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자본유출 모니터링, 인플레이션·재정 관리, 원화 국제화 노력 필요
최우진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이 1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대외불확실성이 환율과 자본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화 가치 하락과 외국인 자금의 유출 등 경제 위기 우려도 커졌다. 그러나 한국의 대외건전성이 개선되면서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충격은 과거에 비해 축소됐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외건전성을 지속 유지하기 위해 환율 과 자본유출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갑작스러운 금융시장의 불안에 대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
최우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최근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대외자본이 급격히 유출되고 외환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점증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최 연구위원은 대외 불확실성 확대 요인으로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등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들었다.
대외불확실성 지수와 환율 추이. /KDI |
그는 "코로나19 위기 회복 국면에서 유가 등 원자재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환율의 절하가 추가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어 경기 회복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최근의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대규모 외국인 자본 유출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 자본시장의 안정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KDI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1분기 이후 현재까지 외국인 자본은 채권을 중심으로 지속 유입됐고, 환율은 2020년 3월 20일 7.5% 상승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27일(25.4%)에 비해 상승 폭은 작았다.
최 연구위원은 "과거에 비해 2014년 이후 대외 불확실성 충격에 따른 환율 상승 폭과 자본 유출 규모는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글로벌 위기 상황별 환율 변화./KDI |
대외 불확실성이 100%포인트 증가할 때 환율은 2013년 이전에는 약 8%포인트 상승한 반면, 2014년 이후에는 2.6%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자본 유출은 대외불확실성이 100%포인트 상승할 때 2013년 이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0% 증가했으나, 2014년 이후에는 통계적 유의성이 발견되지 않고 오히려 유입되는 모습도 보였다고 최 연구원은 설명했다.
최 연구위원은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될 때 환율이 급격하게 절하되는 규모, 즉 상승하는 규모가 2014년 이후에 굉장히 완만해졌다"면서 "자본 순유출도 굉장히 완만해졌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어 "한국 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 2014년 대외 순자산국으로의 전환, 활발한 대외투자 등도 대외건전성의 개선으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환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은 국가 간 자본거래의 활성화로 이어지며, 우리 원화 표시 자산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감소하는 선순환 구조로 정착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최 연구위원은 "원론적인 얘기지만,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과 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외환시장 접근성 개선을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할 것"이라면서 "최근의 높은 인플레이션과 국가채무의 급증을 관리하는 정책은 한국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대외건전성을 유지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