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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비즈토크<상>] '벼랑 끝' 몰린 둔촌 주공 조합, 재산 날리나?
입력: 2022.06.19 00:00 / 수정: 2022.06.19 00:00

둔촌주공 대주단, 조합에 사업비 대출 '연장 불가' 통보...서울시 최근에서야 중재 나섰지만 갈등봉합은 의문

공사비 증액을 둘러싸고 조합과 시공사업단가 갈등으로 공사가 중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공사 현장. 대주단이 조합에 대출 연장 거부를 통보하면서 조합원들이 빚더미에 앉을 위기에 처했다. /이민주 기자
공사비 증액을 둘러싸고 조합과 시공사업단가 갈등으로 공사가 중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공사 현장. 대주단이 조합에 대출 연장 거부를 통보하면서 조합원들이 빚더미에 앉을 위기에 처했다. /이민주 기자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윤정원·문수연·최수진·정소양·이민주·한예주·박경현·이선영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이민주 기자]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이어진 한 주였습니다. 경제계는 지난주에도 시끄러운 쟁점들로 떠들썩했는데요. 먼저 부동산 업계에서는 '공사 중단' 사태가 빚어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습니다. 조합에 사업비를 대출해준 대주단이 대출 연장 불가를 통보하면서 조합이 벼랑 끝에 몰린 것입니다. 은행권에서는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이름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데요. 강 회장은 지난 7일 산은 회장으로 임명됐지만 노조 저지로 출근조차 하지 못하고 여의도 길바닥을 헤매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통업계에서는 소주업체 하이트진로가 운송 위탁사 소속 화물차주들의 파업으로 출고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파업 여파로 출고량이 평상시의 70%까지 떨어지면서 '소주대란' 우려가 높아졌다고 하네요. 그럼 먼저 둔촌주공 관련 소식부터 들어보시죠.

◆ 둔촌주공 '제2의 트리마제' 되나…조합원들 채무자 될 위기 처해

-건설업계는 지난주 사상 초유의 '공사 중단' 사태가 빚어진 둔촌주공을 둘러싸고 시끄러웠죠. 둔촌주공 대주단이 조합에 사업비 대출 연장 불가 의견을 전했다고요?

-네. 둔촌주공 공사가 멈춰선지도 어느덧 두 달이 넘었습니다.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는 지난달 15일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으로 중단됐는데요. 서울시가 중재에 나섰지만 시공사업단과 조합의 견해차가 커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급기야 조합에 사업비를 대출해준 대주단은 최근 둔촌주공 사업비 대출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담긴 공문을 시공사업단과 조합에 발송했습니다. 대출 만기일은 오는 8월24일인데요. 대출이 연장되지 않으면 조합은 2개월 안에 7000억 원 규모 사업비 대출을 모두 상환해야 합니다.

공사비 증액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아파트 공사 현장. 시공사업단은 조합이 사업비 대출을 갚지 못하면 자기들이 우선 변제하고 추후에 조합에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민주 기자
공사비 증액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아파트 공사 현장. 시공사업단은 조합이 사업비 대출을 갚지 못하면 자기들이 우선 변제하고 추후에 조합에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민주 기자

-조합이 돈을 갚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요.

-조합은 지난 2017년 시공사업단의 연대 보증을 받아 NH농협은행 등 대주단으로부터 7000억 원의 사업비를 대출받았습니다. 대출이 연장되지 않으면 시공사업단이 우선 변제하고 추후에 조합에 반환을 청구하는 구상권 행사에 나섭니다. 시공사업단도 조합 대신 사업비 대출을 갚겠다는 의사를 밝혔고요. 시공사업단은 지난 16일 "저희가 보증사이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라면서 "대위 변제 후에는 조합에 구상권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이 경우 조합원들이 채무자가 된다는 점입니다. 조합원의 수(6000여 명)를 고려하면 조합원 1인당 1억 원이 넘는 금액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죠. 조합 집행부도 상환 계획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둔촌주공 조합 관계자는 더팩트에 "조합은 보류지를 확대하거나 조합원 펀드를 제안하는 등 나름 여러 안을 제시해 왔지만 아직 상환 계획을 구체적으로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자 둔촌주공 토지가 경매에 넘어가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고요.

-맞습니다. 채무자(조합)가 돈을 갚지 않으면 대주단이 소송을 통해 연대보증인에게 돈을 청구하는데요. 보증을 선 시공사업단이 대주단에 7000억 원을 상환한 후 조합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조합이 돈을 갚지 못하면 사업지가 경매로 넘어가는 것이죠.

-'제2의 트리마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네요.

-네. '성수동 트리마제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지난 2006년 서울 성동구 성수1지역주택조합이 추진한 사업으로 추진 과정에서 추가 분담금을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졌습니다. 시공사인 두산중공업이 보증 금액 3600억 원을 상환하고 경매에 부쳐진 사업을 인수하면서 돈을 갚지 못한 조합원들은 결국 집을 잃었습니다.

-공사 중단에 따른 손실액도 하루하루 쌓이는 상황에 사업비 대출만기까지 다가오면서 조합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는데요.

-그렇습니다. 둔촌주공 정상화위원회가 최근 외부 건축사사무소에 의뢰해 받은 시뮬레이션 자료에 따르면, 공사 중단이 6개월간 지속할 경우 발생하는 추정 손실액은 1조6000억 원에 이릅니다. 조합원 1인당 2억7000여 만원의 손실을 떠안는 셈이죠.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주목받은 둔촌주공 사업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최근에서야 중재에 나선 서울시가 과연 양측의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지만 지켜봐야겠네요.

☞<하>편에서 계속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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