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인 외관과 넓은 실내…뛰어난 차음성으로 소음 '제로(0)'
공인연비 뛰어넘는 13.5km/ℓ 기록…한 박자 느린 가속 아쉬워
현대차는 지난 8일 신형 플래그십 세단 '디 올 뉴 그랜저'의 미디어 시승행사를 열었다. /의정부=김태환 기자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현대자동차(현대차)'라는 브랜드를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형 세단 '그랜저'가 6년 만에 7세대 모델 '디 올 뉴 그랜저'로 돌아왔다. 1986년 처음 나온 1세대 그랜저를 오마주한 디자인과 다양한 첨단 사양을 탑재한 새 모델은 정식 판매 전 대기 수요만 10만 명이 넘을 정도로 예비 구매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출시 전부터 '역대급' 성적표를 받아든 '디 올 뉴 그랜저'를 향한 세간의 관심은 과연 과한 기대로 끝날까, 아니면 더 큰 만족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지난 8일 경기도 하남에서 열린 '디 올 뉴 그랜저'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디 올 뉴 그랜저' 전면, 후면, 측면의 모습. /김태환 기자 |
이날 시승차는 3.5 캘리그래피 풀옵션 모델이었다. 먼저 디자인을 살펴보면, 전면은 수평형 램프와 더불어 전면 대부분을 덮는 그릴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출시 전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게시판이나 SNS에서 '세단형 스타리아'로 불리기도 했지만, 실제로 신차의 얼굴은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웅장하고, 세련미가 느껴진다. 특히 플라스틱 소재 느낌이 없이 크롬처럼 반짝이는 그릴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잘 살렸다. 후면 리어램프는 일자로 쭉 이어지면서 전면의 수평형 램프부터 이어지는 연속성이 느껴졌다. 지붕이 자연스럽게 유선형으로 떨어지면서 단정하고 우아하다는 인상을 줬다.
이번 신형 모델에는 과거 그랜저 XG처럼 프레임리스 도어가 장착됐다. 문틀이 없어 창문을 다 내리고 문을 열면 아래쪽 문만 열리게 된다. 문 손잡이는 주행시 들어가 있다가 문을 열 때 밖으로 나오는 '오토 플러시 도어 핸들'이 적용됐다.
'디 올 뉴 그랜저'의 '오토 플러시 도어 핸들'을 사이드 미러로 확인한 모습. 문 손잡이가 주행시에는 내부로 수납됐다가, 문을 열 때 밖으로 튀어 나온다, /김태환 기자 |
운전석에 앉자 몸이 푹 아래로 꺼지는 느낌을 받았다. 현대차 측에선 탑승자를 편안하게 감싸는 랩 어라운드(Wrap around)를 적용했다고 설명한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처럼 높은 차량을 운전해왔다면 오히려 불편함이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여기에 핸들도 상당히 크기 때문에 시트 포지션을 꽤 많이 높이고 나서야 어느 정도 시야가 확보됐다. 탁 트인 개방감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될 수도 있겠다.
운전석 시트는 마치 '버킷 시트'와 같이 양 옆이 툭 튀어나와 몸을 안정적으로 잡아줬다. 뒷좌석은 앞좌석과 비교해 양 옆이 덜 튀어나와 있었다. 핸들은 1세대 그랜저의 디자인을 오마주했다. 현존하는 다른 현대차 모델에서는 보기 힘든 T자형 모양의 디자인이 인상적이었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클락션 부분이 매우 두텁게 설계됐다보니 U턴을 하거나 주차할 때, 핸들 아래쪽 두터운 부분을 잡게 되면 조작감이 다소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운전석에서 바라본 그랜저 실내의 모습. 1세대 그랜저 핸들을 오마주한 'T자형' 핸들이 인상적이다. /김태환 기자 |
실내 중앙부에 탑재된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는 계기판부터 내비게이션까지 일체감 있게 이어져있다. 기어봉은 핸들 옆에 장착됐고, 기어박스가 빠진 공간은 넉넉한 수납공간으로 새롭게 디자인됐다. 공조 컨트롤러는 10.25인치 터치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시트 열선과 통풍, 핸들 열선 등의 기능을 터치 방식으로 제어할 수 있다. 물리버튼이 없어지면서 다소 불편할 것 같았지만 의외로 큰 차이가 없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공조 화면이 수직으로 세워져 있지 않고 대각선으로 누워있어, 위에서 아래로 손가락을 내리며 버튼을 누를 수 있어 편리했다. 누를 때마다 살짝 진동이 오는 '햅틱' 기능으로 인해 마치 물리버튼을 누르는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뒷좌석 공간은 말 그대로 넉넉했다. 앞좌석 시트를 최대한 뒤로 밀어도, 키 175cm 기준으로 레그룸 공간이 확보가 됐다. 무릎과 앞좌석 사이 공간이 주먹 약 3개가 남을 정도로 공간이 비었다.
