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빨리 올 줄 몰라…얼떨떨"
"'100년 신한' 위해 지속가능경영 펼칠 것"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8일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신한은행 제공 |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회장 후보) 면접을 준비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굉장히 얼떨떨하고 당황스러웠다."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8일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이날 회장 후보로 낙점된 진옥동 내정자는 이같은 소감을 밝혔다.
전체 사외이사 투표 결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만장일치로 임기 3년의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선정됐다.
성재호 회추위원장은 이날 회추위 회의를 마친 뒤 "불확실한 미래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과 함께 그룹 내외부의 에너지를 축적하고 결집시키는 리더십을 갖춘 후보가 신한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후보가 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이를 기반으로 진옥동 현 신한은행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퇴근길 기자들을 만난 진옥동 내정자는 짧게 소회를 전했다. 그의 특유의 여유로움은 온 데 간 데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진옥동 내정자는 "'100년 신한을 위해 바닥을 다지라, 베이스를 만들라'는 조용병 회장의 뜻과 사외이사들의 뜻으로 큰 사명을 준 것 같아 무거움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면접 PT에서도 말했듯이 앞으로 신한이 지속가능경영을 통해 고객, 직원들, 주주 그리고 이 사회에 책임 있는 기업시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최우선 과제는 '신뢰 회복'…'100년 신한' 만들기 위해 지속가능경영 펼칠 것"
진옥동 내정자는 신한금융의 최우선 과제로 '신뢰 회복'을 꼽았다.
진옥동 내정자는 "(사모펀드 관련) 믿고 거래해준 고객들에게 많은 상처를 드렸다"라며 "신뢰 회복이 제일 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더 깊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진옥동 내정자는 '지속가능경영'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진옥동 내정자는 "지속가능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재무적 이익의 크기보다는 사회에서 그 기업이 오래가기 위한 존재 이유가 있어야 한다"라며 "지금 시대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내부통제, 고객보호, 소비자보호 부분이 가장 크게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진옥동 내정자는 부회장직 신설에 대해서는 확실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조용병 회장과 아직 구체적으로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라며 "앞으로 조직 운영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 회장과 협의를 하면서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직개편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진옥동 내정자는 "조직개편 필요성 부분은 이미 신한금융지주 사내이사로 일을 해왔기 때문에 전혀 이견이 없다"며 "조직개편은 진행할 예정이고, 사후 인사 등은 조 회장과 협의를 해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진옥동 내정자는 신한금융의 최우선 과제로 '신뢰회복'을 꼽았다. /이선영 기자 |
◆ 대표적 '고졸신화·일본통'…리딩뱅크 탈환 기여 등 남다른 경영능력 발휘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차기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그가 걸어온 길도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상고 출신인 그가 금융지주 회장직까지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61년생인 진옥동 내정자는 서울 덕수상고(현 덕수고)를 졸업하고 1980년 기업은행에 입행했으며 6년 뒤인 1986년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뒤늦게 한국방송통신대와 중앙대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땄지만, '고졸신화'라는 평가는 뒤따랐다. 신한금융 역대 회장 중 고졸 출신은 라응찬 전 회장 이후 처음이다. 한동우 전 회장은 서울대, 조용병 회장은 고려대 출신이다.
금융권에서는 '일본통'인 진옥동 내정자가 재일교포 이사와 주주들의 지지를 얻어 차기 회장에 내정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조용병 회장 이전까지 신한금융 회장직은 주로 오사카지점장 출신들이 맡아왔다.
진옥동 내정자는 1997년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지점에서 근무했으며 장기간 일본 지점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2년 한국으로 돌아와 신한은행 여신심사부, 국제업무팀을 거쳤지만 2008년 다시 일본으로 건너갔다.
오사카지점장을 역임한 진옥동 내정자는 2009년 신한은행의 첫 해외법인인 SBJ(Shinhan Bank Japan)은행이 출범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후 2011년 일본 SH캐피탈 사장, 2014년 SBJ은행 부사장, 2015년 SBJ은행 법인장을 역임했다.
진옥동 내정자는 10여 년 동안 일본에서 일하며 다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재일교포 주주들의 신임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에서 보여준 성과를 바탕으로 진옥동 내정자는 2017년 1월 신한은행 부행장(경영지원그룹장)직을 맡으며 국내로 복귀했다. 이는 두 단계를 건너뛴 그야말로 '파격 승진'이었다. 같은 해 3월에는 신한금융 부사장에도 발탁됐다.
이후 2019년 신한은행장으로 선임됐으며, 4년간 '리딩뱅크'로서의 신한은행 지위를 공고히 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연속으로 달성하는 등 남다른 경영능력을 발휘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진옥동 내정자는 내년 3월 신한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회장으로 취임하게 되며, 3년의 임기를 부여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