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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아래 통과 안 돼" vs "집 앞에 정차시켜"…몸살 앓는 GTX 사업
입력: 2022.11.29 13:38 / 수정: 2022.11.29 14:11

GTX 사업 둘러싼 지역이기주의에 경제·사회적 손실 '눈덩이'
전문가들 "공익 외면한 무분별한 요구, 다수 시민이 볼모"


내년 2분기에 착공해 2028년 1분기 개통 예정인 GTX-C 노선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부 주민들의 우회안 요구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더팩트 DB
내년 2분기에 착공해 2028년 1분기 개통 예정인 GTX-C 노선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부 주민들의 우회안 요구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서울과 경기도 주요 지점을 연결하는 초대형 국책사업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이 지역이기주의에 단단히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29일 국토교통부(국토부)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내년 2분기에 착공해 2028년 1분기 개통 예정인 GTX-C 노선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부 주민들의 우회안 요구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경기도 수원과 양주를 연결하는 GTX-C 노선은 삼성역~양재역 구간에서 은마아파트 하부를 지나는 형태로 계획됐다. 정부가 이 같은 노선 계획을 공식화하며 사업을 발주했고,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2021년 6월 정부안을 준용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일부 주민들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공식 견해와 건설 전문가들, 시공사의 설득에도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수정안을 요구, 사업 추진을 가로막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강남구민회관에서 GTX-C 은마아파트 간담회를 개최했지만, 우회안을 고수한 은마아파트 측은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동률 기자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강남구민회관에서 'GTX-C 은마아파트 간담회'를 개최했지만, 우회안을 고수한 은마아파트 측은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동률 기자

특히, 370여 명에 달하는 은마아파트 일부 주민들은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해당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이 아닌 일반 주택가에서 현수막과 피켓은 물론 확성기 등을 사용해 장기간 시위를 지속하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절대 내 집 아래는 통과 못 한다(NIMBY, Not In My Backyard)"며 건설을 방해하거나 "반드시 내 집 앞에 정차해야 한다(PIMFY, Please In My Frontyard)"며 결사 투쟁을 외치는 일부 지역 주민들의 무분별한 요구에 경제·사회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은마아파트 일부 주민들의 막무가내식 요구로 인해 노선안 확정이 미뤄지면서 설계 등 착공을 위한 제반절차도 여의치 않아 내년 착공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아울러 은마아파트 일부 주민들의 요구대로 사업이 수정될 경우 추가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해 상당 부분을 이용자들이 부담하게 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린 GTX-C 은마아파트 간담회에서 은마아파트 구간의 공법은 기존 GTX-A, 한강 터널 등 도심 한가운데를 이미 지나가며 안전성이 검증된 공법이라며 일방적인 선동이 계속된다면 국토부가 행정조사 및 사법적 수단까지 강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동률 기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린 'GTX-C 은마아파트 간담회'에서 "은마아파트 구간의 공법은 기존 GTX-A, 한강 터널 등 도심 한가운데를 이미 지나가며 안전성이 검증된 공법"이라며 "일방적인 선동이 계속된다면 국토부가 행정조사 및 사법적 수단까지 강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동률 기자

최근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GTX-C 사업노선 주민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에서 "GTX-C 관련 모든 안전 문제에 대해 국토부가 책임을 지겠다"며 "특히 은마아파트 구간의 공법은 기존 GTX-A, 한강 터널 등 도심 한가운데를 이미 지나가며 안전성이 검증된 공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인 선동이 계속된다면 국토부가 행정조사 및 사법적 수단까지 강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GTX-C 노선과 관련 왕십리역 신설을 두고 인근 역인 청량리역 주민들과 왕십리역 주민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청량리역 등 기존 10개역 이외에 왕십리역과 인덕원역이 추가 신설역으로 유력하게 검토되자 청량리역 주민들이 '원안사수'를 외치며 반대하고 나섰다. 정차역이 늘어날수록 '완행열차' 수준이 되고 개통이 지연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지만, 관련 업계와 시장에선 GTX 노선 역 신설에 따른 집값 영향 때문이라는 해석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지역이기주의에 곤욕을 치른 건 2018년 건설에 착수한 GTX-A도 마찬가지다. 서울 청담동 주민들의 강한 반발이 강남구의 굴착 허가 거부로 이어지면서 공사가 1년여 동안 사실상 중단된 바 있다. 파주 운정과 동탄을 연결하는 GTX-A 전체 6개 공구 가운데 청담동이 속한 지역만 공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GTX-B 노선의 경우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계속 유찰되며 계획된 착공 일정에 차질이 유력해진 상황에서도 역위치를 두고 남양주시와 인천시의 역 신설 및 이전 요구에 난항을 겪었다. /인천시 제공
GTX-B 노선의 경우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계속 유찰되며 계획된 착공 일정에 차질이 유력해진 상황에서도 역위치를 두고 남양주시와 인천시의 역 신설 및 이전 요구에 난항을 겪었다. /인천시 제공

해당 노선은 청담동 주민들의 요구대로 노선을 변경할 경우 2023년 완공목표를 지키지 못하는 것은 물론 2000억 원에 달하는 추가 공사비가 소요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시공사인 SG레일은 강남구청을 상대로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2020년 5월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가 시공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가까스로 공사를 시작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예상 완공 시점은 2024년 6월로 늦춰졌다.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계속 유찰되며 계획된 착공 일정에 차질이 유력해진 GTX-B 노선은 사업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역위치를 두고 남양주시와 인천시의 역 신설 및 이전 요구에 난항을 겪었다. 구리시는 여전히 갈매역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익을 외면한 무분별한 요구들로 국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다수 시민이 볼모가 되고 있다"며 "국책사업이 사적 이익에 휘둘리지 않고 공익을 우선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성숙한 시민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날 은마 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입주자대표회의 운영의 적정성을 감독하기 위해 관계기관 합동 행정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강남구청, 외부전문가(변호사·회계사), 한국부동산원과함께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오는 12월 7일부터 16일까지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입주자대표회의 운영실태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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