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한화그룹 제공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그룹 내부는 물론, 재계에서 그의 존재감이 더욱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전날(29일) 9개 계열사 대표이사 내정, 승진 인사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김동관 사장의 부회장 승진으로, 김동관 신임 부회장은 기존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에 더해 ㈜한화 전략부문·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도 함께 맡는다.

1983년생인 김동관 부회장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한화그룹에 입사한 뒤 고속 승진을 거듭해왔다. 2010년 한화그룹 회장실 차장을 거쳐 2015년 한화큐셀 상무·전무, 2019년 부사장, 2020년 한화솔루션 사장에 올랐다. 부회장 승진은 사장 승진 이후 2년 만이다.

이로써 김동관 부회장의 그룹 내 입지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단행한 한화그룹 방산 사업 통합의 중추인 곳으로, 김동관 부회장은 그룹 지배력의 정점과 그린에너지·우주항공 등 미래 사업을 이끄는 요직을 맡게 됐다. 한화그룹도 승진 인사를 발표하며 김동관 부회장이 향후 미래 사업과 관련해 김승연 회장의 경영 구상을 실현하는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김동관 부회장은 사업 경쟁력 강화, 미래 전략 사업 발굴·투자 등을 적극 추진해왔다. 비즈니스 전략 전문성과 글로벌 역량을 바탕으로 사업 전략 추진에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기도 했다"며 "그린에너지와 우주항공 사업의 중장기 전략 추진과 전략적 투자 등에서도 김동관 부회장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동관 부회장은 미래 사업 추진에 있어 김승연 회장의 경영 구상을 구현해나가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주요 주주로서 책임 경영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관 부회장의 그룹 내 입지가 강화되며, 재계에서 그의 존재감 또한 더욱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5월 '다보스 특사단'으로 참여한 김동관 부회장(당시 사장)이 대니얼 예긴 S&P글로벌 부회장(오른쪽에서 첫 번째)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정학적 변화와 에너지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견해를 공유하는 모습. /한화그룹 제공

이번 승진으로 김동관 부회장의 경영 보폭이 확대되며 재계에서의 존재감 또한 더욱더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래 사업과 관련한 역할이 확대되면서 주요 의사 결정에 이전보다 더 적극 참여할 것이 확실시되는 데다, 외부 행사 참석 역시 김승연 회장을 대신해 참여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실제로 김동관 부회장은 올해 들어 대외적인 경영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한화그룹을 대표해 공식 환영 만찬에 참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이에 앞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도 참석해 한미 경제 협력 영역을 태양광 분야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같은 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기업인으로 유일하게 윤석열 대통령이 파견한 '다보스 특사단'으로 참여해 글로벌 리더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민간 외교관' 활동을 펼쳤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와 그룹 경영 승계를 연결 짓고 있다. 그룹 내 김동관 부회장의 입지 강화를 포함해 김승연 회장이 41년이라는 오랜 기간 그룹을 이끈 점, 김동관 부회장이 2020년 사장 승진 이후 보유 지분을 꾸준히 늘린 점 등이 경영 승계 작업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

김동관 부회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은 4.44%다. 이 밖에 ㈜한화의 지분 9.7%를 보유한 한화에너지의 지분 50%를 가지고 있다.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 지분율을 늘리는 것이 승계를 위한 김동관 부회장의 향후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경영권이 급하게 넘어가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이번 인사로 김동관 부회장이 에너지·방산 등 주력 사업과 그룹 전반을 총괄하는 구도가 더욱더 명확해진 모습"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