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에 증권사 PF 수익성 경고등…위험도 높은 증권사는?
  • 박경현 기자
  • 입력: 2022.09.22 00:00 / 수정: 2022.09.22 00:00
한투·메리츠證, 채무보증액 자기자본 대비 90% 이상
22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4조1750억 원이다. /더팩트 DB
22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4조1750억 원이다. /더팩트 DB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급격한 금리 상승과 공급 과잉 등이 겹쳐 부동산 경기가 어려워지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수익성을 키워오던 증권사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PF 대출 비중이 자기자본대비 높은 증권사들 위주로 리스크가 우려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건전성에 대한 지적이 따르고 있다.

◆ 부동산 경기 불황 지속에 증권사 PF 수익성도 '흔들'

22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4조1750억 원이다. 채무보증 규모는 24조6675억 원으로, 지난 2020년 대비 17% 증가했다.

PF 대출 연체율도 높아져 4.7%까지 치솟았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놨던 지난 2019년 1.3%와 비교해 3배 이상 상승이다.

PF는 부동산 사업 시행사가 착공부터 준공까지 필요한 부동산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추후 프로젝트에 투자한 원금과 그에 대한 수익을 돌려받는 자금구조를 갖는다. 시행자가 증권사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게 되며, 금융기관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시행사와 대출 약정을 체결한다. PF는 경기 민감성이 높아 부동산금융 중에서도 가장 위험이 큰 사업으로 꼽힌다.

금융사들은 앞서 집값 상승과 저금리 기조 등 부동산 시장의 활황에 힘입어 부동산 PF를 공격적으로 늘림으로써 수익성을 키워왔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3월말 국내 주요 증권사 24곳의 PF대출과 브리지론 비중은 전체 자기자본의 39%에 달한다. 소형사는 이 비중이 49%까지 달해 의존도가 더 높다.

비중이 높아질수록 금리인상과 원자재값 급등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거나 최악의 경우로 공사가 중단되면 시공사나 돈을 내준 금융사까지 줄도산 위기에 처하게 된다.

◆ 과중한 부동산PF 시 신용위험 '뇌관'…업계 "메리츠·삼성증권 리스크 높다"

국내 주요 증권사 중에서는 메리츠증권과 삼성증권의 부동산 PF 익스포져(위험노출) 규모가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9개 대형 증권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져는 총 18조7286억 원이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메리츠증권이 3조5580억 원(PF대출 잔액 9225억 원, PF채무보증 잔액 2조6355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삼성증권이 3조3940억 원(PF대출 잔액 1820억 원, PF채무보증 잔액 3조2121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또한 △KB증권 2조7265억 원 △한국투자증권 2조6569억 원 △NH투자증권 1조7449억 원 △미래에셋증권 1조3748억 원 △신한금융투자 1조1730억 원 △하나증권 1조853억 원 △키움증권 1조151억 원 순으로 높았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의 부동산 PF 리스크에 대해 금리 상승 및 공사비 증가 등으로 인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져의 건전성 저하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팩트 DB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의 부동산 PF 리스크에 대해 "금리 상승 및 공사비 증가 등으로 인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져의 건전성 저하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팩트 DB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의 부동산 PF 리스크에 대해 "오랜기간 부동산금융 부문에서 쌓아온 영업지위를 감안할 때 메리츠금융그룹이 부동산금융 부문을 약화시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금리 상승 및 공사비 증가 등으로 인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져의 건전성 저하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도했던 위험 익스포져 부담을 축소 중이지만 여전히 자본 대비 부담이 상당하다"며 "코로나19 발생 이전 취급했던 해외투자 익스포져 역시 추가적인 손상이 발생할 위험이 상존해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증권사의 과중한 부동산PF가 이어진다면 익스포져로 인한 신용위험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채무보증이 증가할 경우 증권사 재무 건전성을 판단하는 순자본비율(NCR)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채무보증 대부분이 부동산 PF 대출 보증이기에, 시장 침체 시 우발채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의 올해 상반기 채무보증액은 2~5조 원대로, 이중 부동산 PF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자본 대비 비중으로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94.2%) △메리츠증권(90.6%)이 90% 이상이다. 이어 KB증권(89.2%), 신한금융투자(85.9%), 하나증권(82.4%) 등도 80%대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설정한 채무보증 한도(자기자본 대비 비율 10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앞서 수년간 증권사들이 IB 중에서도 부동산 PF사업으로 수익성을 늘려왔다. 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부동산 경기 호황에 기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물가상승 억제를 위해 전세계적으로 기준금리 기조가 강해지며 부동산 금융에 집중하는 증권사들의 건전성 악화 우려도 커질 수 밖에 없다"며 "금리인상으로 인해 부동산 경기가 하강하면 부동산PF에 대한 채무보증(우발채무)가 큰 증권사의 잠재적 리스크가 함께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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