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침대 본사 "대리점 가격 표시 확인 어려워"
수면 시장 1위 기업인 에이스침대가 일부 오프라인 대리점 매장에서 가격표시제(사업자가 생산·판매하는 물품에 대해 가격을 표시하는 제도)를 위반하고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선영 기자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1990년대 "침대는 과학"이라는 광고로 우리나라 수면 시장을 장악한 에이스침대가 제품의 소비자 가격을 숨기고 영업을 하는 등 구태의연한 영업 행태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에이스침대 일부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격표시제(사업자가 생산·판매하는 물품에 대해 가격을 표시하는 제도)를 위반하고 제품을 판매해 소비자들의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동일한 제품에 매장마다 할인율을 다르게 적용해 가격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스침대는 가격 표시제 실시 의무는 인지하고 있으며 대리점에서 지키고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리점을 관리하는 본사의 무책임한 태도다.
◆ 에이스침대, 오프라인 제품 가격은 책자로 확인?…일부 매장 가격표시제 위반
<더팩트> 취재진은 12일과 13일에 걸쳐 서울 에이스침대 대리점과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매장을 방문한 결과, 매트리스 가격을 표시한 곳은 찾을 수 없었다. 방문한 매장에서는 전시된 제품의 소비자 가격과 할인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직원에게 가격을 문의하거나 상담을 받아야만 알 수 있었다. 현장 직원은 "소비자마다 원하는 매트리스가 달라서 상담하면서 (가격을) 알려준다"며 "매장별로 할인율이 달라 최종 가격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스침대 일부 대리점들이 소비자 가격을 공개하지 않는 행위는 가격표시제 위반에 해당한다. 가격표시제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3조의 규정에 따라 공산품(농, 축, 수산물 등)의 가격표시와 소비자기본법 제12조의 규정에 의해 사업자의 부당한 행위로 지정된 권장소비자가격 등의 표시 금지에 관한 사항을 규정, 소비자 보호와 공정한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현행 가격표시제는 종전의 공장도가격(수입 가격) 표시의무제, 소매가격 및 공장도가격 표시제가 각각 1998년과 1999년에 폐지되고,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가격표시제 실시요령에 따라 판매가격표시제(권장소비자가격표시 금지)와 단위가격표시제가 실시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법제처(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 행정규칙인 가격표시제 실시요령에 따르면 가구 소매업 같은 경우 가정용 가구와 사무용 가구, 주방용 가구 판매 가격 표시 의무가 있다"며 "해당 의무가 있는 업체라면 가격 표시를 해야 하는데 (에이스침대는) 그렇게 운영이 안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이스침대는 대리점들이 판매가격을 표시하도록 관리해야 하지만, 방관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에이스침대 관계자는 "에이스에비뉴(에이스침대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가구 편집숍)를 제외한 매장은 모두 대리점"이라며 "행정 규칙에 따라 가격표시제 실시가 의무적으로 진행돼야 하고 에이스침대 본사 차원에서 지키라고 안내하고 있다. 현장(대리점)에서 지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지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모호한 답변을 냈다.
12일 방문한 서울 에이스침대 대리점(왼쪽)과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대리점 매장. 매트리스 제품의 가격이 표시되지 않고 있다. /이선영 기자 |
◆ 매트리스 구입하는데 전 매장 다 돌아야 하나…대리점 영업방식 따른 가격 차이
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대리점마다 할인율도 큰 차이를 보여 소비자 혼란이 우려된다. 학생들과 1인 가구에서 주로 구매하는 기본형 매트리스인 에이스타임 퀸 사이즈 매트리스 한 개를 기준으로 서울의 오프라인 대리점별 가격을 조사한 결과, 소비자가 102만4000원인 해당 제품은 △A 매장 현금가 88만 원, 카드가 88만 원 △B 매장 현금가 82만 원, 카드가 84만3000원 △C 매장 현금가 80만 원, 카드가 81만 원으로 차이를 보였다. 실제 구매하는 가격이 매장마다 다를 경우 소비자들이 일일이 매장별 가격을 비교해야 한다는 점과 같은 제품을 누군가는 비싸게 구매하고 누군가는 저렴하게 구매하게 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에이스침대가 가격표시제를 위반하고 있는 부분에는 동의하지만 공정거래법상 대리점별 가격이 다른 것은 본사에서 규제할 수 없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대부분의 가구 업체들이 가격을 표시하지 않았다"며 "에이스침대가 오래된 기업이다 보니 옛날 방식의 영업 형태에 아직 못 벗어난 것 같다. 이처럼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소비자가 불리한 조건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매장별로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본사가 가격을 규정할 수 없고 소비자는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권리가 있다"며 "본사에서 '이 가격에 판매하세요'라고 하면 사실 공정거래법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에이스침대 본사에서 대리점에 지침이나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격표시제 의무를 지키지 않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야 할 사항으로 보인다"며 "소비자의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가격인데 대리점이라 하더라도 본사에서 가격에 대한 지침이나 원칙을 제시하고 대리점이 따라주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에이스침대 창업주인 안유수 회장의 장남 안성호 사장. /에이스침대 제공 |
한편 에이스침대는 창업주인 안유수 회장의 장남인 안성호 사장이 이끌고 있으며, 국내 침대 업계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에이스침대의 매출은 △2019년 2774억 원 △2020년 2894억 원 △2021년 3454억 원이며, 영업이익은 △2019년 499억 원 △2020년 503억 원 △2021년 773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