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저지에 막혀…취임 일정 불투명
강석훈 신임 산업은행 회장(가운데)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으로 출근하던 도중 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을 반대하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가로막혀 있다. /뉴시스 |
[더팩트│황원영 기자] 윤석열 정부 초대 산업은행 회장으로 선임된 강석훈 신임 회장이 노조 저지에 막힌 채 첫 출근을 하지 못했다. 노조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계획이 철회될 때까지 강 회장의 출근을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부산 이전과 기업 구조조정 등 당면과제가 산적해 있어 강 회장의 임기에 험로가 예상된다.
강 회장은 이날 오전 8시50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 출근하기 위해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노조가 "산업은행 본점 지방 이전 임무를 받고 온 낙하산 회장을 거부한다"며 막아서자 정문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강 회장은 노조에 "같이 일할 수 있게 기회를 달라. 함께 대화하고 풀어나가자"며 대화를 시도했다. 또 부산 이전에 대해서도 "의논하고 같이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는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결국 강 회장은 인근에 임시 집무실을 차리고 업무를 보고 받았다.
노조가 부산 이전에 대해 강하게 맞서고 있어 양측의 진통이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후보 시절부터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지역발전균형특별위원회가 이같은 내용을 부산 공약에 담으며 가시화됐고, 민주당도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반대표를 던지지 않고 있다. 부산 이전을 위한 산은법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다.
반면, 노조는 산업은행을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경쟁력 훼손, 인력 유출 등이 우려된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 회장이 부산 이전을 철회하는 합의서를 낼 때까지 출근 저지를 이어간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더해 기업 구조조정도 강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앞서 전임 이동걸 회장 시절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으로 매각하려 했으나, 유럽연합(EU)의 반대로 원점에서 매수자를 찾아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방산업과 LNG선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어 해외로 매각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4월 매각 계약이 해지된 KDB생명도 새 주인을 찾아야 한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 4월 사모펀드 운용사(PEF)인 JC파트너스와 체결한 KDB생명 매각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지했다.
이날 예정된 취임식은 출근이 무산되면서 미뤄졌다. 전일 금융위원회는 산업은행 회장에 강석훈 교수를 임명 제청했다. 산업은행 회장은 산은법 제13조에 따라 금융위원장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1964년생인 강 회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위스콘신매디슨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박사를 졸업한 뒤, 대우경제 연구소 금융팀장,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기획예산처 기금평가위원을 역임했다. 이어 19대 국회의원, 2016년 박근혜 정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을 지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엔 정책특보를 맡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함께 정책을 다듬었다.
강 회장은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산업은행 전 구성원과 함께 마주하고 있는 당면 과제를 풀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강 회장 임기는 3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