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부산 이전 속도전…노사 간 내홍은 확대
내부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KDB산업은행이 본점 부산 이전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 작업에 나섰다. 사진은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에 열린 '대우조선 현안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직원들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는 카드가 부재한 가운데 노사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부울경 경제계는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촉구에 한목소리를 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울산상공회의소, 경상남도상공회의소협의회와 공동으로 산업은행 본점의 조속한 부산 이전을 촉구하는 부산·울산·경남 경제계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세 지역 경제인들은 공동성명서에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단순히 금융공기업 하나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 일극화를 극복하고 지방소멸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밝혔다. 또한 산업은행 본점 이전이 지역 균형발전과 부산의 금융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통해 이미 기업 유치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 그리고 새로운 산업 육성에 있어 공공기관이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반박했다.
지난 13일에는 부산시 16개 기초지자체 단체장들은 해운대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은 본사 이전을 촉구했다.
이날 16개 기초지자체 단체장들은 "부산은 2009년 금융중심지로 지정돼 문현금융혁신도시 등 가시적인 성과를 이뤘지만, 대규모 산업 인프라를 지원할 금융 앵커 기업이 없어 글로벌 금융중심지로 도약할 동력이 부족하다"며 "산은 노동조합 및 수도권 일부 국회의원 등이 부산 이전은 정책금융기능을 축소하고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수도권의 기득권을 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국가균형발전이란 명목으로 많은 정책과 제도를 시행했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는 심화하고 있고 국가적 손실이 갈수록 커가는 현실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이제는 말로만 국가균형발전을 외칠 것이 아니라 실행함으로써 약속을 이행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6일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6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주현 위원장은 '올해 말까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가능하냐'는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지난 7월 산은이 전담 TF(태스크포스)를 만든 것으로 아는데 (금융위와도)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시기 등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이 되려면 국토균형발전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한다. 산업은행과 본점 이전 등을 협의하려고 하는데 최근에 연말까지 안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신경 쓰고 우려하시는 사항에 대해 빨리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강석훈 회장이 직원들을 설득할 만한 소통 포인트를 찾지 못한 채 부산 이전을 추진하면서 노사 간 내홍은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률 기자 |
문제는 부산이전을 둘러싸고 산업은행 노사 갈등의 골이 깊다는 점이다.
노조에 따르면 매일 아침 500여명의 직원들은 '부산 이전 반대'를 외치며 머리띠를 매고 본점 1층에서 투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산은 노조와 직원들은 '졸속 강행'이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산은 부산 이전은 대내외적으로 어떠한 타당성 검토도 없이 졸속으로 강행되고 있다"며 "부당한 정책은 불이행돼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당초 산업은행 노조 개별 파업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금융노조 파업에 대한 국민 여론이 부정적이었던 만큼 개별 파업 강행보다는 법적 대응을 위한 명분 찾기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강석훈 회장이 직원들을 설득할 만한 소통 포인트를 찾지 못한 채 부산 이전을 추진하면서 노사 간 내홍은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강석훈 회장과 직원들과의 소통 자리 마련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라며 "서로의 입장차가 명확하다 보니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만큼 강석훈 회장이 앞장서서 부산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직원들과의 소통 부재, 리더십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