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재고 누적 등으로 인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더팩트｜최문정 기자] 반도체 업계가 꽁꽁 얼어붙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도 수익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9월 ICT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전체 반도체 수출은 116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4.6% 감소한 수치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3개월 연속으로 수출액이 감소했다. 과기정통부는 △메모리 고정 거래 가격 하락 △전방산업 수요 감소 △과잉 재고 우려 등을 감소 원인으로 꼽았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는 올해 3분기 주요 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과잉공급으로 인해 전 분기 대비 각각 10~15%, 13~18% 하락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개별 반도체 업계의 3분기 실적 감소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반도체 업계 실적 발표 스타트를 끊은 미국의 마이크론은 66억4000만 달러(약 9조5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19.8% 줄었다.

반도체 업황 악화는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남용희 기자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불황에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지난 7일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1.7% 감소한 10조8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매출은 약 6조~7조 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역시 실적 하락이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 시장 2위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2조551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8.8%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4분기에도 전망이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세계반도체시장기구(WSTS)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성장률은 지난해 26.2%에서 올해 13.9%로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지난해 30.9%에서 올해 8.2%, 내년 0.6%로 하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오는 26일 실적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8.8%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더팩트 DB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컨슈머 IT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는 가운데 세트 고객사들의 부품 재고조정으로 메모리를 포함한 반도체 주문의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길어지는 반도체 시장 한파에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감산을 선택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의 키옥시아는 반도체 웨이퍼 투입량을 30% 가량 줄였다. 업계 3위 마이크론은 하반기 생산량을 줄이고, 반도체 장비 투자 예산을 30% 삭감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재고 자산 총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약 52조 원이다. 재고자산이 50조 원을 넘긴 것은 사상 처음이다. 업계는 이 중 상당수가 반도체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보다 재고가 91% 늘어난 1조8000억 원으로 전망된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인위적인 감산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양사는 각각 오는 27일과 26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구체적인 전략을 밝힐 예정이다.

munn0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