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오너 일가 외 사상 첫 여성 CEO 배출
'실용주의·성과주의' 인사 기조 뚜렷
삼성과 SK, 현대자동차, LG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이 2023년 정기 사장단과 임원인사를 통해 3040세대 인재들을 대거 승진자 명단에 포함시켰다. /더팩트 DB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삼성과 SK, 현대자동차, LG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이 내년도 정기 사장단과 임원인사를 매듭지었다. 그룹별 승진 규모에는 차이가 있지만 안정보다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젊은 리더 발탁하는 인사 기조는 같았다. 경영 안정을 도모하면서도 갈수록 커지는 대외 환경 속에 신사업을 주도할 미래형 인재를 일찌감치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5일과 6일 2023년도 정기 사장단인사와 임원인사를 차례로 단행했다. 이로써 가장 먼저 인사를 매듭진 LG를 비롯한 4대그룹의 내년도 인력 구성 윤곽이 모두 드러났다.
삼성전자 2023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서 1980년대생으로 상무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배범희 생산기술연구소 하드웨어기술그룹 상무(왼쪽)와 이병일(39) 메모리사업부 플래시 PA1팀 상무. /삼성전자 제공 |
◆ 30대 '상무', 40대 '부사장' 세대교체 가속
특히, 내년도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3040 리더들이 대거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먼저 LG는 신규 임원 114명 가운데 92%를 1970년 이후 출생자로 채웠다.
최연소 임원은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하며 데이터 플랫폼 구축, 스마트 가전과 '씽큐(ThinQ)' 앱의 성능 향상 등에 이바지한 우정훈(39) 수석전문위원이다.
삼성전자 역시 30대 상무(3명)와 40대 부사장(17명) 등 젊은 리더를 전면 배치했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서는 '갤럭시 S' 시리즈와 폴더블폰 등 주력 제품 하드웨어 개발을 주도한 문성훈(48) MX사업부 전략제품개발1그룹장(부사장)이 승진했다. 아울러 세계 최초로 RF 신호 전송, 플렉서블 PCB 등 미래 주력기술을 확보하는 데 이바지한 배범희(37) 생산기술연구소 하드웨어기술그룹 상무가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서는 모뎀 시스템 전문가로 5세대 이동통신(5G) 모뎀 제품 경쟁력 제고에 이바지한 시스템LSI사업부 모뎀개발팀장 이정원(45) 부사장이 진급했고, 플래시 제품개발 전문가인 이병일(39) 메모리사업부 플래시 PA1팀 상무도 승진했다.
'3040세대 승진자'들이 공통점은 기술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도 이번 인사에 대해 "글로벌 경제 불황에 따른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한발 앞서 도전적으로 준비하고 과감하게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을 수 있도록 젊은 리더와 기술 분야 인재 발탁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LG생활건강은 2023년 정기 인사에서 코카콜라음료 이정애 부사장을 그룹 내 첫 여성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CEO로 내정했다. /LG생활건강 제공 |
◆ 얇아지는 '유리천장'…삼성·LG 사상 첫 여성 CEO 배출
오너 일가를 제외한 여성 최고경영자(CEO)의 탄생도 주요 그룹 정기 인사의 특징으로 꼽힌다.
LG는 이번 정기 인사에서 코카콜라음료 이정애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LG생활건강의 CEO 자리를 맡겼다. 아울러 지투알 박애리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 CEO에 선임됐다. 4대 그룹 상장사 가운데 오너 일가를 제외한 여성 CEO가 선임된 첫 사례다.
여성 임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박진남 LG디스플레이 구매그룹장 전무, 김진경 LG에너지솔루션 업무혁신담당 상무, 최유라 LG에너지솔루션 ESS사업부 마케팅3담당 상무, 최은아 LG에너지솔루션 신뢰성품질담당 수석전문위원(상무), 정숙경 LG유플러스 기업부문 기업영업2그룹 글로벌영업담당 상무, 송혜린 LG CNS CTO 산하 수석전문위원(상무), 안현정 LG CNS CTO 어플리케이션아키텍처담당 상무 등이 이번 임원 인사에서 신규 선임됐다.
'실력 있는 인재'를 강조한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이후 LG의 여성 임원 수는 2018년 29명에서 이번 인사를 통해 64명으로 무려 그 수가 두 배 이상 늘었다.
SK그룹에서는 이커머스 기업 11번가에서 첫 여성 CEO가 배출됐다.11번가는 이번 정기 인사에서 안정은 최고운영책임자를 신임 CEO에 내정했다. /11번가 제공 |
SK그룹에서는 이커머스 기업 11번가에서 사상 첫 여성 CEO가 탄생했다. 11번가는 안정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신임 CEO에 내정했다. 야후·네이버·쿠팡 등을 거친 이커머스 전문가로 꼽히는 안 CEO는 11번가 익일배송 서비스 '슈팅배송'을 비롯한 다양한 신규 서비스 기획과 론칭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이영희 DX부문 글로벌마케팅센터장 부사장을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 신임 사장은 로레알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로 2007년 삼성전자에 입사후 갤럭시 마케팅 성공 스토리를 만들고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 제고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이번 정기 사장단인사에서 이영희 DX부문 글로벌마케팅센터장 부사장을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사상 첫 비오너 일가 여성 CEO를 배출했다. /뉴시스 |
아울러 임원 인사에서는 이금주 DS부문 반도체연구소 D램 공정개발팀 부사장 승진자를 비롯해 안희영 DX부문 VD사업부 Service PM그룹장 상무, 한글라라 DX부문 VD사업부 구매3그룹장 상무, 손영아 DX부문 중남미총괄 코스타리카지점장 상무, 왕지연 DX부문 MX사업부 CX전략그룹장 상무, 김세진 DX부문 MX사업부 마케팅전략그룹장 상무, 안주원 DX부문 경영지원실 기획팀 전략그룹 상무, 강보경 DS부문 S.LSI사업부 Design Platform개발팀 상무, 송보영 DS부문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DRAM PIE2그룹 상무 등 9명의 여성 승진자를 배출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세대교체에 나선 각그룹 총수들이 성별과 나이는 물론 국적에 상관없이 인재를 중용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낸 만큼 '실용주의', '성과주의' 인사 기조는 앞으로도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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