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약세 흐름 전망…외인 자금 이탈 우려 고조
엔화 가치가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국내 증시 역시 한동안 약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뉴시스 |
[더팩트|윤정원 기자] 미국의 긴축 정책과 달리 일본이 완화적인 기조를 유지하면서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가 이어지며 한동안 국내 증시도 고전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지난 20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50엔을 넘어섰다. 지난 14일 147엔 선이 무너진 데 이어 148엔 선과 149엔 선을 차례로 내주고 이날은 150엔 선까지 붕괴했다.
엔·달러 환율이 150엔을 기록한 건 1990년 9월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엔화 가치 추락이 아시아 외환위기를 재발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불거진다.
국내 증권 전문가들도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BOJ)이 직접 환시 개입과 수익률곡선 통제(YCC)를 단행하면서 사태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엔화에 대한 시장 민감도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원·달러 환율 등 외환 시장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가격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국내 증시는 시장 금리 상승과 일본 문제로 인해 약세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가치는 통화정책 완화 기조 유지와 달러 강세 기조에 따라 약세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10월 말 일본 통화정책회의와 11월 초 미국 FOMC 회의를 앞두고 환율 변동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에는 경기 침체 강도가 엔·달러 환율 변동성을 확대시킬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1분기 이후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되는 경우 엔화 약세 압력은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초약세 현상이 자칫 또 다른 자금경색 현상을 유발시킬 수 있다. 엔화 추가 약세시 일본 정부와 기관의 글로벌 투자자금 회수 혹은 일본은행의 긴축기조 선회시 엔 캐리드 트레이드 자금의 회수 등으로 글로벌 자금시장내 경색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며 "미 연준의 피봇 가시화 혹은 유렵 에너지 위기 진정 이전까지 선진국 금융시장 트리플 약세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외국인들의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크다. 지난 20일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230억 원가량을 팔며 13일 만에 순매도로 전환하기도 했다. 나정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국채 금리 상승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통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있다"며 "아시아 통화 약세 지속으로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이 예상될 경우 국내 증시에서 외인 자금의 추가 이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엔화 약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일본 소비자 물가는 31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일본 총무성이 21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작년 동월 대비 3.0% 상승했다.
지난 2014년 4월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효과를 제외하면 1991년 8월(3.0%) 이후 31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연속으로 2%대를 기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