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새로운 '2030 비전' 발표…"매출 50조·탄소감축 성장 목표"
김교현(왼쪽) 롯데케미칼 부회장은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된 '2030 비전 및 성장 전략' 기자간담회에 '신동빈(오른쪽) 친환경 신발'로 유명한 9만 원대 'LAR' 운동화를 신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성락 기자, 배상민 롯데 디자인경영센터장 인스타그램 캡처 |
[더팩트ㅣ롯데월드타워=이성락 기자] 롯데케미칼이 새로운 '2030 비전'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매출 5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기존 재무적 목표에 '탄소감축 성장'이라는 비재무적 목표를 더한 '2030 비전' 두 번째 버전을 소개한 것이다. 수소 에너지와 전지 소재, 리사이클·바이오 플라스틱 등 그린 사업 투자 및 성장 목표를 더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등 지속 가능성을 높인 신전략을 세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비전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롯데케미칼을 이끌고 있는 김교현 부회장의 신발이었다. 그는 지난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신어 화제를 모은 9만 원대 친환경 신발을 신고 친환경 사업 투자·성장 목표와 관련한 비전을 발표했다.
롯데케미칼은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2030 비전 및 성장 전략'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는 김교현 롯데 화학군 총괄 부회장과 황진구 기초소재사업대표 겸 수소에너지사업단장, 이영준 첨단소재사업대표 겸 전지소재사업단장, 김연섭 ESG경영본부장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8년 2030년까지 매출 5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2030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비슷한 내용으로 비전을 재차 강조한 이유는 친환경 부분에 대한 경영 환경이 최근 2~3년 사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재무적 목표와 함께 비재무적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구체적인 투자·성장 목표치를 재정립하게 됐다. 재무적 능력에 비해 비재무적 능력 면에서는 시장의 평가가 아쉬워 이를 외부로 적극 알려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낀 점도 이날 새롭게 비전을 발표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김교현 부회장은 "펜데믹 시대에 탄소중립 트렌드, 시장 내 역학관계 변화 등으로 화학사들에게도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기존 사업의 역량을 동력으로 삼아 미래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친환경 가치를 실현하고, 이해 관계자의 니즈와 글로벌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롯데케미칼의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시장에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교현 부회장은 9만 원대 친환경 신발을 신고 간담회 발표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친환경 사업 투자·성장과 관련한 비전을 발표하는 자리인 만큼, 행사 취지에 맞게 신발을 착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신발은 국내 패션 스타트업 'LAR'이 폐페트병을 활용해 만든 것으로, 롯데케미칼은 플라스틱 자원 선순환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루프'를 통해 제품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이 제품은 지난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자주 신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교현 부회장이 2030 비전을 새롭게 재정립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성락 기자 |
구체적으로 롯데케미칼은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수소 에너지, 전지 소재, 리사이클·바이오 플라스틱 등에 2030년까지 투자를 늘리며 체질 개선에 나선다. 김교현 부회장은 "2030 비전 달성을 위한 성장 전략으로 범용 석화사업 및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의 확대를 추진하고, 수소 에너지, 전지 소재, 리사이클·바이오 플라스틱 등 그린 사업 확장으로 포트폴리오를 개편할 것"이라며 "이와 동시에 에너지 효율 개선과 탄소포집기술(CCU) 적용을 확대하고, 신재생 에너지 도입 등 중장기 투자를 통해 탄소감축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 매출 50조 원 달성을 위해 범용 석유화학 사업 매출을 지난해 11조 원에서 20조 원으로 확대하고,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은 7조 원에서 18조 원으로 키울 방침이다. 친환경 사업에서는 2030년까지 총 11조 원의 투자를 집행해 수소 에너지 5조 원, 배터리 소재 5조 원, 리사이클·바이오 플라스틱 2조 원 등 연매출 12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업별로 구분하면, 롯데케미칼은 수소 에너지 사업에 2030년까지 총 6조 원을 투자해 120만톤(t) 규모의 청정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유통·활용해 연매출 5조 원을 달성한다. 120만t의 수소 생산량 중 60만t은 발전용, 45만t은 연료전지 및 수소가스 터빈용, 15만t은 수송용으로 공급한다. 이 중 발전용 수요량 60만t은 해외에서 청정수소를 생산해 저장과 운송 측면에서 경제성을 지닌 암모니아로 변환 후 국내로 도입한다.
이와 함께 롯데케미칼은 국내 수소 인프라 구축을 위해 롯데그룹 계열사, 국내외 전략적 파트너와도 적극적으로 협업에 나선다. 올해 안에 합작사를 설립해 충전소 사업과 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롯데그룹 내 계열사의 모빌리티 기반을 활용하는 등 수소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황진구 단장은 "롯데케미칼의 네트워크와 투자 여력, 풍부한 글로벌 프로젝트 경험 등 강점을 살려 생산설비 투자부터 운송·유통에 이르는 인프라 구축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대한민국 수소 산업 전 과정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주요 경영진이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이성락 기자 |
롯데케미칼은 배터리 소재 사업에는 2030년까지 총 4조 원을 투자해 연매출 5조 원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세부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LiB) 4대 소재 솔루션 분야에서 4조 원,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서 1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상반기 중 미국 내 배터리 소재 사업을 총괄하는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 시장 진출 계획도 알렸다. 리튬메탈 음극재, 액체전극,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등에 대한 연구개발을 통해 차세대 배터리 사업도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유망업체 발굴 및 지분 투자도 계획 중이다.
이영준 단장은 "기술 보유 기업의 인수합병(M&A), 합작사 설립, 롯데그룹 계열사 간 협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속도감 있게 사업 기반을 확대함과 동시에 수입 의존도가 높고 고수익성이 기대되는 미국 배터리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리사이클·바이오 플라스틱 소재 사업에는 2030년까지 총 1조 원을 투자해 사업 규모를 100만t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물리·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활용해 재활용 플라스틱과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 사업을 확대, 2030년까지 리사이클·바이오 플라스틱 매출을 2조 원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다.
김연섭 본부장은 "선진국 중심으로 재생 소재 사용이 의무화되고 글로벌 기업의 친환경 경영이 강화됨에 따라 전자·자동차·가전 등 고객사 중심으로 재활용 소재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2030년까지 매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롯데케미칼은 에너지 효율 개선, CCU 적용 확대, 수소·신재생 에너지 도입, RE100 가입 추진 등을 통해 2030년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25% 저감하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비전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김교현 부회장은 "롯데케미칼은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한 움직임과 성장의 질, 방향에 대한 고민을 거듭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