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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자율운항 보트 직접 타보니…장애물 회피·부두 접안 알아서 척척
입력: 2022.07.16 00:00 / 수정: 2022.07.16 00:00

안전과실 사고 감소 전망…내년 레저시장 공략 본격화

지난 12일 인천 영종도 왕산마리나에서 아비커스가 자율운항 선박 시연회를 열고 레저 보트 자율운항 기술을 선보였다. /김태환 기자
지난 12일 인천 영종도 왕산마리나에서 아비커스가 자율운항 선박 시연회를 열고 레저 보트 자율운항 기술을 선보였다. /김태환 기자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자율주행자동차 시장이 커지는 것처럼 선박의 자율운항 관련 시장도 확대되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어큐트마켓리포트에 따르면 세계 자율운항선박 시장은 지난해 약 95조 원 규모에서 오는 2025년까지 180조 원으로 커질 것이라 전망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사내 벤처 1호로 출범한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는 최근 자율운항 시스템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대양을 가르는 상선은 물론,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레저 보트용 자율운항 시장도 적극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2일 현대중공업의 데이터와 선박제어 기술 노하우를 그대로 전승받은 아비커스의 자율주행 레저 보트 직접 타보고 상품경쟁력을 확인했다.

자율운항을 진행하고 있는 보트 내부. 조타석에 조타수가 없는 채로 선박이 운항하고 있다. /김태환 기자
자율운항을 진행하고 있는 보트 내부. 조타석에 조타수가 없는 채로 선박이 운항하고 있다. /김태환 기자

부두를 빠져나온 보트는 수면 위를 미끄러지 듯 내달렸다. 시연에 사용된 자율운항 선박은 10인승 레저보트였다. 조타석에 있던 사람은 조타대(배를 조향하는 장치)에 손을 떼고 아예 자리에서 나왔다. 그럼에도 조타대는 자동으로 주행경로를 따라 회전했다. 보트 우측 상단에 설치된 태블릿PC에는 GPS에 기반해 주행경로와 운항현황 정보가 떴다. 지도에 기반해 마치 자동차 내비게이션처럼 표현됐다.

해당 보트에 적용된 시스템은 인공지능(AI)이 선박의 상태와 항로 주변을 분석해 이를 증강현실(AR) 기반으로 항해자에게 알려주는 '하이나스(HiNAS)'와 선박 이·접안 지원 시스템인 '하이바스(HiBAS)'다.

자율운항 시스템인 하이나스가 전방 부두의 장애물들을 식별하고 있다. 모터보트와 부이(부표) 등을 식별했다. /김태환 기자
자율운항 시스템인 '하이나스'가 전방 부두의 장애물들을 식별하고 있다. '모터보트'와 '부이(부표)' 등을 식별했다. /김태환 기자

지금까지 축적된 운항 데이터와 선박 제어 기술을 AI에 접목해 선박의 출항부터 운항, 귀항, 그리고 접안까지 모두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아비커스 측은 설명했다.

국제 해사기구(IMO)는 자율운항을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1단계, 선원이 승선한 상태에서 원격제어하는 2단계, 선원 없이 원격 제어하는 3단계, 선박의 운영체제가 스스로 결정·운항하는 4단계로 구분한다. 아비커스의 보트는 2단계가 적용돼 승선한 사람이 원격 제어를 진행한다.

전방에 요트 한대가 정면으로 접근했다. 사고 위험을 감지한 보트는 즉시 경로에서 벗어나 회피를 시작했다. 보트는 약 40~50m 전부터 위험을 감지해 미리 피했다. 덕분에 급작스럽게 움직이지 않고, 부드럽고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었다. 맞은편 보트를 피한 뒤로는 내비 상에 뜨는 경로로 다시 서서히 복귀했다.

