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본사 서초 이전? 사실 아냐"
삼성생명·증권 등 금융계열사 구 중앙일보 건물 이전 단순 검토 단계
삼성전자 본사 이전설이 재계 안팎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삼성에서 "사실이 아니다"라며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갖가지 추측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삼성 '서초 본사 이전설'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직장인 익명 게시판과 주요 포털 사이트 내 부동산 관련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가 시끌시끌하다. 이전설의 당사자인 삼성에서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전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갖가지 추측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모양새다.
◆ 삼성 이전설에 '설왕설래'…"집값 영향 불가피" vs "영향 없어"
8일 재계와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며칠 새 부동산 관련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삼성의 본사 기능이 사실상 기존 수원에서 강남 서초 사옥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내용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아울러 삼성에도 이와 관련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는 언론매체들의 문의가 이어졌다는 전언이다.
특히, 최근 급격한 아파트 가격 하락세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동산 업계와 각종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벌써부터 삼성의 본사 이전이 인근 아파트값에 미칠 영향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삼성전자의 핵심 부서가 서울 서초사옥으로 옮겨질 것'이라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더욱 뚜렷해졌다. 지난 6일 머니투데이는 '삼성전자가 전략·법무·기획·인사 등 경기도 수원 소재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맡았던 핵심 부서를 서울 서초사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부동산 카페 등에는 해당 기사의 링크와 함께 삼성전자 본사와 사업장이 들어선 수원의 집값 향방을 점치는 게시글들이 잇달아 올라왔다. 실제로 한 카페 회원은 "HEAD(기획·전략·법무·인사 등)인 핵심부서가 수원에서 서초로 가면 수원(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다른 회원은 "이미 해당 부서가 옮기기 전부터 본사는 수원이었다. 일부 부서 인원만 옮기는 것인데 무슨 영향이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이런 설왕설래는 부동산 시세 정보 제공 앱에서도 진행형이다. 이른바 '삼성 인프라'를 강조한 일부 아파트 단지 게시판에는 삼성 본사 이전이 집값이 미칠 영향을 묻는 글과 더불어 각종 추측이 담긴 댓글이 이어졌다.
삼성 본사 이전설이 고개를 들면서 부동산 업계와 각종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벌써부터 삼성의 본사 이전이 인근 아파트값에 미칠 영향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포털 내 부동산 카페, 부동산 시세 정보 제공 앱 게시판 캡처 |
◆ 이재용 복권 두고 '갑론을박'…"이전 핵심 이유" vs "설득력 없어"
사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의 이전설이 고개를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0년에도 현재 삼성 서초사옥에 둥지를 틀고 있는 삼성생명과 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들이 강북으로 사무실을 옮길 것이란 얘기가 안팎에서 돌았지만, 실제 이뤄지진 않았다.
재계에서는 이번에 제기된 '삼성전자 본사 이전설'에 시선이 유독 쏠리는 이유에 대해 △2016년 '수원시대'를 열게 된 배경과 △올해 성사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1969년 설립 이후 1973년 수원에 본사를 두고 경영을 이어갔다. 이후 1980년대 중반부터 삼성타운 프로젝트를 기획, 2004~2007년 현재 서초사옥을 개발했고, 2008년 11월 삼성전자는 서울 중구 태평로 사무실을 비우고 서초사옥으로 이전했다.
이후 줄곧 이어져 온 삼성전자의 '강남살이'에 변화가 생긴 것은 지난 2016년이다. 삼성전자는 그해 3월 '생산현장(수원)과 컨트롤타워(강남)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 업무 간 괴리가 있다'는 이유로 디자인, 연구개발 인력(우면동 R&D 센터)과 홍보 인력(태평로 삼성본관)을 제외한 재경, 기획, 인사, 관리 등 경영지원실 소속 400여 명의 근무지를 수원으로 옮겼다.
같은 해 6월에는 삼성물산 상사부문 인력 900여 명이 서초사옥에서 잠실 향군타워로 이전했다. 이후 서초사옥의 빈자리는 태평로에 둥지를 틀었던 금융계열사 인력 약 2500여 명이 차례로 메웠다. 여기에 바로 다음 해인 2017년 7월 28일 삼성은 그룹 중추를 맡아 온 미래전략실 해체를 비롯한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복권 이후 회장 승진을 비롯한 인사와 중앙조직 구성, 계열사 사옥 이전 등 사실상 어떤 식으로든 삼성의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더팩트 DB |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일련의 변화들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공백으로 촉발한 만큼, 최고의사결정권자의 복권이 이뤄진 상황에서 회장 승진을 비롯한 인사와 중앙조직 구성, 계열사 사옥 이전 등 사실상 어떤 식으로든 대대적인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고 추측한다.
반면, 정반대의 해석도 공존한다. 삼성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난 2016년 삼성전자 수원 이전은 '유연하고 기민한 조직 운영'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이뤄진 결정"이라며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와 회장 승진 타이밍에 맞춰 (삼성)전자를 불러 모은다는 건 모양새가 적절치 않은 것은 물론 이렇다 할 설득력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본사 이전 문제 검토 얘기조차 나오지 않아"
각계 다양한 추측 속에 이번 이전설을 대하는 회사 측의 태도는 단호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나마 매년 비슷한 시기가 정해져 있는 기업 연말 인사 같은 경우도 그 결과가 내부에 공지가 내려오기 전까지 알 수 없다. 특히, 본사 이전 문제는 검토 얘기조차 나오지 않았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계열사들의 강북 이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호암아트홀이 있는 옛 중앙일보 본사 건물 신축 이후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이전시키는 방안은 다양한 그룹 재편 방안 가운데 하나로 포함된 것은 맞다"라며 "그러나 이 역시 현재 구체적으로 아무것도 정해진 바 없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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