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코인마켓캡 등에 따르면 한때 시총 10위까지 올랐던 한국산 암호화폐 루나·테라가 98%까지 급락했다. /더팩트 DB

[더팩트│황원영 기자] 암호화폐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 한때 시총 10위까지 올랐던 한국산 암호화폐 루나·테라USD(UST)가 휴지 조각 수준으로 폭락하면서다. 이 여파로 뱅크런(대량 인출)이 벌어졌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도 내려앉았다. 국내외 금융기관은 김치코인발 후폭풍이 금융시장에 미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루나는 13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99.31% 하락한 2센트를 나타냈다. 1달러 수준을 유지하던 테라는 이날 오후 12시 10분 0.1951달러에 거래됐다.

루나는 전일 오후 97% 이상 폭락하는 등 급락세를 걸었다. 테라 역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며 주저앉았다.

루나와 테라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권도형 대표와 티몬 창업자 출신 신현성 대표가 공동 설립한 테라폼랩스에서 발행한 코인이다. 한국인이 만든 만큼 김치코인으로 불려왔다. 루나의 경우 성공한 프로젝트라는 평가를 받으며 올해 초 전체 코인시장 시가총액에서 10위를 기록했고 한때 118달러를 찍는 등 고공행진했다.

테라는 루나 자매 코인이자 가격이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암호화폐 시세 변동성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한 것으로 가격을 일정 수준 유지하기 위해 통상 법정화폐·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연동한다.

다만 테라의 경우 안전자산이 아닌 루나를 알고리즘으로 수급조정했다. 테라 가격이 내려가면 투자자가 테라폼랩스에 테라를 예치하고 그 대신 1달러 가치의 루나를 받는 차익 거래로 테라의 유통량을 조절해 가격을 맞추는 식이다.

문제는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자 투자자들이 테라를 팔아치우기 시작한 데서 발생했다. 1달러 수준을 유지하던 테라가 지난 10일 0.9달러대로 내려간 뒤 다음 날 0.3달러까지 떨어졌다. 루나와 공급량이 연동돼있는 만큼 루나 가격도 덩달아 폭락했다.

루나·테라 폭락은 암호화폐 시장을 흔들고 있다. 같은 스테이블코인 테더 역시 1달러를 벗어났다. 테더는 지난 11일 오후0.99달러로 내려온 뒤 0.9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12시 10분 3만524달러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전일 한때 3만달러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더리움은 2083달러로 일주일 전 대비 25%가량 떨어졌다.

이에 따라 거래소들은 루나를 투자 유의종목으로 지정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금융시장 전반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스테이블코인 폭락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과 비교하며 "이번 사태는 극단적으로 높은 레버리지가 물고 물리는 순환적 메커니즘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테라 생태계에서 그림자금융(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금융)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상원 은행위원회 팻 투미 의원(공화당) 역시 "이번 사태로 돈을 잃은 소비자들에게 큰 문제가 될 수 있고 파장이 확산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스테이블코인 규제 필요성도 언급된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전날 스테이블코인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규제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won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