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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발 유동성 위기에 종투사 뭉쳤지만…배임 논란 여전
입력: 2022.10.29 00:00 / 수정: 2022.10.29 00:00

종투사 차등 자금 출연 전망
중소형사 '모랄헤저드' 지적도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미래에셋·메리츠·삼성·신한·키움·하나·한국투자·NH·KB증권 등은 레고랜드에서 발발한 금융위기와 관련,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더팩트 DB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미래에셋·메리츠·삼성·신한·키움·하나·한국투자·NH·KB증권 등은 레고랜드에서 발발한 금융위기와 관련,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로 불거진 유동성 경색을 해결하기 위해 대형증권사들이 제2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에 뜻을 모았다.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물량 등을 업계 차원에서 소화하기로 한 것인데, 일각에서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모랄헤저드'라는 등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 "시장 안정 역할 필요"…종투사 SPC 설립 전망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27일 대형증권사 긴급사장단 회의를 열고 최근 금융시장 여건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증권업계 차원의 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 △ KB증권 등 9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사장단이 참석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최근 일반기업의 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뿐 아니라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유동화시장과 증권·여신 업권의 단기자금 조달시장 등 실물과 금융부문 전반의 유동성이 단기적으로 경색된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우려했다. 자산·자금시장 동반 경색에서 비롯된 유동성 위기가 증권업계 전체로 확산되지 않도록 자금여력이 있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시장 안정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참석자들은 부동산PF 유동화시장 및 단기자금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한 결과, 증권사가 보유한 ABCP 등이 업계 차원에서 소화될 수 있도록 공동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세부 실행방안과 지원규모도 조속히 결정해 실행하기로 합의했다. 업계에서는 종투사들이 500억~1000억 원씩 차등적으로 자금을 출연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 SPC를 통해 ABCP를 매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사 위주로의 자금경색에 대한 지적을 감안해 중소형 증권사도 포함, 30여개 증권사가 다 같이 모여 펀드를 조성하자는 논의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출범 시기는 시장 상황을 감안 해 이르면 11월 초가 유력하다. 우선은 기존에 거론된 9개 종투사 위주로 1차 출범이 이뤄질 전망이다.

◆ "부동산 활황기에는 호황 누리더니"…배임·모랄헤저드 지적 여전

다만, 여전히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부동산 PF를 늘려온 일부 금융사들의 리스크를 대형 증권사와 정책자금으로 해결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부동산 시장 활황기에는 호황을 누려놓고 위기에 처하니 정부에 손길을 요청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2년 말 37조5000억 원이던 PF 대출액은 올해 상반기 112조2000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2014년 이후 보험사, 여전사, 저축은행 및 증권사 등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연평균 14.9%의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 가운데 저축은행과 증권사 등은 중소규모 사업장 중심으로 PF대출을 취급했고, 증권사의 PF대출 관련 채무보증이 2013년 말 5조9000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24조9000억 원으로 뛰었다.

배임 논란도 여전하다. 중소형사를 살리기 위해 대형사의 팔을 비트는 것은 배임이고, 중소형사 입장에서는 모랄해저드라는 지적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 안정이라는 대의명분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돕기로 했다고 해도 배임 논란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책금융기관의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의 매입 대상에 금융사가 발행한 CP가 포함된 것도 눈총을 사는 대목이다. 신용보증기금은 기존 코로나19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미매입잔액 6000억 원과 별개로 5조 원 규모의 신규 P-CBO 프로그램을 가동해 신용보강이 필요한 중소·중견기업 회사채를 중심으로 지원하고, 건설사·여신전문금융회사 지원도 추진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구조조정을 통해 털고 가야한다는 의견과 정책이 너무 서둘러 집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포함해 다양한 의견이 시장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여러 의견들을 감안해서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강원도는 자금시장 경색을 불러온 레고랜드 지급불이행 사태와 관련, "채권자를 비롯한 금융시장 부담을 덜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지속해서 검토하고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긴밀히 협의한 결과, 12월15일까지 보증채무 전액(2050억 원)을 상환하기로 했다"고 밝힌 상태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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