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0원 오른 1326.1원으로 마감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황원영 기자] 원·달러 환율이 하루 새 15원 가까이 오르면서 13년 3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유로화와 위안화 등 주요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치를 훌쩍 웃돌면서 미국 달러 초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0원 오른 1326.1원으로 마감했다. 이 같은 마감가는 2009년 4월 29일(1340.7원) 이후 13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부터 상승세를 나타냈다. 전 거래일 대비 5.9원 오른 1318원에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7분쯤 1320원을 넘어섰다. 장중 한 때 1326.7원까지 오르면서 연고점을 다시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이 132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4월 30일(1325.0원) 이후 13년 2개월여 만이다.

유럽 등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주요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사임에 따라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고, 러시아 가스 공급 감소 등 유럽 내 에너지 공포가 커지면서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간밤 유럽연합(EU) 내 유럽위원회는 올해와 내년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포인트(2.7→2.6%), 0.9%포인트(2.3→1.4%) 하향조정했다.

이날 발표된 0%대 중국 성장률도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중국 2분기 국내총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0.4%로 시장 예상치(1.2%)를 밑돌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1분기(-6.8%)를 제외하고 관련 통계 집계 이후인 1992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 가운데 미국은 이달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전망이다.

미국 노동부는 6월 생산자물가(PPI)가 전년 동월 대비 11.3%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3월(11.6%) 이후 최대 폭 상승이다. 전달인 5월과 비교하면 1.1% 올랐다. 앞서 발표된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9.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1년 만에 최고치다.

이에 따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26~27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크리스토퍼 미 연준 이사는 이번 달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자이언트 스텝 지지 발언을 내놨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정책과 유로존 경기침체 우려로 당분간 달러 강세는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과거 저점 또는 그 이하로 하락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350∼1370원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환율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물가가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의 장기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추가로 가중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전일 종가 대비 0.37%(8.66포인트) 상승한 2330.98로 마감했다. 코스닥은 0.48%(3.69포인트) 하락한 762.39를 기록했다.

전일 뉴욕 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 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0.46% 하락한 3만630.1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일보다 0.3% 하락한 3790.38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일에 비해 0.03% 오른 1만1251.19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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