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명예회장이 아이디어만 낸 것, 경영 참여 없어"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지난 2018년 말 경영에서 퇴진했지만, 이후에 그룹에 다양한 조언을 하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코오롱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 지난 2018년 말 그룹 경영에서 전격 퇴진하면서 한 말이다. 최근 이웅열 명예회장은 퇴진 당시 했던 말이 무색할 만큼 그룹에 많은 조언을 하고 있다. 코오롱이 최근 출시한 골프공은 이웅열 명예회장이 제출한 아이템으로 탄생했고 일회용 마스크를 재활용하는 친환경 프로젝트도 이 명예회장의 머리에서 나왔다. 이웅열 명예회장이 그룹에 아이디어를 낼 수 있지만, 최대주주의 의견을 경영인들이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경영 참여로 보는 시각도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 종속회사 그린나래는 국외 계열회사에 신규 법인 'GREEN NARAE AMERICA INC'를 추가했다. 'GREEN NARAE AMERICA INC'는 국내에서 골프장을 운영하는 그린나래가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 법인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국내에서 골프장을 운영하는 그린나래가 미국 법인을 설립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사업 방안은 논의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골프장 사업에 큰돈이 투입되는 만큼 이웅열 명예회장이 결단을 내렸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코오롱은 "이웅열 명예회장과 관련 없다"고 일축했다.
이웅열 명예회장은 지난 6월 코오롱 신소재 계열사 아토메탈테크코리아가 개발한 비거리 골프공 '아토맥스(Attomax)' 출시 행사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웅열 명예회장은 경영 은퇴 후 4년 만에 공식 석상에 직접 나서 자신이 직접 아토맥스 소재 개발과 이를 골프공에 접목하자는 아이디어를 회사에 냈다고 말했다. 아토맥스는 '이웅열 골프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그는 회사 행사 중 골프와 관련된 행사는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웅열 회장은 그룹의 ESG 경영에도 아이디어를 냈다. 코오롱은 이달 국내 최초로 일회용 마스크를 재활용해 옷걸이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친환경 프로젝트는 이웅열 명예회장이 지난해 회사에 제안하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이 옷걸이들은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에서 필요한 매장용 옷걸이로 사용된다.
코오롱은 이웅열 명예회장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그룹 경영에 관련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룹 관계자는 "이웅열 명예회장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회사에 제출한 것일 뿐 그룹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으며 회사에 나온 적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웅열 명예회장의 최근 행보를 사실상 경영 참여로 보기도 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명예회장은 그동안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회사에 전수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문제는 최대주주인 명예회장의 조언은 단지 조언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지시로 볼 수밖에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웅열 명예회장은 6월 말 기준으로 코오롱 지분 49.7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코오롱은 현재 천안 우정힐스, 춘천 라비에벨, 경주 마우나오션CC, 코오롱호텔 가든골프장 등 4곳의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라비에벨CC 올드코스 클럽하우스 전경. /더팩트 DB |
코오롱은 오래전부터 골프 산업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이웅열 명예회장의 부친인 고 이동찬 명예회장은 1985년 2월 대한골프협회 회장에 취임해 11년간 재임했다. 이 기간 골프 국가대표 육성 시스템이 체계화 되면서 골프 강국이 되는 밑거름이 됐다.
코오롱은 현재 천안 우정힐스, 춘천 라비에벨, 경주 마우나오션CC, 코오롱호텔 가든골프장 등 4곳의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 타이틀 스폰서를 맡고 있다.
골프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코오롱은 골프웨어 브랜드 엘로드를 비롯해 잭니클라우스, 왁, 혼마, 골든베어, 지포어 등 많은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이웅열 명예회장의 아이디어로 출시한 '아토맥스'로 골프공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아토맥스는 1더즌(12구)에 25만 원으로 기존 골프공보다 비싸지만, 세계기록위원회(WRC)로부터 '세계 최장 비거리 골프공'이라는 공식 인증을 받으며 경쟁력을 확보했다.
jangb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