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개 행보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유럽 출장 일정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는 이재용 부회장.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광복절 특사로 복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행보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공식 행보를 기점으로 삼성의 경영 정상화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직 공개 일정을 소화하지 않고 있지만, 직접 "국가 경제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밝힌 만큼, 조만간 사업장 점검 등 현장 경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광복절 특사로 복권된 이후 아직 공개 행보에 나서지 않고 있다. 당초 16일 열린 삼성준법감시위원회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현재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일정과 관련해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갖가지 추측만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여러 예상 가운데 사업장 방문과 주요 경영진과의 간담회 등이 현실화 가능성이 가장 큰 안으로 거론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직접 주요 사업장 곳곳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등 현장 경영을 활발히 펼치는 기업인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지난해 가석방된 이후에도 취업제한 논란 등을 의식해 관련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임직원과의 만남도 경영 활동으로 비칠 수 있어 자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한 것을 고려하면 사업장을 찾아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삼성의 '기술력'을 집중 점검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반도체 사업장 방문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삼성은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 속에서도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15일 방한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 공동 이사장과 회동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게이츠 이사장의 2013년 방한 당시에도 만나 업계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행보가 본격화되면 뉴삼성 혁신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 DB

이처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시선이 쏠리는 건 삼성의 경영 정상화 작업이 본격화된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앞서 재계는 복권이 결정된 직후 족쇄가 풀린 이재용 부회장이 인수합병(M&A)을 포함한 투자, 네트워크 복원 등 정상화 절차와 함께 뉴삼성 구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책임 경영 관점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직에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나아가 태스크포스(TF) 수준인 삼성의 컨트롤타워가 정상 조직으로 복원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재용 부회장의 첫 공식 일정 안에는 이러한 향후 경영 방향성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메시지가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부회장의 잠행 모드는 그리 오래 유지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기존 주력 사업의 초격차 유지는 물론, 미래 먹거리 육성에 힘을 줘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데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인들의 활발한 경영 활동을 보장하겠다 이번 광복절 사면·복권의 취지에 걸맞은 움직임을 보일 필요성이 있다. 칩4(팹4) 협력 논의가 심화되는 것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의 민간 외교관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재용 부회장 자신도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어서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겠다"며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고,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이재용 부회장의 대외 활동 폭이 커지면, 글로벌 경영 재개 시점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선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제2 파운드리 공장 착공식 참석, 공급망 논의를 위한 일본 방문 등이 거론된다. 다만 매주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 해외 출장의 걸림돌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도 법원에 출석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복귀는 잃었던 큰 구심점이 다시 생긴 것"이라며 "그동안의 경영 공백을 만회하기 위한 활발한 경영 행보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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