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기업을 만들겠다" 선언
삼성전자 직원 이건희 씨, '회장님 축하드립니다' 댓글 화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7일 회장으로 선임돼 곧바로 취임했다. 사진은 취임 이튿날인 28일, 첫 행보로 광주에 있는 협력회사 디케이를 방문한 이재용 회장이 생산라인을 둘러보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김태환·윤정원·문수연·이중삼·정소양·박경현·최문정·최지혜·이선영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정리=윤정원 기자] -지난 주 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이끈 기업은 단연 삼성전자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으로 올라서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고조됐고, 주가 역시 들썩였습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불황에도 설비투자를 집행해 인프라 투자와 반도체 선단 공정(초미세 공정)을 선점, 중장기 성장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공표한 상태입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코오롱티슈진의 거래재개에 이목이 쏠렸습니다. 3년 5개월 만에 코스닥 시장에 얼굴을 내민 코오롱티슈진은 화려한 복귀를 알렸습니다. 다만 상승세가 단 하루에 그쳐 아쉬움을 자아냈습니다. 서울제약은 거래 정지 연장에 수십억 원에 이르는 과징금 폭탄을 맞았습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한 기대감이 적잖은 상황에서 코오롱티슈진, 신라젠과 같이 장기간 거래정지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불거집니다.
◆ '추모식·회장 취임·첫 현장 방문'…이재용의 공통 메시지 "사랑받는 기업"
-먼저 재계 소식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한 주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재계 총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인데요. 이제 회장이라고 불러야겠죠.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정기 이사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사내공지를 통해서도 임직원들에게 이재용 회장 취임 소식을 공유했는데요. 2012년 부회장 자리에 오른 뒤 10년 만에 회장 타이틀을 단 것이죠. 지난 1991년 삼성전자 입사를 기준으로 따지면 31년 만이고요. 이재용 회장은 취임 당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계열사 부당 합병·회계 부정 의혹 사건의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에게 "삼성을 국민에게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으로 만들겠다"면서 "많은 국민의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당초 이재용 회장은 자기의 회장 취임에 대해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결정을 받아들인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재용 회장은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회장 승진 계획'에 대해 "회사가 잘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위기 돌파를 위해 '뉴삼성'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삼성 내외부 설득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 이사회도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경영 안정성을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 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이같이 의결했다"고 설명했죠.
지난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2주기 추모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더팩트 DB |
-취임사 내용은 없었나요?
-이재용 회장은 별도 취임식을 갖지 않았고 취임사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지난 25일 선친인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2주기 추모식에서 주요 경영진을 만나 밝힌 소회와 각오를 사내게시판에 올려 취임사를 대신했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치열한 삶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기 때문"이라면서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운을 뗐습니다. 그는 이어 "최근 글로벌 시장과 국내외 사업장들을 두루 살펴봤다. 절박하다.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면서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관련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그는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 나아가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면서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들자"고 강조했습니다. 법원에서 취재진과 만나 밝힌 소회인 "사랑받는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죠.
사실 이재용 회장은 '사랑받는 기업'을 일관된 '꿈'으로 제시해왔는데요. 이건희 회장 별세 직후인 2020년 12월 선친의 경영 철학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겠다는 '승어부'를 선언한 이재용 회장은 당시 "임직원들이 자랑스럽게 여기고, 모든 국민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기업인 이재용의 일관된 꿈이다. 국격에 맞는 삼성을 만들어 너무나도 존경하고 또 존경하는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취임사를 대신한 해당 소회가 사내게시판에 게재되자 화제가 됐다면서요?
-맞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사내공지를 통해서도 임직원들에게 이재용 회장 취임 소식을 공유했습니다. '미래에 대한 도전'이라는 제목의 글로, 앞서 이재용 회장이 추모식에서 언급한 내용이 정리됐습니다. 여기에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직원 이건희 씨가 '회장님 축하드립니다'라는 댓글을 게재하면서 큰 흥행몰이를 했습니다. 해당 댓글에는 5000여 개에 이르는 '좋아요'가 눌렸습니다.
-이재용 회장이 취임 다음 날 협력회사를 방문한 것도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회장 취임 후 첫 행보라는 상징성 때문인데요. 이재용 회장은 광주에 있는 협력사 디케이를 방문해 "협력회사가 잘돼야 우리 회사도 잘된다"며 상생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협력사 방문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동행' 철학을 앞으로도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읽히는데요. 마찬가지로 사회, 주변 이해 관계자들과 함께 성장하며 '신뢰받는 기업',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입니다.
-이재용 회장이 내놓은 메시지만 보더라도 반드시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강한 열망이 느껴지네요. 이재용 회장이 그의 말처럼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앞으로 어떠한 행보를 이어 나갈지 기대가 큽니다.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