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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핫플레이스' 돼버린 총수 자택…기업인 이웃은 뭔 죄?
입력: 2022.12.04 13:00 / 수정: 2022.12.04 13:19

밤낮없는 고성과 비난, 선정적 현수막에 멍드는 주택가
은마 재건축위 일부 주민들, 한남동 주택가 통행길 점유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지난달 12일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자택 앞에서 GTX-C 노선 우회안 수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은마 재건축 추진위원회 유튜브 채널 동영상 캡처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지난달 12일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자택 앞에서 GTX-C 노선 우회안 수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은마 재건축 추진위원회 유튜브 채널 동영상 캡처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기업인의 집이라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벌어지는 집회에 기업은 물론 해당 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일부 주택가에서는 밤낮없이 울리는 고성과 선정적인 현수막 문구 등으로 어린아이를 비롯해 주민들이 심각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4일 주택·정비 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지난달 12일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자택 앞에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우회안 수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은마아파트 지하 약 60m 깊이를 관통하는 삼성역에서 양재역으로 이어지는 구간 공사 계획을 전면 재수정하라는 게 시위의 이유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설명회까지 열고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시위는 진행형이다.

그러나 정작 국책사업인 GTX-C 노선 사업의 주체는 국토교통부(국토부)와 현대건설이다. 앞서 국토부 사업 발주 이후 지난해 6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결국 엉뚱한 곳에서 벌어지는 시위에 한남동 주택가 시민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시위 방식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추진위 측이 준비한 대형버스에서 내린 수백여 명의 사람들은 재건축 추진위원회라는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도로에서 행진하며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했다.

이들은 주택가 곳곳에서 마이크를 쥔 사람의 구령에 따라 "은마 관통 결사반대"를 외치고, "함성"이라는 구호에 맞춰 다 같이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시위 주체는 추진위가 모집한 시위대로 이 같은 행위는 매일 반복되고 있다.

GTX-C 노선 사업의 주체는 국토부와 현대건설이지만, 추진위가 정작 사업과 무관한 정의선 회장 자택에서 시위를 이어가면서 주택가 시민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GTX-C 노선 사업의 주체는 국토부와 현대건설이지만, 추진위가 정작 사업과 무관한 정의선 회장 자택에서 시위를 이어가면서 주택가 시민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시위의 명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시위대 측은 '정의선 회장에게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서 시위에 나서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시위를 벌이는 시간은 직장인들이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시간대에 이뤄지고 있어 GTX와는 관련 없는 한남동 시민들만 피해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매일 접하는 거친 비방글과 시위 소리로 스트레스가 극심하고 자녀 교육에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주민들의 하소연도 이어지고 있다. 해당 지역 빌라 관리사무소 한 직원은 "이들이 동네 주민들의 생활을 방해하면서 주민들의 민원이 수십 건씩 들어온다"고 말했다.

기업 총수를 비롯한 기업인의 자택 앞에서 벌어진 '민폐 시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20년에는 적폐청산국민운동이라는 시민단체가 배드민턴장을 무상으로 지어달라며 서울 한남동 이명희 신세계 회장 자택 앞에서 수차례 집회를 벌였다. 이마트가 매입한 부지에 과거 배드민턴장이 있었으니 이마트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시위의 이유였다.

같은 해 5월에는 한 시민단체가 서울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자택 앞에서 돗자리를 깔고 술을 마시며 삼겹살을 구워 먹는 소위 '삼겹살 폭식 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삼겹살을 굽기 위해 가스버너, 상추, 쌈장, 캔맥주, 소주 등을 사전에 준비한 것은 물론 심지어 기타를 치고 노래도 불렀다. 이웃 주민의 민원으로 공무원이 출동했지만, 이들은 사진을 찍는 구청 직원을 향해 "피해가 심하면 개인적으로 소송을 걸어라", "초상권을 침해하지 말라"며 폭식 투쟁을 이어갔다.

이외에도 2018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자택, 2019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자택, 올해 초 이재현 CJ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도 시위가 잇따랐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기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불법 폭력 시위 적발 건수는 251건으로 이미 지난 4년 평균치인 246건을 이미 넘어섰다. /뉴시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기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불법 폭력 시위 적발 건수는 251건으로 이미 지난 4년 평균치인 246건을 이미 넘어섰다. /뉴시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기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위반한 불법 폭력 시위 적발 건수는 251건이다. 이는 지난 4년 평균치인 246건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이대로라면 297건의 집시법 위반 사건으로 549명이 검거됐던 2021년을 넘어 최근 5년 내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도를 넘은 '민폐 시위'가 끊이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도 존중하는 시위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남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기업인의 이웃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음과 폭언 등으로부터 무분별하게 노출돼야 한단 말이냐.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사생활 평온을 방해할 자격이 없다"며 "(시위 주체들은) 자신들의 권리가 소중하다면, 집에서 평소대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싶은 이곳 주민의 권리도 소중하다는 점을 시위대가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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