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효율 셀 '탑콘' 내년 4월 상업 생산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탠덤' 셀 2026년 6월 양산 목표
지난 12일 충청북도 진천군 이월면에 있는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 진천공장을 찾았다. /진천=이성락 기자 |
[더팩트ㅣ진천=이성락 기자] 충청북도 진천군 이월면에 있는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 진천공장은 태양광 발전의 기본 소재인 셀과 여러 장의 셀을 판에 붙여 만드는 모듈을 생산하는 곳이다. 축구장 26개 규모인 19만㎡ 부지에 2개 동으로 구성됐으며, 지난해 기준 셀과 모듈 각각 4.5GW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는 연간 620만 명이 가정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력 규모다. 무엇보다 진천공장은 글로벌 태양광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기업과의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요소인 한화만의 '기술 경쟁력'을 살펴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지난 12일 찾은 진천공장 곳곳에서는 이러한 한화큐셀의 기술 경쟁력 강화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태양광 셀의 소재인 웨이퍼 입고부터 모듈 출하까지 전 공정을 자동화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한 것을 꼽을 수 있으며, 실제로 셀 생산 라인에는 수천대의 장비들과 수백대의 로봇이 배치돼 자동으로 셀을 제조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공장 내부에서는 작업자들의 목소리가 아닌 미세한 기계음만 들렸다. 셀 공정의 경우 자동화가 100%, 모듈 공정은 70~80% 수준이라고 한다. 이러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면서 공장 내 물류 이동과 작업 환경을 자동 제어하고, 불량 관리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다.
셀 제조 공장에서는 태양광 산업의 미래도 엿볼 수 있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11월부터 연 300MW 용량의 '탑콘'(TOPCon, Tunnel Oxide Passivated Contact) 셀 파일럿 라인을 가동 중이다. 현장에서는 기존 퍼크 셀 생산 공정에 일부 '탑콘' 셀 공정을 추가한 모습이었다. '탑콘' 셀 제조 공정이 퍼크 셀 제조 공정과 호환성이 높아 사실상 같은 라인에서 가동하고 있다는 게 한화큐셀의 설명이다.
한화큐셀은 진천공장에서 지난해 11월부터 고효율 '탑콘' 셀 파일럿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한화큐셀 제공 |
'탑콘' 셀은 셀 후면 기판과 전극 사이에 전기가 통과할 수 있는 얇은 산화막을 형성, 기판과 전극의 직접적인 접촉을 없애고 전기적 손실을 최소화한 고효율 제품이다. 셀 효율은 24~25% 수준이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기존 퍼크 셀 효율은 22~23% 수준이다. 1%라는 숫자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이를 위해 수백억, 수천억 원의 투자 비용이 들 수 있을 정도로 의미가 크다"며 "그만큼 태양광 셀 효율을 올리기 굉장히 어렵다. 효율 24% 이상은 경쟁사 대비 확실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한 것으로, 셀의 효율이 올라가면 모듈 설치 면적 대비 전력 생산량이 늘면서 작은 면적에서도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큐셀의 전략은 셀 기술에 지속 투자해 확보한 역량으로 차세대 제품을 생산, 글로벌 톱티어의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미 지난 5월 총 1800억 원을 투자해 한국공장의 셀 생산 능력을 기존 연간 4.5GW에서 5.4GW로 확대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 중 1300억 원이 '탑콘' 셀 양산을 위한 라인 전환과 설비 도입에 쓰인다. '탑콘' 셀의 상업 생산 시점은 내년 4월로, 진천공장에서는 연간 3.9GW의 퍼크 셀과 1.5GW의 '탑콘' 셀을 동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한화큐셀은 '탑콘' 셀로 연간 20~30%의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태양광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시장이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 '탑콘' 셀을 활용해 만든 고효율의 모듈 제품으로 미국의 주거·상업용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이에 진천공장의 태양광 수출액은 올해 약 1조7000억 원에서 내년 2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큐셀은 '탑콘' 이후 차세대 셀인 페로브스카이트 기반의 '탠덤' 셀도 2026년 6월 양산을 목표로 연구개발 중이다. 사진은 '탠덤' 셀 시제품. /한화큐셀 제공 |
진천공장의 다음 스텝은 페로브스카이트 기반의 '탠덤' 셀 양산이다. 이날 한화큐셀은 미디어설명회를 통해 2026년 6월 차세대 태양광 기술인 페로브스카이트 기반의 '탠덤' 셀도 양산하겠다는 '기술 로드맵'을 공개했다. '탠덤' 셀은 상부 셀과 하부 셀을 연결해 상부 셀에서는 페로브스카이트가 자외선이나 가시광선 등 단파장의 빛을 흡수하고, 하부 셀에서는 실리콘이 적외선 등 장파장의 빛을 흡수한다. 위아래 층에서 서로 다른 영역 대의 빛을 상호 보완적으로 흡수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재생에너지 학계에서는 기존 퍼크와 '탑콘' 등 실리콘 기반의 셀의 발전 효율 한계가 이론적으로 최대 29% 수준을 넘어서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한화큐셀은 '탠덤' 셀의 이론 한계 효율을 44% 수준으로 보고 있다. 실제 양산시 효율도 35%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회사는 지난 3월 독일 헬름홀츠 연구소(HZB)와 협력해 최대 28.7% 효율의 '탠덤' 셀을 개발해 자체 최고 효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양병기 한화큐셀 개발팀장은 "기존 셀 대비 최대 2배 이상의 발전 효율을 가진 '탠덤' 셀 연구개발에 집중해 미래 태양광 시장에서도 기술 격차를 통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화 태양광 사업은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그는 한화큐셀이 미국, 유럽 등 주요 태양광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선도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업계의 관심은 김동관 부회장이 향후에도 태양광 기술 리더십 확보를 통해 시장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에 쏠린다. 김동관 부회장은 공장장들과 전략 회의를 열고 신기술 현황 등을 살펴보기 위해 매년 2회 정도 진천공장을 찾고 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태양광 기술 리더십을 더욱더 강화하기 위해 어떠한 행보에 나설지 주목된다. /이성락 기자, 한화큐셀 제공 |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