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원영 기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윤석열 정부의 첫 국무조정실장(장관급)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윤 행장 인준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IBK기업은행 내부에서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25일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무조정실장 인사에 대해 "내용은 잘 모르지만, 만약 그런 이야기가 있다고 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일 대통령실은 국무조정실장 자리에 윤 행장을 낙점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인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04년 윤 행장이 대통령 경제보좌관실에 파견됐을 때 한 총리는 국무조정실장으로 근무했다. 2011년에는 윤 행장이 경제금융비서관을, 한 총리가 주미 대사를 각각 지낸 바 있다. 과거 정부에서 함께 일한 경험과 능력 등이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윤 행장은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는 청와대 경제보좌관실, 2011년 이명박 정부 때는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일했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연금기금관리위원회 의장 등을 두루 거쳤다.
문제는 전 정권인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다는 점이다. 집권 여당이 바뀐 상황에서 전 정부의 핵심 참모를 바로 기용하는 것을 두고 당내에서 비판이 쏟아지는 양상이다.
특히 윤 행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등 국민의힘이 실패했다고 규정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했다. 권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경제정책을 주도한 사람이 어떻게 새로운 정부의 정책 총괄 조정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원내대표가 반대 의견을 보이면서 윤 행장 기용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권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윤 행장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반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역시 "원내대표뿐 아니라 비서실 경제부처에서도 반대한다는 연락이 왔으며 고심 중"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원내대표는 한 총리에게도 이 같은 우려를 전달했다.
이번 인사로 기업은행 내부도 술렁이고 있다. 윤 행장은 지난 2020년 1월 제26대 기업은행장에 취임했다. 임기 만료일인 2023년 1월 2일까지는 7개월 이상 남아 있는 상황이다.
윤 행장은 지난달 초 미국 실리콘밸리 출장, 같은 달 말 확대경영회의 주관 등 최근까지 국내외에서 과감한 행보를 이어 나갔다. 코로나19 여파에도 굵직한 성과를 내며 내부적으로 신임도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갑작스럽게 퇴임할 경우 회사 내부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정부의 공식발표에 맞춰 윤 행장이 기업은행을 떠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수장은 중소기업은행법 제26조에 따라 금융위원회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행장이 공석일 경우 전무이사가 행장 직무대행을 하게 된다. 현재 기업은행 전무이사는 김성태 수석부행장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 내부 인사가 아닌 관계로 드릴 말씀이 없다"라며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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