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比 23%↓…공모주 투자한 기관들 손실 눈덩이
기존 주요 FI·프리IPO한 KB증권도 손해 예상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WCP는 전일보다 7.53%(3600원) 하락한 4만4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 6만 원 대비 26.33%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더블유씨피 제공 |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하반기 대어급 IPO로 기대감을 모았던 더블유씨피(WCP)가 상장 후 공모가를 밑도는 주가를 나타내면서 투자자들의 손실이 크게 불어나고 있다.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투자에 나섰던 KB증권 역시 당시 투자금 대비 손해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WCP는 전일보다 7.53%(3600원) 하락한 4만4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 6만 원 대비 26.33%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상장 후 6거래일째를 맞이한 WCP는 내내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상장일인 지난달 30일 WCP는 공모가 6만 원보다 10% 하락한 5만4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했고, 거래 후 여기서 더 내려 4만1700원까지 미끄러진 채 거래를 마쳤다. 공모주를 사들인 투자자들은 첫날부터 30%가 넘는 손실을 봤다.
상장일에는 의무보호예수가 없는 공모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WCP의 상장 첫날 유통 가능 주식 수는 전체 주식의 약 31.7%인 1077만여 주였다. 기관들이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기로 약속하고 공모주를 받는 의무 보유 확약 신청 비율도 4%에 불과했기에 기관에 배정된 공모주의 83%도 바로 매도가 가능했다.
WCP 주가가 약세를 지속하자 주식을 보유한 일반투자자와 기관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우선 WCP의 공모에 참여했던 기관투자자들의 손실 규모가 큰 것으로 보인다. 당시 기관에게 배정된 주식은 금액은 3219억2500만 원(신주 75% 수준)으로 총 물량을 고려하면 소수 운용사나 자문사들이 작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 규모의 공모주를 배정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수요예측 경쟁률이 33대 1로 저조했기 때문이다. 경쟁률이 낮을수록 기관이 신청한 수량이 전부 배정될 가능성이 커진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모주에 투자한 기관들의 경우 올해는 사실상 손실로 확정이 예상된다"며 "당시 희망가보다 낮게 공모가가 결정되면서 상장 후 주가 약세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짙어진 바 있다"고 설명했다.
공모가 결정 과정에서 구주매출 계획을 철회한 노앤파트너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WCP의 기존 주요 FI(재무적투자자)인 노앤파트너스는 앞서 수요예측 부진으로 공모물량이 줄자 구주매출 계획을 거뒀다. 노앤은 엔피성장제6호사모투자합자회사, 2019피씨씨소재부품투자조합, 씨에스에스에프투자조합 등을 통해 WCP 지분을 보유해 왔는데, 이번 결정으로 엑시트 시기와 성적은 미지수로 돌아갔다.
디에스자산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 기존 FI로 참여해있던 기타 주주들의 손해도 막심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디에스자산운용은 지난해 노앤파트너스가 보유한 더블유씨피 지분을 주당 8만6000원대에 매입했다.
이들 기관투자자들의 성공적인 엑시트 역시 당분간 물 건너간 상태다. 앞서 희망공모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2조8000억~3조4000억 원 수준이 거론된 것과 달리 현재 시가총액은 1조4800억 원가량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8월 키움캐피탈 이후 들어온 FI들의 경우, 투자할 당시 WCP 몸값이 2조3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 점을 고려하면 당시보다 기업가치가 현저하게 낮아졌다.
상장주관사인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도 더블유씨피 주식을 각각0.76%, 0.86%씩 보유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 2021년 9월 10일 보통주 200억 원을 주당 7만8000원에 취득했다. /더팩트 DB |
상장주관사였던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도 WCP 주식을 각각 0.76%, 0.86%씩 보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2021년 9월 10일 보통주 200억 원을 주당 7만8000원에 취득했다. 공동 대표 주관회사로 참여했던 신한투자증권도 같은 달 13일 제4회 전환사채 50억 원(보통주 29만 여주)을 취득했다.
프리IPO 투자에 나선 KB증권의 경우 투자 당시 대비 손실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모가가 마지막 투자 당시의 가격보다 낮은데 더해 현 주가가 이보다 26% 넘게 하회하고 있어서다. 삼성증권과 한화투자증권 조합도 공모 후 지니는 지분율이 3.05%에 달한다.
한편, 개인투자자의 경우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행사할 수 있어 그나마 손실 걱정을 덜 수 있다. 풋백옵션은 상장 후 일정기간 내 주가가 하락하면, 공모가의 90%에 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다. WCP 일반 청약에서 개인투자자에게 배정된 주식은 전체 신주 25%로, 총 1100억7400만 원가량이다. 상장 후 3개월 내 청약을 받았던 증권사에 청구권을 신청하면, 해당 증권사가 공모가의 90%인 5만4000원에 주식을 되사준다.
일반투자자들이 풋백옵션을 행사하는 경우 인수단이 이를 매수하게 되면서 추가적인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공동 대표 주관사는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인수단은 삼성증권이다. 공모주에 대한 인수비율은 KB증권(53%)이 신한금융투자(40%)보다 높았다.
WCP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에 쓰이는 2차전지 분리막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전문 기업이다. 앞서 IPO(기업공개) 전 조 단위 몸값이 점쳐지면서 하반기 대어 중 하나로 시장의 기대를 모은 바 있다.
pk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