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반도체부터 EPC까지 전방위 현장 점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4일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를 방문해 삼성의 EPC 사업 현황과 글로벌 시장 동향 등을 보고 받고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직원 페이스북 캡처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복권 이후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혁신기술 개발 기지가 될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R&D(연구개발) 단지 기공식을 시발점으로 비(非) 전자계열사인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를 방문하는 등 그간 미뤘던 현장 점검을 전방위로 확대하는 모양새다.
25일 삼성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전날(24일) 서울 강동구 삼성엔지니어링 GEC를 찾아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등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경영진으로부터 △삼성의 EPC(설계·시공·조달 등 대형 인프라 건설과 관련된 제반 산업) 사업 현황 △중동·미주 등 해외 엔지니어링 프로젝트 진행 상황 △친환경 사업 추진 전략 △글로벌 시장 동향 등을 보고 받고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2일 복권 이후 두 번째 공식 일정으로 전자계열사가 아닌 삼성엔지니어링을 낙점한 것은 비전자계열사가 중동 지역에서 추진 중인 대형 프로젝트와 무관하지 않다.
삼성엔지니어링은 4조5000억 원 규모의 멕시코 타바스코주 도스 보카스 정유 프로젝트, 1조4000억 원 규모의 사우디 자푸라 가스 처리시설 등 해외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카타르 국영에너지 회사 카타르에너지가 발주한 8000억 원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와 1조4000억 원 규모의 '자푸라 가스처리 패키지 1 프로젝트'를 계약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제공 |
이재용 부회장이 상일동 사옥을 찾은 것은 지난 2019년 6월 25일에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앞두고 삼성의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사업 기회 창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EPC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중동 각 국가와 파트너십을 통해 비즈니스 기회를 결합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의 해외 일정 역시 중동 사업과 맞물린다. 2019년 2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로 건너가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얀 아부다비 왕세제 겸 UAE 공군 부총사령관 등을 만나 5G·IT(정보통신)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같은 해 6월에는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단독 면담을 갖고 구체적인 협력 사례를 만들어내기 위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어 석 달 뒤에는 삼성물산이 건설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찾아 현지 임직원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복권 이후 행보 역시 그때와 마찬가지로 반도체와 바이오, 통신장비 등 미래 신성장 사업과 더불어 중동 지역 EPC 사업 등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최고의사결정권자로서 내부 결속을 다지고, 더 나아가 대외 불확실성 대응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화제를 모았던 소통 경영도 '뉴삼성'으로의 전환을 공언한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삼성 내부는 물론 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서 근무하는 약 800여 명의 임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삼성엔지니어링 직원 인스타그램 캡처 |
대표적인 사례가 구내식당에서의 식사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R&D 단지 기공식에 이어 이날도 약 800여 명의 임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사업장 방문 때마다 매번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임직원들의 식사는 사내 복지의 기본 중에 기본'이라며 사장단에 먼저 제안해 이뤄졌다는 전언이다.
이날 사내 어린이집 방문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GEC 1층에 있는 사내 어린이집을 찾아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격려와 더불어 직원들의 이용 방법, 육아휴직 등에 관한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며 운영 현황을 상세히 살폈다.
이를 두고 삼성 내부에서는 사내 '워킹맘'들과 대화 이후 달라진 변화를 근거로 '예상된 동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20년 8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찾아 사내 워킹맘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코로나19 여파로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 등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아 어려움이 커진 워킹맘들의 고충에 귀를 기울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 1층에 있는 사내 어린이집을 찾아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격려와 더불어 직원들의 이용 방법, 육아휴직 등에 관해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며 운영 현황을 상세히 살폈다. /삼성엔지니어링 직원 인스타그램 캡처 |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는 여성 임직원들의 고충과 더불어 일과 삶의 균형, 남성 임직원들의 육아 분담 활성화, 여성 리더십 계발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이후 삼성 내부에선 다음 해 사내 워킹맘에 초점을 맞춘 별도 인사프로그램이 신설됐다. 올해부터는 육아휴직으로 인한 여성 임직원들의 경력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해 '육아휴직 리보딩 프로그램'을 마련, 출산 후 복직 시 연착륙을 지원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현장 경영은 과거에도 미래 사업 준비와 위기 극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라며 "(이재용 부회장이) 복권 직전까지 '기술'을 강조해 온 만큼 주력 계열사를 찾아 각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 공백 전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달라진 삼성, '뉴삼성'으로의 전환의 일환으로 일하는 방식의 변화, 수평적 조직 문화 구축 작업에도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ikehyo8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