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부터 내년 초 국내 14곳 증권사 CEO '임기 만료'
"업권 전반 실적 급감해 섣부른 예측 어려워"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14곳 증권사 CEO가 올해 말과 내년 초 임기 만료 시점을 맞이한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국내 대다수 증권사의 CEO(최고경영자)가 올해 말부터 일제히 임기 만료 시점을 맞이할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대내외적 업황 악화 속에서도 엇갈린 실적을 나타내고 있어 회사별 CEO 교체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14곳 증권사 CEO가 올해 말과 내년 초 임기 만료 시점을 맞이한다.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키움증권 등 대형사를 비롯해 교보증권, 다올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BNK투자증권, DB금융투자, IBK투자증권, SK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의 CEO가 내년 3월까지 임기가 만료된다.
이 중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와 이영창 신한투자증권 대표는 올해 12월 말로 임기가 끝난다. 최현만·이만열 미래에셋증권 대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이은형 하나증권 대표,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를 비롯해 중소형사 CEO들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지난해는 증시 활황의 수혜를 입어 증권가에 역대 최대 실적이 연달아 나타나면서 대다수 CEO들이 무난한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올해는 전 세계적인 급격한 금리인상 기조로 연초부터 이어진 증시 부진, 레고랜드발 부동산 PF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에 따른 자금 경색 여파 등이 실적에 발목을 잡으면서 연임에 커다란 변수로 나타난 상황이다. 증권사 대부분은 전년 대비 반토막 난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최근 속속 발표되는 3분기 실적 결과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실적이 크게 하락한 증권사일수록 긴장감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3분기 실적은 임원 평가의 대표적인 잣대로 활용된다.
누적 영업이익 기준으로 보면 3분기까지 대부분 증권사 실적이 전년 대비 하락했다. 약세를 보인 곳은 한국투자증권(5050억 원, 52.53%↓), 신한투자증권(2684억 원, 50.3%↓) △KB증권(3493억 원, 52.1%↓) △하나증권(2943억 원, 26.6%↓) △NH투자증권(3844억 원, 63.7%↓) △삼성증권(5511억 원, 57.2%↓)이다. 메리츠증권은 8234억 원으로 7.7% 늘었다.
연말 인사철을 앞두고 임기 만료가 임박한 증권사 CEO들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왼쪽부터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박정림 KB증권 대표. /각 사 제공 |
KB증권의 경우 KB금융 계열사 대표 임기가 통상 4년이라는 점에서 교체 가능성이 대두된다. 연임을 경험한 두 대표의 경우 지주 측이 체질개선을 위한 인적쇄신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KB금융지주는 특히 올해 3분기 신한금융지주에게 1위 자리를 넘겨주기도 했다.
이영창 신한투자증권 대표의 경우 사옥 매각으로 4438억 원의 일회성 이익을 만들어 냈지만 앞서 한 차례 연임한 바 있고, 독일헤리티지펀드 사태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4746억 원의 미회수 펀드 중 3800억 원에 달하는 물량을 판매했다.
반면, 이달 말 조직개편과 정기 인사를 예정 중인 미래에셋증권은 최현만·이만열 대표의 연임이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올해 인사에서 큰 변화를 두지 않겠다고 예고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채권 운용 부문에서 선방한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5연임에 도전하는 정일문 대표도 연임이 유력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올해 3분기 실적 저하가 나타났지만 지난 2018년 취임 이후 3년 연속 최대 순이익을 경신한 바 있어 공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형 하나증권 대표는 3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7.63%, 9.34% 증가한 실적을 기록하며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기록했다.
일각에선 예년과 달리 올해는 실적만으로 CEO의 연임 여부가 갈리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증권사 전반의 업황이 좋지 않았고 실적 급감을 피하기 어려운 시기였기에 (실적보다) 회사별로 리스크를 줄이고 위험 요소를 대비할 수 있는 적격자에 초점을 둘 가능성이 있다"며 "또한 실적 하향세 타개를 위한 교체를 고려할지, 섣불리 변화라는 카드를 꺼내들기보다 안정적 체제 유지를 택할지 섣불리 예상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pk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