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 화재가 일차적 책임
카카오 사업 피해만 하루 200억 원대 추정
카카오 피해보상 후 SK C&C에 구상권 청구할 듯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가 모두 장애를 겪은 가운데 SK C&C의 배상 책임 보험 한도가 70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 C&C 판교캠퍼스에서 과학수사대가 현장감식을 준비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
[더팩트│황원영 기자] 경기도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가 모두 장애를 겪으면서 전국민 디지털 대란이 발생한 가운데 SK C&C의 배상 책임 보험 한도가 70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SK C&C 화재로 카카오가 입은 피해액만 하루 200억 원대로 추정되는 만큼 두 회사의 책임 공방이 예상된다.
1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SK C&C는 판교 데이터센터 사고 시 △입주사에 보상하는 배상 책임 보험 △자사 피해를 보장하는 재물 피해 보상 보험 △INT E&O보험(정보 및 네트워크 기술에 대한 전문직 배상책임보험) △전자금융거래 배상 책임 보험 등 4개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보험은 현대해상 등 다수의 보험사가 공동 인수 형식으로 계약했다. 인명 및 재물 손괴를 보상하는 배상 책임 보험의 한도는 70억 원이고 재물 피해 보상 보험의 한도는 4000억 원이다.
배상 책임 보험은 건물주인 SK C&C가 데이터센터에 입주한 카카오를 포함한 업체들이 입은 피해를 배상할 경우 70억 원 이내에서 한다는 의미다. 재물 피해 보상 보험 또한 보상 한도는 4000억 원이나 되지만 이는 SK C&C의 자체 건물 등의 피해만 보상한다. INT E&O보험의 보상 한도는 10억 원, 전자금융거래 배상 책임 보험의 보상 한도는 7억 원 수준이다.
SK C&C의 보험 보장으로 카카오에 충분한 보상을 하기란 무리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카카오는 지난 15일 발생한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카카오톡 △카카오택시 △카카오페이 △카카오맵 △카카오내비 △카카오버스 △카카오지하철 △카카오페이지 △기프티콘 △모바일용 게임 △다음 △멜론 등 다수의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고를 겪었다. KB증권은 지난 17일 보고서에서 화재 발생에 따른 카카오의 단순 피해 규모를 추산하면 일 매출 약 22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이는 카카오의 예상 매출액을 일할 계산한 단순 사업 피해 규모로, 카카오가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지급할 손해배상액까지 포함하면 그 액수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카카오는 현재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사태 원인을 조사하고 재발 방지·피해보상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카카오가 데이터센터 화재 발생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인 만큼 데이터센터를 관리하는 SK C&C의 책임도 막중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가 데이터센터 화재 유발·관리 미흡 등을 이유로 손해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업계는 카카오가 계열사 및 고객에게 보상한 뒤 SK C&C에 구상권을 청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카카오는 17일 공시를 통해 "카카오와 카카오 공동체는 원인 규명, 단계적인 복구, 재발 방지대책 마련 및 실행, 이해관계자를 위한 보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우선적으로 서비스의 정상화 이후 카카오와 카카오 주요 종속회사 손실에 대한 손해 배상 논의를 SK C&C 측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유사한 사건은 2014년 발생한 삼성SDS 과천 데이터센터 화재다. 삼성SDS는 당시 화재로 보험사로부터 318억 원을 받았으나 데이터센터 입주사였던 삼성카드 등이 수백억 원 대의 구상권을 청구하면서 삼성SDS가 200억 원을 보상했다. 이에 삼성SDS는 건물 관리를 맡았던 에스원 등을 상태로 683억6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하는 등 법정 공방이 이어지기도 했다. 2017년 삼성SDS가 제기한 이 소송은 올해 7월 서울고등법원의 기각판결을 받았다.
한편, 카카오 먹통 사태를 초래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는 지하실 배터리에서 불꽃이 일어나면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밀 감식 결과가 나오면 원인 규명, 재발 방지대책, 손해배상 관련 내용이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