디 올 뉴 그랜저의 진짜 매력은 '서 있을 때'보다 '달릴 때' 제대로 느껴졌다. 특히, 정숙성 부분에서 만큼은 흠잡을 데가 없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렀는데도 엔진음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전기차로 착각할 만큼 조용했다. 주행을 시작하고, 엔진 분당회전수(rpm)를 2000까지 올리자 그제서야 조용히 '우웅'하고 소리를 냈다. 시속 100km까지 속력을 높여도 외부에서 들어오는 풍절음이 거의 없었고,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리도 작았다.
시승차는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3.5 버전으로 최고 출력 300PS, 최대 토크 36.6kg·/f, 공인 복합연비는 ℓ당 10.4km다. 주행 중에 힘이 부족하다거나 버겁다는 느낌은 단 한번도 느껴지지 않았다. rpm이 2000을 넘어가는 일이 거의 없었고, 엔진소리가 나지 않았다. 간혹 차량을 추월하거나 가파른 오르막을 만나면 그제서야 rpm이 2000을 넘기며 엔진소리가 조금씩 차내로 유입됐다.
'디 올 뉴 그랜저'는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정숙성을 갖췄다. /김태환 기자 |
다만,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즉각 반응하지 않고 한 박자 느리게 반응했다. 부드러운 주행감각을 제공하려고 일부러 이렇게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속력을 즐기는 운전자라면 답답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랜저가 소위 '밟으면서 타는 차'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주행모드는 '에코', '노말', '스포츠', 눈길용 모드인 '스노우' 등 4가지로 구성됐다. 스포츠모드로 전환해도 가속페달 반응이 크게 차이난다는 느낌은 없다. 여전히 반박자에서 한박자 느리게 엔진이 반응했다. 다만 노말모드와 같은 깊이로 페달을 밟아도 rpm은 2~3배 더 높게 치솟았고, 치고 나가는 가속력이 더 늘어났다. 페달에서 발을 떼도 일정수준 이상 높은 rpm이 유지되면서 엔진이 계속 돌아가면서 재가속할때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주행감은 지금까지 주행해 본 그랜저 시리즈 가운데 단연 독보적이다. 가장 부드럽고, 안정적이었다. 그랜저TG(4세대)처럼 마냥 물렁하지만은 않고 그랜저HG(5세대)만큼의 딱딱하지도 않았다. 4세대와 5세대 사이 어느지점의 하체세팅을 가져온 것 같았다. 과속방지턱이나 도로 요철을 아주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타고 넘었으며 흔들림이나 출렁임 없이 딱 잡아줬다. 전방 카메라와 내비게이션을 통해 노면 정보를 확인하고 서스펜션을 제어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 같다.
디 올 뉴 그랜저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전방 충돌방지 보조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고속도로 주행 보조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 △안전 하차 보조 등이 장착된다.
특히 차로 유지 보조가 운전에 깊게 개입했다. 실선을 밟으면 핸들이 '드르륵'하며 진동이 울려 경고를 줬다. 내비게이션에 기반해 구간단속에서는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했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앞차가 다소 급하게 제동을 해도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느낌 상으론 주행 중 돌발 상황과 주변 사물을 모두 인식하는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 3' 수준까지 도달한 것 같았다.
올 뉴 그랜저의 판매 가격은 파워트레인별로 △가솔린 3716만 원 △하이브리드 4376만 원 △LPG 3863만 원으로 책정됐다. /김태환 기자 |
연비도 나쁘지 않았다. 고속도로에서 80~100km 속력 정속주행을 진행하고 하남시와 의정부시 도심 구간을 주행한 결과, 연비는 13.5km/ℓ를 나타냈다. 공인복합연비인 10.4km/ℓ를 뛰어넘는 수치였다. 스포츠모드로 속력을 낸 이후부터는 7.9km/ℓ를 기록했다.
디 올 뉴 그랜저의 판매 가격은 파워트레인별로 △가솔린 3716만 원 △하이브리드 4376만 원 △LPG 3863만 원으로 시작된다. 옵션에 따라 5700만 원까지 가격이 껑충 뛰어오를 수 있다. 이전 세대 모델보다 트림별로 약 500만 원 비싸졌다. 소비자들의 판단 기준에 따라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