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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주' 버젓이 불법 유통…중고거래 당근마켓·번개장터 못 막나
입력: 2022.10.19 12:02 / 수정: 2022.10.19 12:02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원소주 불법 유통…비대면 배송까지
중고 거래 시 거래 불가 품목 소비자 인지 못 해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여전히 불법 거래가 성행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사각지대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정용무 그래픽 기자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여전히 불법 거래가 성행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사각지대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정용무 그래픽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여전히 불법 거래가 성행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사각지대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가수 박재범의 원스피리츠 원소주가 암암리에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불법 유통되고 있는가 하면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 등 중고 거래 시 거래불가한 품목이 유통되고 있어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당근마켓과 번개장터 등 중고 거래 플랫폼들은 개인 간의 거래를 일일이 파악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불법 거래를 방치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대 직장인 A 씨는 가수 박재범이 설립한 주류업체 원스피리츠의 전통 증류식 소주 '원소주'가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A 씨는 "'박재범소주 wonsoju 22% 오리지널'이라는 게시글을 보고 판매자에게 연락을 했다. 구매를 요청하자 판매자는 '문화/도서 카테고리'에 '피규어키링'이라는 상품태그를 달고 2만9000원으로 게시물을 추가로 올리며 결제를 요청했다. 앱 페이(번개페이)로 결제를 완료한 후 이틀 뒤 해당 원소주를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원소주를 구매하기 위해 중고 거래 플랫폼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정가보다 2배가량 비싸게 구입했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주류 판매자들은 감시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이용하고 있다. 주류와 전혀 연관이 없는 카테고리에 제품을 올리고 택배 박스에는 상품명을 '기타'로 표기하는 등 교묘하게 감시망을 피하고 있다. 구매자는 별도의 본인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는다. 비대면 거래가 이뤄질 경우 청소년들이 불법으로 주류를 구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13일 번개장터에는 박재범소주 wonsoju 22% 오리지널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독자 제공
지난 13일 번개장터에는 '박재범소주 wonsoju 22% 오리지널'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독자 제공

중고 거래 플랫폼들은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담배 및 주류 등 청소년 유해물품 거래를 금지하고 있고,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에 따라 주류 판매 면허가 없는 개인의 주류 판매를 막고 있다. 판매자는 무면허 주류 판매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특히 청소년에게 판매할 경우 현행 영리를 목적으로 청소년에게 주류 등 청소년유해약물 등을 판매한 자 역시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중고 거래 플랫폼들은 현행법 상 금지된 품목의 거래를 제한하고 불법 게시물들을 직원들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실제로 개인 간에 어떻게 거래가 이뤄졌는지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전자통신판매법 등 현행법 상 판매가 금지되거나 제한되는 품목의 거래를 제한하고 있으며, 거래 금지 품목을 명시하고 있다"며 "거래금지품목 게시글은 적발 즉시 삭제하고 해당 검색어 또한 자동 차단하고 있으며, 거래금지품목의 거래가 적발된 경우 운영 정책에 따라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담배 및 주류 등 청소년 유해물품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소주는 강원도 원주산 쌀로 만든 전통주로 분류돼 온라인 판매 허용 등의 혜택도 누리고 있어 청소년에게 쉽게 노출되고 있다. 지난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박재범의 원소주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인기 아이돌 스타를 활용한 주류 마케팅이 늘면서 청소년들의 주류 접근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소주가 온라인에서 판매돼 청소년들도 쉽게 구매할 수 있다"며 "청소년 주류 접근성이 더 교묘하게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거래제한 품목이라고요?…소비자 "사실 인지 못 해"

주류 판매 외에도 중고 거래 시 거래불가한 품목이 있어 판매자와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품목의 경우 △기호식품(담배, 일반주류 등) △의약품 및 마약류 △시력교정용 제품 △저작권 및 상표권 침해제품 △화장품 샘플 및 소분된화장품 △면세품 △모의총포 △헌혈증 등이다. 판매 또는 구매 자격이 필요한 품목은 △건강기능식품(홍삼, 비타민, 유산균 등) △수제식품(수제청 등) △무기류(총포, 도검 등) △ 군 관련 용품 등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4월 6일~29일까지 당근마켓·번개장터·중고나라·헬로마켓 등 주요 중고 거래 플랫폼 4곳의 이용 실태를 모니터링한 결과, 최근 1년 동안 모두 5434건의 거래불가품목 판매 게시글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유산균·비타민·루테인 등 건강기능식품의 유통 건수가 5029건(92.5%)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홍보·판촉용 화장품 및 소분 화장품의 유통 건수는 134건(2.5%), 의약품(철분제, 파스 등) 유통 건수는 76건(1.7%)이다.

