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투자증권, 헤리티지펀드 3907억 원 판매
신한투자증권이 독일 헤리티지펀드의 투자원금을 100% 반환하라는 금융당국의 결정에 또 다시 사모펀드 관련 실적저하 우려에 휩싸였다. 신한투자증권은 총 펀드 판매 규모인 4835억 원 중 3907억 원을 판매한 최다 판매사다. /신한투자증권 제공 |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신한투자증권이 독일 헤리티지펀드의 투자원금을 100% 반환하라는 금융당국의 결정에 또다시 사모펀드 관련 실적저하 우려에 휩싸였다. 이번 결정이 올해 금융지주간 경쟁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지 시선이 모인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독일 헤리티지펀드 판매사들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회(분조위)로부터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결정이 담긴 통보문을 받았다.
분조위는 지난 21일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독일 헤리티지 펀드를 판매한 금융사들에게 관련 분쟁조정 신청 6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 운용사와 판매사를 통해 상품에 가입한 일반투자자에게는 사실상 중과실이 없다고 본 것이다.
분조위는 판매계약이 취소됨에 따라 판매사가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할 것을 결정했다. 6개 금융사가 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투자원금은 4300억 원에 달한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이같은 결정이 가장 무겁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신한투자증권은 총 펀드 판매 규모인 4835억 원 중 3907억 원을 판매한 최다 판매사다. 이어 NH투자증권(243억 원), 하나은행(233억 원), 우리은행(223억 원), 현대차증권(124억 원), SK증권(105억 원) 순으로 판매했다.
신한투자증권이 조정안을 받아들이고 충당부채를 추가로 인식하게 된다면 올해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의 3분기 말 기타충당부채는 3785억 원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사모펀드 부실판매 관련 배상 손실을 '기타충당부채'라는 항목에 설정하고 있다. 충당부채는 재무제표에 인식하는 시점에 비용으로 포함되며 손익계산서에 반영된다.
신한투자증권의 기타충당부채 중 독일 헤리티지펀드 관련 인식 비용은 2272억 원에 이른다. 신한투자증권은 앞서 2020년 3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헤리티지펀드 투자자들에게 50%를 가지급했으며 올해 3분기까지 가지급 금액은 1889억 원이다. 라임펀드와 관련해선 657억 원을 지급했고, 미지급된 금액과 분조위의 원금 전액 반환 결정에 따른 추가 지급 예상액 521억 원을 추가로 기타충당부채에 계상했다.
이번 분조위의 전액 반환 결정에 따라 신한투자증권이 헤리티지 관련 충당부채를 추가로 인식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신한금융은 3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20.8% 증가한 1조5946억 원을 기록했다. KB금융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2713억 원이었다. /더팩트 DB |
사모펀드 충당금 영향이 지주간 경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지 주목된다. 지난 3분기까지 신한금융그룹은 KB금융그룹을 제치고 3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한 상태다.
신한금융은 3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20.8% 증가한 1조5946억 원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 실적은 전년 대비 21.2% 성장한 4조3154억 원이다. 이는 자회사 신한투자증권의 사옥 매각 차익과 은행 이자이익 증가 효과 등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KB금융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2713억 원, 누적기준 4조279억 원을 기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라임펀드 관련 비용으로 당기순이익이 1545억 원에 그치면서 지주 기여도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다만, 지난 3분기에는 신한투자증권의 사옥 매각 이익이 반영돼 순이익이 55.2% 증가, 순이익 비중은 10.3%에서 13.2%로 늘었다. 3분기 기준 지주간 순이익 격차는 3000억 원가량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젠투펀드, 팝펀드 등 또 다른 사모펀드 관련 이슈와도 얽혀있어 이들 펀드에 따른 비용이 추가된다면 향후 실적에 막대한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젠투펀드의 경우 환매중단된 1조125억 원 중 신한투자증권 판매분이 4200억 원에 달한다.
판매사들이 분조위의 조정안을 접수한 뒤 20일 내에 조정안을 수립하면 조정이 성립된다. 신한투자증권이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고 소송전으로 흘러갈 경우 여러 변수로 인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조정안 수락 여부는 통지서를 받은날로부터 20일 이내에 통보하고,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통보할 예정이다"며 "통지서는 29일 받았으며 향후 이사회 일정 등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기타충당부채의 추가 인식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부분이기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신한금융지주가 연말까지 수익차이를 늘리면서 이대로 업계 1위 자리를 지켜낼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비은행 계열사의 영향만 놓고 본다면 증권 계열사의 부진은 업계 전반적인 상황이며, 3분기까지 신한투자증권의 지주 순이익 비중(13.2%)은 KB증권(7.6%)을 크게 웃돌고 있다. KB국민카드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523억 원으로 15.9% 줄었다.
지주간 실적으로는 신한금융이 지난해 대비 20% 넘게 상승한 3분기 누적 순이익을 시현한데 반해 KB금융은 이에 크게 못미치는 성장률(6.8%)을 보였다.
pk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