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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에 빠진다", "혼돈 체감" 재계 총수 연일 '독한 발언' 왜?
입력: 2022.06.20 11:34 / 수정: 2022.06.20 11:34

최태원 "경영 시스템 확 바꿔야"…이재용 "시장 변화, 적응 중요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2022 확대경영회의를 열고 글로벌 경제 위기 등 불투명한 경영 환경 속에서 경영 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진은 해당 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는 최태원 회장.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2022 확대경영회의'를 열고 "글로벌 경제 위기 등 불투명한 경영 환경 속에서 경영 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진은 해당 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는 최태원 회장. /SK그룹 제공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재계 총수들이 잇달아 '독한 발언'을 내놓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퍼펙트 스톰'(악재가 동시에 터지는 것)에 직면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고조됨에 따라 비상등을 켜는 차원이라는 게 재계 안팎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기업들은 연일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하며 위기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상반기 경영을 점검하고 하반기 전략을 논의하는 '2022 확대경영회의'를 마무리했다. 주요 관계사 최고경영자(CEO) 등 핵심 경영진 3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파이낸셜 스토리를 다시 구성하고, 경영 시스템도 재구축할 것을 주문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축으로 하는 파이낸셜 스토리는 기존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담은 성장 스토리를 통해 고객, 투자자, 시장 등 이해 관계자들의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SK그룹의 경영 전략을 말한다.

이날 회의는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는 게 내부 전언이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 고물가·고금리·고환율·저성장 등 경제가 복합 위기에 빠지며 기업 입장에서 고민이 많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2.7%)를 내려 잡고, 물가 상승률 전망치(4.8%)를 크게 올리는 등 외부 평가도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전문가들은 '퍼펙트 스톰'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주요 경영 전략과 경영 시스템의 재구축을 주문한 것도 글로벌 경제 위기 등 불투명한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 가치와 직결되는 이른바 'SK 경영 시스템 2.0'으로의 체질 개선 필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그동안 파이낸셜 스토리는 기업 가치와는 연계가 부족했다"며 "현재의 사업 모델이나 영역에 국한해 기업 가치를 분석해서는 제자리걸음만 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과거에 안주하지 말자"며 '독한 주문'을 이어갔다. 그는 "누구도 시도할 생각을 못 한 영역에 대한 과감한 결단, 그리고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오랜 기간 치밀하게 준비하는 실행력이 글로벌 최고 수준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SK CEO들은 이번 회의에서 경제 위기 상황 인식을 함께하고, 새로운 경영 시스템 구축과 신사업 모색 방법론 등에 대해 외부 투자 전문가, 학계 인사 등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8일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시장의 여러 가지 혼동과 변화, 불확실성이 많은 걸 느꼈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이선화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8일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시장의 여러 가지 혼동과 변화, 불확실성이 많은 걸 느꼈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이선화 기자

위기감이 크게 반영된 재계 총수들의 '독한 발언'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비상 경영을 선언한 대부분의 기업에서 강도 높은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11박 12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지난 18일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표정도 그리 밝지 않았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과 관련해 "목숨 걸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각오를 밝히며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출장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시장의 여러 가지 혼동과 변화, 불확실성이 많은 걸 느꼈다"며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재용 부회장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도 기술 같다. 열심히 하겠다"며 '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직 문화 혁신과 함께 경영 악재 돌파구로 '초격차 기술 강화'를 꼽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올해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LG는 고객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변화에 민첩히 대응하며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드는 노력을 지속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 총수의 '독한 주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기업들은 연일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하며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는 오는 21일부터 주요 경영진과 임원, 해외법인장까지 참석하는 상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열 계획이다. 상반기 경영전략회의가 대규모로 열리는 건 2018년 이후 4년 만으로, 이 역시 최근 악화하는 대내외 경영 환경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전략회의는 IT·모바일, 소비자가전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 경험) 부문과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으로 나눠 각각 21~23일, 27~29일 열릴 예정이다.

LG그룹은 이미 구광모 회장 주재로 2019년 이후 3년 만에 상반기 전략보고회를 실시하고 있다. 전략보고회는 이달 말까지 이어진다. 현대자동차그룹, 롯데그룹, POSCO 등도 주요 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여 경영 위기를 극복할 해법을 모색하는 취지의 경영전략회의를 조만간 개최할 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코너에 몰리자 '비상 대응' 차원의 움직임을 확대하고 있다"며 "지금 위기를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향후 생사가 결정될 정도의 엄중한 시기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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