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필립모리스, 궐련형 전자담배 집중에도 시장점유율 하락
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필립모리스의 1분기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은 43%를 기록했다. 2018년 73% 점유율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추락하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을 개척하고 강자로 군림했던 필립모리스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 후발 주자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으며 실적도 하락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매년 성장하고 있어 반전의 카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8일 담배 업계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KT&G의 1분기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은 45%(전자담배 스틱)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기존 1위 업체인 한국필립모리스는 점유율 43%로 2위를 차지했다.
한국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은 해마다 급격하게 곤두박질 치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국내에 상륙시킨 한국필립모리스는 2017년 8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시장을 선점했다.
연도별로 보면 한국필립모리스의 점유율은 2018년 73%, 2020년 58%, 올해 1분기 43%까지 내려갔다. 반면 KT&G의 점유율은 급성장했다. KT&G의 점유율은 2018년 19%였지만 올해 1분기 45%까지 끌어올렸다. 한국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점유율을 KT&G가 흡수하면서 결국 역전됐다.
업계에서는 KT&G가 무섭게 성장할 수 있던 이유로 혁신 제품을 꼽는다. KT&G는 2017년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 뛰어든 이후 지속해서 진보된 제품을 쏟아냈다.
2019년 기존 궐련현 전자담배 기기에 액상 카트리지를 결합한 '릴 하이브리드 1.0'이 대표적이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약점으로 꼽혔던 연무량을 액상 카트리지로 극복하면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후에도 KT&G는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로 진보된 제품을 출시했다. 2020년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최초로 스틱만 꼽아도 자동으로 예열되는 '스마트 온·오프' 기능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예열시간과 잔여 모금수, 배터리 잔량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릴 하이브리드 2.0'을 판매하고 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지난 2019년 '아이코스 3' 출시한 이후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KT&G가 빠르게 변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 집중한 KT&G는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서 점유율을 늘려왔다"며 "반면 전 세계 시장에 담배를 공급하고 있는 필립모리스는 한국 시장에만 특화된 제품을 출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필립모리스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653억 원, 306억 원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더팩트 DB |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매년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필립모리스의 점유율 하락은 뼈아프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는 2017년 7800만 갑이 팔렸으며 이후 2018년 3억3200만 갑, 2019년 3억6300만 갑, 2020년 3억7900만 갑이 판매됐다. 지난해에는 4억4400만 갑이 팔리면서 전체 담배 시장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는 12.4%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냄새 없는 담배를 선호하는 트렌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실적도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653억 원, 30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소폭 하락했지만, 영업이익은 반토막 났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수년째 '담배연기 없는 미래(Smoke-Free Future)'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궐련형 전자담배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 업체에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1위 타이틀을 빼앗겼으며 실적도 뒷걸음질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반전을 노리는 모습이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지난달부터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인 '아이코스 3 듀오'를 46% 할인된 6만9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 스틱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기기 판매가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에 할인율을 대폭 늘린 것으로 보인다.
jangb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