벌 빅파마로 기술 이전을 추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며 "연구개발 인프라 확충, 인재 확보 등을 통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아낌없이 쏟아 기업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6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신라젠은 2020년 5월 은상 전 대표 등 전직 경영진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2020년 11월 기업심사위원회는 개선기간 1년을 부여했지만 올해 1월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지난 2월 6개월의 개선 기간을 부여하면서 연구개발(R&D) 분야 임상 책임 임원 채용, 비 R&D 분야 투명경영·기술위원회 설치,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를 통한 영업 지속성 확보 등을 요구했다.
신라젠은 위원회의 요구에 따라 R&D 인력을 충원하고 투명경영, 기술위원회도 출범했다. 지난달에는 스위스 제약사 바실리아로부터 항암 후보물질 'BAL0891'을 도입하면서 신약 파이프라인을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