아비커스 자율운항 시스템 내비게이션 모습. 경로를 미리 지정하면 지도에 표시되고, 마치 자동차 내비게이션처럼 보트가 해당 경로를 운항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태환 기자
아비커스 자율운항 시스템 내비게이션 모습. 경로를 미리 지정하면 지도에 표시되고, 마치 자동차 내비게이션처럼 보트가 해당 경로를 운항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태환 기자

조타석이 아니라 승선 공간에 있던 아비커스 이준식 팀장이 태블릿 PC를 들고 선박을 제어하기 시작했다. 레이싱 게임 조이스틱처럼 생긴 화면을 보여줬다.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좌 우 엔진을 조종할 수 있는 조이스틱 버튼이 있었다. 왼쪽 조이스틱을 누르자 보트는 왼쪽으로 서서히 움직였고, 반대로 오른쪽 조이스틱을 누르자 보트는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태블릿의 플러스(+) 버튼을 누르면 속도가 올라갔다. 제어 시스템은 내부 통신망을 활용해 진행된다. 원격 조종은 통신에 문제가 없다는 가정 하에서는 지연이 없다.

아비커스 이준식 팀장이 태블릿PC를 활용해 선박을 원격 조종하고 있다. /김태환 기자
아비커스 이준식 팀장이 태블릿PC를 활용해 선박을 원격 조종하고 있다. /김태환 기자

무엇보다도 주행을 끝마치고 접안할 때 자율운항 시스템이 진가를 발휘했다. 배는 자동차처럼 브레이크가 없기에 부두에 접안할 때 자동차보다 난이도가 높다.

일반적으로 배는 홋줄을 먼저 걸고 서서히 전진 혹은 후진을 하는 방식으로 접안을 진행한다. 배의 선수 부분에 줄을 부두에 걸고 후진을 하면, 줄이 팽팽히 당겨지며 배를 대각선 뒤쪽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반대로 전진할 경우 부두 앞쪽으로 접안할 수 있다.

하지만 아비커스의 보트는 아예 옆으로 움직였다. 방파제 내로 들어온 뒤 상황을 판단한 보트가 후미에 설치된 엔진 방향을 조금씩 움직였다. 보트는 마치 영화 '아이언맨'에서 비행슈트가 중심을 잡기 위해 보조날개를 움직이는 것처럼, 엔진의 조금씩 위치를 수정하며 천천히 부두로 이동했다.

아주 천천히 접안할 부두 오른쪽으로 움직였는데, 제자리에 멈췄다 바로 옆으로 이동했다. 브레이크가 따로 없는데도 부두 50cm 앞에서 정확히 멈췄다. 홋줄은 마지막에 던졌다.

아비커스 자율운항 레저 보트에 설치된 카메라 모습. 전방과 좌·우측 천장, 후방에 카메라가 각각 설치돼 있다. 마치 자동차 옵션인 360도 어라운드뷰처럼 보트를 위에서 내려다 보듯 촬영할 수 있다. /김태환 기자
아비커스 자율운항 레저 보트에 설치된 카메라 모습. 전방과 좌·우측 천장, 후방에 카메라가 각각 설치돼 있다. 마치 자동차 옵션인 '360도 어라운드뷰'처럼 보트를 위에서 내려다 보듯 촬영할 수 있다. /김태환 기자

접안할 때는 보트 지붕에 설치된 카메라의 도움을 받았다. 전·후·좌·우 모두 확인할 수 있으며, 마치 자동차의 '360도 어라운드뷰'와 같이 보트 전체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화면도 볼 수 있었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장애물이 있다면 확인할 수 있어 즉각 운전자가 반응할 수 있었다.

이준식 팀장은 "특히, 레저용 보트를 구입하고 운항할 때 접안이 어려워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레저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보트나 요트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비커스는 올 10월 북미 국제 보트쇼에 참가하며 북미 시장에 진출한다. 실제 아비커스는 지난 2월 2단계 자율운항 시스템 선급을 인증받아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전세계 레저보트 수요는 1000만 척이 넘으며 1년에 새로 만들어지는 선박은 20만 척, 새로 수리하는 보트까지 합치면 200만 척이 넘는다"면서 "북미시장을 필두로 레저보트 시장에서 자율운항 시스템을 적극 홍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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