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 왔다…또 빅스텝에 '영끌족' 곡소리
  • 정소양 기자
  • 입력: 2022.10.12 11:58 / 수정: 2022.10.12 11:58
이창용 총재, 11월 금통위 기준금리 인상 시사
"물가 상승률 5%대면 금리인상 기조를 가져갈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10년 만에 기준금리 연 3% 시대가 열렸다. 금리 인상으로 이른바 '영끌족', '빚투족'들은 대출 금리가 올라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2.5%에서 0.5%포인트 올린 3.0%로 결정했다.

기준금리가 3%대로 오른 것은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이로써 한은은 사상 처음으로 5차례 연속 인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다섯 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한 것은 72년 한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지난 4월(0.25%포인트 인상)에 이어 5월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1.50→1.75%) 높였으며, 지난 7월 13일에도 0.5%포인트를 인상, 8월 25일에는 0.25%를 인상해 기준금리를 2.5%로 결정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에 부합한 결과다. 앞서 대다수 금융 시장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거승로 전망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27~30일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추가 빅스텝 단행을 시사해 왔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수 개월 동안 말씀드린 0.25%포인트 인상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예고 지침)는 전제 조건이 바뀌었다"며 추가 빅스텝 가능성을 내비쳤다.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2.5%에서 0.5%포인트 올린 3.0%로 결정했다.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리면서 이른바 영끌족 등 대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진공동취재단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2.5%에서 0.5%포인트 올린 3.0%로 결정했다.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리면서 이른바 '영끌족' 등 대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진공동취재단

◆물가 잡기 총력…한미 금리 역전도 염두

한은이 금리 인상 행진을 이어가는 이유는 치솟은 물가를 저지하기 위함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5.6%로서 7월(6.3%), 8월(5.7%)보다는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앞으로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을 전망하는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9월 4.2%로 지난 7월부터 4%대를 지속하고 있다.

한미 금리 격차도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6·7·9월 사이 3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이에 따라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3~3.25%다.

한은이 이날 빅스텝을 밟으면서 격차를 좁혔지만 여전히 미국보다 금리 수준이 낮다.

한·미간 금리 격차가 커지면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 등에서 외국인 자본이 유출되고, 그로 인한 원화 약세가 심화될 수 있다. 이는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창용 총재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물가 전망에 따르면 내년 1분기까지 5%를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할 것"이라며 "물가 상승률이 5%대라면 원인이 수요 측이든 공급 측이든, 경기를 희생하든지 간에 금리인상 기조를 가져가겠다"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다음 달인 11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했지만 인상 폭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유보했다.

그는 "11월 (인상) 폭은 이견이 많고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서 지금 당장이 아니라 (앞으로) 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창용 총재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이 5%대라면 원인이 수요 측이든 공급 측이든, 경기를 희생하든지 간에 금리인상 기조를 가져가겠다라고 밝혔다. /더팩트 DB
이창용 총재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이 5%대라면 원인이 수요 측이든 공급 측이든, 경기를 희생하든지 간에 금리인상 기조를 가져가겠다"라고 밝혔다. /더팩트 DB

◆기준금리 3% 시대…영끌족 어쩌나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리면서 이른바 '영끌족' 등 대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은행들의 대출금리도 함께 오를 수밖에 없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고정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지난 9월말 연 7%를 넘어섰다.

이후 은행들이 우대금리 등을 조정하면서 지금은 상단이 6%대 후반으로 조정됐지만, 이번 빅스텝으로 인해 상단 금리가 다시 7%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가계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50%포인트 인상되면 전체 대출 이자는 6조5000억 원 증가한다.

소득 계층별로 보면 △저소득층(하위 30%) 7000억 원 △중소득층(30∼70%) 1조70000억 원 △고소득층(상위 30%) 4조1000억 원 씩 이자가 증가한다. 전체적으로 대출자 1인당 32만7000원씩 이자가 증가하는 셈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라며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실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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