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2개월 연속 인상…추가 인상 불가피
국내 주요 기업들이 1000조 원이 넘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450조 원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설에 앞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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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정리=문수연 기자]
◆ 기업들 '1000조' 투자 보따리 풀었다…재계 "위기 돌파 의지 반영"
-재계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소식이 연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 한 주였는데요. 대기업 11곳의 투자 금액을 모두 더하면 1000조 원이 넘어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몰론 마치 봇물 터지듯 투자 계획이 발표되면서 사전에 짠 각본대로 움직인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왔습니다. 한마디로 전례가 없는 전개였기 때문이죠.
-기업들의 '깜짝 투자 발표'는 지난 24일 시작했는데요. 삼성그룹은 앞으로 5년간 450조 원을 투자하고, 8만 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등 미래 신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인데요. 곧이어 같은 날 현대차그룹이 전동화·친환경 전환 등을 위해 63조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고, 롯데그룹도 헬스 앤 웰니스·모빌리티·지속 가능성 부문에 총 37조 원을 집중 투자한다는 소식을 전했죠. 한화그룹 역시 향후 5년간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등에 총 37조6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24일에만 투자 계획이 발표된 건 아니잖아요?
-맞습니다. 다음 날인 25일에는 두산그룹이 5년간 소형모듈원자로(SMR), 가스터빈, 수소연료전지 등 차세대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5조 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26일에는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반도체(Chip) 등 이른바 BBC 사업을 키우겠다는 SK그룹(247조 원)과 미래 성장 분야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LG그룹(106조 원)을 포함해 포스코그룹, 현대중공업그룹, GS그룹, 신세계그룹 등이 성장 동력 발굴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고 연이어 발표했죠.
이로써 대기업 11곳의 투자 금액은 총 1000조 원을 넘어섰는데요. 이는 우리나라 한 해 예산(607조 원)보다 400조 원이나 많은 수준입니다.
-이렇게 주요 기업이 동시다발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건 이례적이지 않나요?
-그렇죠. 이러한 행보를 놓고 새 정부 출범 이후 기업 활동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데 대한 화답 차원이라는 해석이 우세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간 주도 성장'을 핵심 경제 정책으로 제시했죠.
이처럼 투자 규모가 커진 것과 관련해서는 정부 기조에 발을 맞춘다는 의미보다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도시 봉쇄, 인플레이션 등 대외 악재로 경제가 전례 없는 복합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려는 재계의 강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사례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최태원 회장이 기업 투자 건에 대해 "어려울 때 투자와 고용을 발표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죠.
-그렇군요.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와 관련해 재계의 반응은 어떤가요?
-마찬가지로 '위기 돌파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투자한 330조 원보다 120조 원(30% 이상) 늘어난 역대급 투자를 예고한 삼성은 더더욱 그렇죠. 삼성은 사법 리스크 등 대내외 악재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글로벌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데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광장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투자를) 목숨 걸고 하는 것이다. 앞만 보고 가는 것"이라며 엄중한 경영 현실을 언급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와 관련해 상상초월의 숫자만 강조됐을 뿐 자세한 내용이 없다며 윤석열 새 정부에 '보여주기용' 아니냐는 뼈아픈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사실상 동시다발로 발표된 점에 미뤄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시기를 조율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한 재계순위가 높지만 아직 발표하지 않은 기업들도 내부에서 담금질하며 늦게 않게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도 높고요.
다른 한편으론 기업들의 '통 큰 투자'에 정부도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규제 완화, 기업인 사면 등을 통해 기업 투자의 실행력이 높아질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기존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올렸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 물가 잡으려다 국민 잡는다?…또 오르는 금리에 '영끌족' 잠 못 든다
-이번에는 금융권 소식을 들어볼까요. 지난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있었습니다.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올렸죠?
-네 한은 금통위는 지난 26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준 1.50%에서 0.25%포인트 올린 1.75%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4월에 이은 2개월 연속 인상입니다.
-이번 기준금리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면서요.
-네 사실 5월 금통위를 앞두고 금융시장에서는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전망을 놓고 인상 쪽에 확연하게 무게가 실렸습니다. 이미 미국이 기준금리 50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고, 물가 역시 계속해서 전망치가 상향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쟁점은 그다음 금통위가 열리는 7월 기준금리 결정이겠군요. 전망은 어떤가요?
-물가에 대한 통화당국 차원의 높은 경계감이 확인된 만큼 7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가 다시 인상되리라는 게 시장 전망입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성장에 부정적인 요인이 파급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금리 인상이 성장률을 훼손하는 것이 불가피하나 현시점에서는 물가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준금리 결정은 성장과 물가를 균형 있게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현재 물가 안정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취지를 분명하게 강조한 것이군요.
-그런데 일각에서는 '물가를 잡으려다가 국민 잡는다'란 소리가 나오는데요.
-'영끌족' 등 대출을 받은 차주들 때문입니다. 지난해 중순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이후 차주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대출 금리'입니다. 한은이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가계의 전체 이자 부담 규모는 3조3000억 원 불어납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가 동반 상승하면서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거군요.
-네 단순히 따져봤을 때 지난해 8월 기준금리 인상 전과 비교하면 전체 이자 규모는 16조5000억 원 증가했습니다. 1인당 82만 원씩 이자가 불어난 것입니다.
-82만 원이 적은 금액은 아닌데요. 특히 '영끌'에 나선 주택담보대출 이용자들의 부담이 더욱 크겠군요.
-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지난달 취급한 주담대 월평균 금리는 3.84%~4.37%로 상단 기준으로 한 달 만에 0.05%포인트 올랐고, 변동금리 상단은 5%대, 고정금리는 6%대를 돌파했습니다.
-'주담대 7% 시대'가 정말 올 수도 있겠군요.
-네, 문제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창용 총재는 현재 '고물가' 잡기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만큼 7월뿐만 아니라 향후 몇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군요. 물가를 잡겠다고 기준금리를 올리지만 대출자들의 부담이 점점 한계에 이를 것이란 염려도 나오고 있어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 폭과 시점을 두고 한은의 고심도 깊어지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