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진은 조 회장이 지난해 11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채용비리 관련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나오고 있는 모습. /이동률 기자

[더팩트│황원영 기자]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털어냈다. 2018년부터 4년간 조 회장을 옭아맨 신한은행 신입사원 채용비리에 관여한 혐의가 무죄로 밝혀지면서 그의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 신한금융지주 지배구조도 안정화될 전망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30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 회장과 함께 기소된 윤승욱 전 신한은행 인사·채용담당 그룹장 겸 부행장에게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확정했다. 조 회장은 대법원에 출석하지 않고 신한금융 본사 집무실에서 재판 결과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부정 채용에 관한 피고인(조용병)과 나머지 피고인들 사이의 공모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앞서 조 회장은 신한은행장 시절이던 2013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외부청탁 지원자와 신한은행 임원 자녀 등 명단을 관리하면서 채용 과정에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2018년 재판에 넘겨졌다. 또 합격자 남녀 성비를 3대 1로 인위적으로 조정한 혐의도 받았다.

2020년 1월 열린 1심은 조 회장이 총 3명의 지원사실 등을 인사부에 알려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지난해 11월 열린 2심은 서류전형 부정합격자에 대해 조 회장의 관여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대법원 선고로 조 회장의 무죄가 확정되면서 그룹 내부에서도 안도감이 커지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조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종료됐기 때문이다. 1심 당시 조 회장의 법정 구속 우려가 나오면서 신한금융 내부 분위기가 위축된 바 있다. 2심에서도 1심 판결이 굳어지거나 유죄를 받을 가능성이 제기돼 리스크가 커졌다.

이번 판결로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조 회장의 연임 가능성도 높아졌다. 조 회장은 지난 2017년부터 신한금융지주를 이끌고 있다. 2020년 3월 연임에 성공해 두 번째 임기를 지내고 있는데, 3연임에 성공할 경우 라응찬 전 회장(2001년 8월~2010년 10월)에 이어 두 번째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조 회장 체제 아래 신한금융은 양호한 성적표를 거뒀다. 취임 첫해 2조9177억 원이던 신한금융 순이익은 2018년에 3조1570억 원으로 3조 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4조193억 원을 달성하며 4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1분기 신한금융이 벌어들인 순이익은 1조4004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7.5% 증가했다.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특히 조 회장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비은행 부문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평을 받았다. 은행 부문에 집중된 수익 구조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조 회장은 다방면에서 M&A를 이어왔다. 신한금융은 2018년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를 시작으로 이듬해 부동산신탁사 아시아신탁을 인수했다. 이어 2020년 벤처케피탈(VC) 네오플럭스(현 신한벤처투자)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신한자산운용)을 사들여 비은행 부문 강화에 힘을 쏟았다. 비은행 부문 순이익 기여도는 2018년부터 꾸준히 올라 지난해 42.1%를 기록했다.

금융권 내에서는 사법리스크를 털어낸 조 회장이 견고한 실적을 기반으로 광폭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높은 실적과 긍정적인 평가를 고려하면 조 회장 연임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won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