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설계·생산능력 공유…한화 방산 육·해·공 포트폴리오 구축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과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 이로써 한화는 대우조선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사진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한화 제공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의지가 지난 2009년 한 번의 무산 이후 13년 만에 의미 있는 결실로 이어지면서 한화그룹은 방위산업에서 해군 장비분야에 이르기까지 '한국형 록히드마틴'에 한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수로 대우조선이 안정적인 모기업을 통해 재무안정성을 크게 높이고,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에서 협업을 통한 시너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LNG 생산-운반-발전 시너지 창출…방산 해군장비 확보로 '화룡점정'
26일 산업은행은 이날 여의도 본점 동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의 전략적 투자유치 절차를 개시하고,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이 2조 원 규모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와 관련해 우선협상권을 가지게 됐다.
대우조선은 1999년 모그룹인 대우그룹의 해체로 인해 워크아웃에 들어갔으며, 2년 만인 2001년 워크아웃 졸업 이후 본격 매각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2008년 포스코와 GS, 두산, 현대중공업, 한화 등이 인수를 추진했으며, 같은해 10월 한화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됐다.
하지만 당시 노조의 반대와 더불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한화 측에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2009년 6월 18일 최종적으로 계약이 결렬됐다. 이후 2019년 2월부터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 후보자로 확정됐지만, 올해 1월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심사에서 떨어지면서 인수가 무산됐다.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모두 액회천연가스(LNG) 운반선 생산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인수를 불허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를 통해 한국 조선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될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한화그룹의 경우 조선업을 영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하는 만큼 기업결합심사에서 '시장 독점'을 이유로 불허하기 어렵다.
특히 조선업계에서는 대우조선이 최근 가격이 급등한 LNG 분야에서 대우조선과 한화그룹 간 시너지를 기대하는 전망이 나온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임팩트 등에서 LNG 관련 생산과 발전 부문에 집중하고, 대우조선이 LNG 선박을 건조할 경우 생산과 운송, 발전으로 이어지는 에너지 벨류체인을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유력해지면서 LNG 분야와 더불어 방산 부문에서의 시너지 창출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도산안창호급(KSS-III) 잠수함의 모습. /더팩트 DB |
아울러 한화그룹은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 구축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평가다. 대우조선은 지난 1980년대 말부터 KSS-I급 잠수함 건조를 시작으로, 지난해 8월 국내 최초 독자 설계·건조한 KSS-III 도산 안창호함을 해군에 인도했다.
또한, 대우조선은 한국 해군의 첫 국산 구축함인 광개토대왕급 구축함(DDH-I)과 더불어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DDH-II), 세종대왕급 구축함(DDH-III) 등 총 35여척의 수상함 건조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한때 투자은행(IB) 업계에서 대우조선의 방산 부문만 분리해 매각해야 경쟁력있다는 '분리매각론'이 제기될 만큼 대우조선의 방산 경쟁력은 '알짜'로 손꼽힌다. 대우조선의 해양·특수선 부문 매출 비중은 전체의 12.7%(2022년 상반기 기준, 3086억 원)이며, 연평균 영업이익률은 7~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화디펜스의 육군(K-9 자주포)장비와 한화시스템에서 개발하는 KF-21의 다기능 레이더 등 공군장비와 함께 '육·해·공'을 아우르는 방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된다.
한화의 자금력을 기반으로 연구개발(R&D) 투자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도 적지 않다. 대우조선은 매출액의 약 1% 수준의 비용을 R&D에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한화그룹 지원을 통한 R&D비용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에 열린 '대우조선해양 현안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표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
◆ 한화에 단기적 부담 증가…노조 반대도 '변수'
다만, 단기적으로는 한화그룹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우조선의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5696억 원으로, 지난해에는 1조754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재무건전성 지표 가운데 하나인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379%, 올해 6월 말 기준으로는 676%로 상승했다.
재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경우 조선산업의 특성상 수주분이 뒤늦게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올해까지는 수익성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에서도 조선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한화가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지원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산업은행의 경우 계약 완료 이후 5년 뒤까지 기존 금융지원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한화그룹이 2조 원 신규자금 투입해 소요자금 유동성을 보충하는 과정을 고려할 때 정상화되기 까지는 시간 필요할 것"이라며 "이런 지원을 계속 해야 대우조선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산업은행의 채권회수 가능성을 높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에 신규자금을 2조6000억 원, 출자전환 1조8000억 원 등 총 4조1000억 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단행했으며, 현재 3조5000억 원 가량 손실이 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손실액의 경우 현재 대손충당금으로 쌓은 자금이 1조6000억 원, 주가 하락으로 인한 주식 손실은 1조8000억 원으로 집계된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대우조선이 현재 '요주의여신'에서 '정상여신'으로 분류되면 1조6000억 원 대손충당금은 이익으로 환원되며, 주가가 회복될 경우 투입자금을 상당부분 회수 할 수 있다.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노조 반발도 한화그룹의 대우조선 인수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긴급 임시 이사회를 화상 회의로 진행하고, 오는 29일~30일 쟁의행위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과거 노조 측의 강한 반대로 인해 인수에 부담감을 안겼던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구조조정으로 인한 인력조정 우려를 제기하며 (노조가) 반대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면서 "다만, 최근 조선업 호황으로 인해 일감이 부족한데다 한화 측도 지역경제 상생 등을 전면에 내세운만큼, 당장 구조조정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