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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모든 노력 수포로" 화물연대 파업에 경제계 '위기감 최고조'
입력: 2022.06.13 00:00 / 수정: 2022.06.13 00:00

31개 경제단체 공동 입장문 발표…"정부, 업무 개시 명령 검토해야"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경제계에서는 산업계 전반으로 물류 차질 피해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시스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경제계에서는 산업계 전반으로 물류 차질 피해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집단 운송 거부)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산업 현장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경제계는 파업으로 인한 물류 마비가 실제로 장기화될 시 산업계 전반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고 화물연대의 즉각적인 파업 중단을 한목소리로 촉구하고 나섰다.

13일 경제계에 따르면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일주일가량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피해 사례 또한 점차 늘어나는 중이다. 경제단체인 한국무역협회가 총파업 닷새째인 지난 11일 오전 기준 화주들로부터 접수한 애로사항은 무려 155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수입 관련은 53건(34.2%)으로 원자재 조달 차질이 24건(15.5%), 물류비 증가가 15건(9.7%), 생산 중단이 14건(9.0%)으로 나타났다. 수출과 관련해서는 102건(65.9%)으로 납품 지연 39건(25.2%), 위약금 발생 34건(21.9%), 선적 차질 29건(18.7%) 등이었다. 무역협회는 "공산품을 수출하는 A사의 경우 선복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오랜만에 선박을 확보했지만, 선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선복을 재확보할 경우 발생하는 재고로 인해 2억 원가량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계는 시간이 갈수록 피해 사례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화 시 본격 물류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계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먼저 완성차 업계에서는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기약 없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장기화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차량 생산에 차질이 생긴 상황에서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차량 부품 수급까지 불안정해진 상태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차량 생산·출하 등 모든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건설 업계에서는 현장 절반이 멈출 위기에 놓였다. 대한건설협회와 한국주택협회 등에 따르면 전국 3000여 개 주거시설 공사 현장의 약 60%인 2000여 개 사업장에서 이번 주 골조 작업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레미콘(콘크리트) 공장 가동이 사실상 멈췄기 때문으로, 올해 원자잿값 인상과 인력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건설 업계는 물류난까지 더해지는 3중고에 직면하게 됐다.

대한상의·전경련·무역협회·경총 등 31개 경제단체는 12일 공동 입장문을 통해 화물연대는 우리 국민들의 경제 위기 극복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집단 운송 거부를 즉각 중단하고 운송에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팩트 DB
대한상의·전경련·무역협회·경총 등 31개 경제단체는 12일 공동 입장문을 통해 "화물연대는 우리 국민들의 경제 위기 극복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집단 운송 거부를 즉각 중단하고 운송에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팩트 DB

국내 석유화학 업계 피해도 가시화되고 있다. 업계의 하루 평균 출하량은 파업 전 평균(7만4000톤) 대비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부 업체의 경우, 파업에 따른 출하 차질로 인한 매출·수출 손실은 물론, 사태 장기화 시 공장 가동 정지나 재가동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를 안전사고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로 울산·여수·대산 등 주요 석유화학단지의 출하 중단 등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며 "국민 생활과 밀접한 수소·탄산가스 공급 중단으로 이미 국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데, 기초소재를 공급하는 석유화학마저 가동이 중단되면 국가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제품 출하에 차질을 빚고 있는 철강 업계와 전자·가전 업계에서도 파업 장기화로 인해 피해 규모가 더욱더 커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운송사업자 단체가 집단으로 운송을 거부하면 모든 기업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일반 자영업자 등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제계는 공동 입장문을 내며 파업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상의·전경련·무역협회·경총 등 31개 경제단체는 전날(12일)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로 시멘트, 석유화학, 철강은 물론 자동차 및 전자부품의 수급도 차질을 빚고 있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과 무역에 막대한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며 "화물연대는 우리 국민들의 경제 위기 극복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집단 운송 거부를 즉각 중단하고 운송에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들 단체는 정부에 업무 개시 명령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제단체는 "정부는 국민 경제 전체에 미치는 막대한 파급 효과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상황에 따라 업무 개시 명령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화물연대의 운송 방해, 폭력 등 불법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해 산업 현장의 법치주의를 확립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정부와 화물연대는 전날까지 마라톤 협상을 이어갔지만,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의 일몰제 폐지 및 적용 차종·품목 확대와 유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기사들의 적정 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로, '3년 일몰제'로 시행돼 올해 말 폐지 예정이다. 국토부는 화물차주에게 적정한 운임이 보장돼야 한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해 국회 입법 논의 과정에서 적극 지원하겠지만, 안전운임제가 또 다른 이해당사자인 화주 등 사업자에게 부담이 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화물연대의 주장을 일방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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