건강기능식품은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영업신고를 해야만 판매가 가능한 품목이다. 일반인이 인터넷으로 거래할 수 없다. 적발 시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화장품법'상 홍보·판촉용 화장품 및 소분 화장품의 판매가 불가능하다. 화장품 샘플을 판매할 경우 화장품법에 의거,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 등에 처할 수 있다.

'약사법'상 철분제·제산제·파스 등 의약품도 온라인 판매가 불가하다. 적발 시 약사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며, 올해 7월 21일 약사법이 개정되면서 판매자 뿐 아니라 구매자에게도 과태료 100만 원이 부과된다.

당근마켓·번개장터·중고나라·헬로마켓 등 주요 중고 거래 플랫폼 4곳에서는 모두 공지사항에 주요 거래불가품목을 안내하고 있으며 차단검색어 기능을 활용해 거래제한품목에 대한 안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별도의 공지사항을 확인하지 않고 접속해 중고물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더러 있으며 약칭, 은어, 상품명 등을 검색하기도 한다.

실제로 취재진이 18일 당근마켓에 접속해보니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되는 홍삼과 화장품법상 판매가 불가능 한 화장품 샘플 등(빨간 동그라미)이 판매되고 있었다. /당근마켓 화면 캡쳐
실제로 취재진이 18일 당근마켓에 접속해보니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되는 홍삼과 화장품법상 판매가 불가능 한 화장품 샘플 등(빨간 동그라미)이 판매되고 있었다. /당근마켓 화면 캡쳐

취재진이 18일 당근마켓에 접속해보니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되는 홍삼과 화장품법상 판매가 불가능 한 화장품 샘플 등이 판매되고 있었다. 당근마켓이 인증을 완료한 동네와 근처 동네 67개 등으로 거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을 감안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불법 판매가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홈페이지, 공식 SNS, 앱내 공지사항을 통해 거래 금지 품목을 고지하고 있으나, 해당 내용을 접하지 못하신 일부 이용자 분들이 게시글을 올리시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서비스 정책 차원에서 불법 거래 게시글을 올린 사용자에게 판매 거래 금지 품목임을 1:1로 안내하고 게시글을 미노출 처리 하고 있다. 그럼에도 판매 단어를 바꿔 올리는 등 제재를 피해가려고 하거나 반복해서 판매글을 올리는 어뷰저들이 존재하는데, 이 경우 서비스 사용을 일정기간 제재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중고 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거래제한 품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이 최근 3개월 동안 중고 거래 플랫폼 4곳의 이용경험이 있는 소비자 11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5.9%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없는 품목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당근마켓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구매했다는 20대 B 씨는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약국과 편의점 이외에 온라인에서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택배로 받았는데 확인해보니 판매자가 이미 사용한 제품을 보냈다. 거래 자체가 불법이라는 것을 나중에 인지하게 됐고 피해 금액이 작기도 해서 별도의 보상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내 중고 거래 플랫폼 업계 1위인 당근마켓은 안전한 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국내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2020년 4월 자사의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모바일인덱스'를 통해 발표한 '중고거래 앱 시장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중고 거래앱 사용률(2019년 1월~2020년 3월, 안드로이드OS 기준)은 '당근마켓'이 67.6%로 가장 높았으며, '번개장터' 57.2%, '헬로마켓' 42.3%, '옥션중고장터' 39.7%, '중고나라' 32.5%가 뒤를 이었다.

당근마켓은 지난 7일 '중고 거래 금지 품목 사전 알림' 기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용자가 의료기기, 헌혈증, 콘택트 렌즈,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 등 판매 금지 품목 게시글을 작성 후 완료 버튼을 누르면, 실시간 알림 팝업으로 'OO님 혹시 판매할 수 없는 물품 아닌가요?'라는 안내 문구가 뜨게 된다.

전문가들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거래불가품목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내려줄 것을 당부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고 거래 플랫폼들이 윤리성을 갖고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줬야 한다. 불법 판매가 적발될 시 필요에 따라 관련 기관에 고발하거나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처벌받을 수 있도록 강력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소비생활에 편리한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했다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인데 (중고 거래 플랫폼) 사업자가 해당 플랫폼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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