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사내 워킹맘 간담회서 제도 개선 해법 찾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있는 삼성SDS 잠실캠퍼스에서 사내 워킹맘들과 '워킹맘의 일과 가정생활 양립'을 주제로 간담회를 갖고, 워킹맘의 최근 관심사와 고민은 물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직장과 가정생활 변화 등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삼성전자 제공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들이 진정한 애국자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내 주요 계열사를 찾아 묵묵히 일하는 워킹맘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앞서 과거에도 현장·소통 경영에 공을 들여왔던 이재용 부회장이지만, 최근 전자계열사와 비(非)전자계열사를 막론하고 임직원들과 '초밀착 소통'에 나서면서 경제계 안팎에서는 '신선함'을 넘어 '파격'에 가깝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30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있는 삼성SDS 잠실캠퍼스를 방문했다. 지난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기공식과 24일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 26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이어 3주 연속 '릴레이' 현장 행보다.
이날 삼성SDS 잠실캠퍼스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은 다른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경영진과 사업 현황을 공유하고,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어느 사업장을 방문했는지를 두고 산업계에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복권 이후 재계 안팎의 더 많은 관심은 전례 없는 '소통 방식'에 쏠린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삼성SDS 잠실캠퍼스에서도 앞서 방문했던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구내식당을 찾아 임직원들과 식사를 했다. /삼성전자 제공 |
이재용 부회장은 크고 작은 행사 때마다 사장단과 함께 구내식당을 찾아 식사를 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질 만큼 격식 없는 소통 경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12일 복권 이후 다시 수년 만에 재개된 소통 경영은 전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진화했다는 게 내부 평가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삼성SDS 잠실캠퍼스에서 경영진과 회의를 갖기 전 삼성SDS 직원 10여 명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 모두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들이었다. '워킹맘의 일과 가정생활 양립'을 주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워킹맘의 최근 관심사와 고민은 물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직장과 가정생활 변화 등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앞서 지난 2020년 8월에도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사내 워킹맘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코로나19 여파로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 등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아 어려움이 커진 워킹맘들의 고충에 귀를 기울인 바 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직원 한 명 한 명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은 물론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을 바꿔야 한다"라며 "잘못된 것, 미흡한 것, 부족한 것을 과감히 고치고, 유능한 여성 인재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 차세대 리더로 성장하고,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조직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삼성SDS 워킹맘들과 간담회 이후 한 직원이 "엄마가 회사에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모습을 (자녀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요청하자, 직접 동영상 속 모델을 자처하며 해당 직원의 자녀에게 전하는 영상 메시지를 남겼다. 사진은 지난 24일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 내 어린이집을 방문해 아이들과 대화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 /삼성전자 제공 |
그의 소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간담회 이후 한 직원이 "엄마가 회사에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모습을 (자녀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요청하자, 직접 동영상 속 모델을 자처하며 해당 직원의 자녀에게 전하는 영상 메시지를 남겼다.
영상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어머니가 삼성SDS라는 회사에서 정말 중요하고, 남들에게 도움이 되고, 사회가 좋아지는 일을 열심히 하셔서 00이랑 같이 못 놀아 주는 거야. 건강하고, 착하고, 곧바르게 자라야 해 안녕"이라고 전했다.
임직원들의 가족을 향한 감사 메시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9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방문 때도 한 직원이 "출근 전 아내에게 '이재용 부회장과 단독사진을 찍어오겠다'고 큰소리쳤다"며 사진을 요청하자 직접 해당 직원의 아내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남편이 약속을 지켰다'고 말하면서 직접 셀프 사진까지 찍어 눈길을 끌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9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방문 때도 한 직원이 "출근 전 아내에게 '이재용 부회장과 단독사진을 찍어오겠다'고 큰소리쳤다"며 사진을 요청하자 직접 해당 직원의 아내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남편이 약속을 지켰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 제공 |
깨알 같은 제품 홍보도 화제를 모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워킹맘들의 사진 요청에 직접 삼성전자 '갤럭시 Z 플립' 폰을 접은 상태로 사진 찍는 법을 알려주며 "이 기능 때문에 (스마트폰이) 잘 팔리는 거에요"라며 셀카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 총수들의 세대교체 이후 임직원들과 소통의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타운홀미팅이나 토크쇼 등 기존에 없던 색다른 방식으로 임직원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지만,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보여주는 소통의 방식은 경제계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물리적, 정서적 거리가 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현장 경영은 육아휴직 확대와 임신 휴직 및 난임 휴가제 실시 등 일하는 방식의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제도 혁신을 통해 고(故) 이건희 회장의 '여성 중시' 철학을 계승, 발전시켜가고 있다"고 밝혔다.
likehyo8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