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 경제 개선없이 지난해 활황 기대 어려워"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쉴더스는 지난 6일 금융감독원에 상장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올해 상장을 철회한 기업은 SK쉴더스에 이어 현대엔지니어링, 보로노이, 대명에너지까지 4개 기업이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SK쉴더스가 최근 상장 철회를 결정하며 IPO(기업공개) 시장에 먹구름이 꼈다. 최근 시장은 증시 부진 여파로 투자자의 관심이 급속하게 식으면서 공모에 나선 기업들의 공모가도 낮게 결정되는 추세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쉴더스는 지난 6일 금융감독원에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SK쉴더스는 "상장을 철회하고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업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상장 추진을 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SK쉴더스는 SK스퀘어 자회사인 SK인포섹과 또 다른 자회사 ADT캡스를 흡수합병해 출범한 보안 전문기업이다. 기존 사이버·물리보안뿐만 아니라 융합보안, 스마트홈, 무인매장, 서빙로봇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SK쉴더스의 예상 기업가치는 조 단위에 달해 5월 IPO 시장의 대어로 꼽혔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발 긴축에 따른 악화된 투심을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연준 기준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투자심리 자체가 좋지 않은 점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회사 측은 "지난 수개월간 상장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돼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꾸준히 따라붙은 고평가 논란 역시 철회에 있어 또 하나의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SK쉴더스는 당초 희망 공모가 범위를 3만1000~3만8800원으로 제시하고 지난 3~4일 기관투자자들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제시된 공모가 하단보다 낮은 가격인 2만5000원선으로 공모가를 낮추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결국 상장 철회로 노선을 정했다.
SK쉴더스까지 상장 철회 사례가 연달아 나타나자 시장 분위기도 급격히 어두워진 모습이다. 올해 SK쉴더스를 비롯해 현대엔지니어링, 보로노이, 대명에너지까지 4개 기업이 상장을 철회했다.
이에 상장을 준비 중인 원스토어, 컬리 등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장 원스토어의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이 이날부터 이틀 동안 진행된다. 주당 공모 희망가는 3만4300~4만1700원이며 공모 주식수는 666만 주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9100억~1조1100억 원으로, 공모가 결정에 따라 몸값이 1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
SK쉴더스에 이어 원스토어까지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한다면 IPO 시장은 당분간 급속도로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이 외에도 쏘카, 현대오일뱅크, 카카오모빌리티, CJ올리브영 등이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 들어 공모에 나서는 기업들의 공모가가 낮게 책정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어 우려가 따른다. IR컨설팅 전문업체 IR큐더스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한 기업(스팩 제외) 23개사 중 8개 사가 공모가를 당초 회사가 제시한 희망범위 하단 이하로 책정했다. 올해 신규 상장한 기업 3곳 중 1곳이 기관 수요예측 과정에서 공모가 산정 눈높이를 낮춘 셈이다.
이는 지난해 IPO 시장 분위기와 비교해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해 신규 상장한 기업 94개사 중 82%인 77개 사는 공모가를 밴드 상단 이상에서 확정했다. 밴드 이하로 확정한 곳은 12개사로 전체의 12.8%에 불과했다. 지난해 IPO 시장이 유례없는 활황을 기록했을 당시에는 상장 당일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를 기록한 뒤 상한가 도달)을 기록하는 기업도 15개에 이를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긴축 기조에 증시가 부진하면서 공모 기업이 기업 가치 평가에 비교 대상으로 삼아야 할 상장 기업의 주가가 크게 떨어진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매크로(거시) 환경 불안으로 인해 공모 기업의 적정 평가가치(밸류에이션)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쉽게 인정받던 밸류에이션이 올해에는 통용되지 않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시장 분위기로 보면 뚜렷한 거시 경제 개선이 없는 한 공모 시장에서 작년 같은 활황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시장의 눈높이에 맞춰 밸류에이션을 낮추든가 비상장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분위기가 바뀌는 시점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상장을 추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pkh@tf.co.kr